"결혼 긍정적 인식 개선 효과" vs "주거·보육·일자리 등이 먼저"
시흥시 '시흥 솔로 인 거북섬' 참가자 모집 홍보물./시흥시 |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미혼남녀 중매에 나서는 지방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쥐어짜낸 아이디어이지만, 일각에서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보여 주기식 이벤트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5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시흥시는 다음 달 13일 미혼남녀 시민만남 행사인 '시흥SOLO in 거북섬'을 연다. '시흥SOLO in 거북섬'은 유명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패러디해 기획했다.
시는 행사를 알리기 위해 남녀 각각 4명씩으로 구성된 시흥시 소속 공무원 8명의 커플매칭 과정을 영상으로 제작해 공식 유튜브에 게재하고, 10~28일 남녀 각 30명씩 참가자 60명을 모집한다.
성남시는 지난해 7월부터 중매 프로그램인 '솔로몬(SOLO MON)의 선택'을 시작했다. 매회 미혼 남녀 100명씩을 공개 모집해 만남을 주선하는데, 올해도 5차례 진행한다.
지난달까지 6차례 행사에서 맺어진 인연은 가약을 맺기로 한 1쌍을 포함해 모두 120쌍(280쌍 중 43%)이다.
여주시에서도 지난달 11일 미혼남녀의 만남을 주선하는 ‘솔로 엔딩’ 행사가 처음 열렸다. 당시 행사에는 여주·이천·양평 지역에 거주하거나 지역에서 일하는 미혼남녀 62명(남성 33명·여성 29명)이 참여했다.
행사는 여주시 출산장려운동본부가 시의 양성평등기금 등 900여만 원을 들여 추진했다. 시는 이번 성과를 평가한 뒤 행사를 추가로 열지 결정할 계획이다.
안산시 상록구는 지난 4월 11일 ‘상·만·추(상록에서 만남 추구)’를 진행했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군인 안산지역 경찰서와 교육지원청, 시청에서 근무하는 미혼남녀들이 참여해 만남의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성남시가 진행한 '솔로몬의 선택' 행사 모습./성남시 |
지방자치단체들의 이런 행사는 미혼 남녀에게 결혼에 대한 긍정적인 가치관을 확산하기 위한 것이다. 결혼과 출산은커녕 연애조차 부담스러워하는 젊은이들에게 검증된 상대를 자연스레 만날 수 있게 다리를 놓으려는 취지인 셈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사업 초기에 왜 시가 중매 역할을 해야 하느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결혼에 대한 젊은이들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반면 결혼제도로 출생률을 높이려는 발상 자체가 ‘후진적’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일자리 부족, 주거비와 물가 폭증, 육아 부담 등 근본적인 저출산 원인을 해소하려 노력해야 할 지자체가 혈세를 들여 이벤트만 벌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장이 없으면, 그조차 외면당하는 청년들에게 또 다른 차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이성을 만나지 못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계획할 수 없는 현실 때문에 만남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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