퀘스트라이프, 고가 제품 구매 유도 폭리 후 '먹튀'…피해자들 법적 대응
입력: 2024.06.04 11:00 / 수정: 2024.06.04 11:00

잠정 피해자 1000여 명 중 360여 명 고소 위해 단톡방 개설
"지난해 5월부터 마지막 기회라며 이벤트로 고액 결제 유도"


퀘스트라이프 앱 홈 화면. / 퀘라앱 캡처
퀘스트라이프 앱 홈 화면. / 퀘라앱 캡처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고가의 물건을 시중가보다 30% 이상 비싸게 팔아 미션을 완수하면 물건 값을 100% 환급해준다고 속여 판매한 다음 사업을 종료한다고 일방적으로 통지한 퀘스트라이프(이하 퀘라, 전 대표 태범모)가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미션 수행 보상형 앱 '퀘라'가 일방적으로 사업 종료 선언을 하면서 1000여 명이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해 이 중 수백 명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퀘라 네이버 카페에는 947명의 회원이 등록해 활동하고 있고, 퀘라 피해자 카페에는 279명, 단체 고소 신청을 위해 360명 정도는 단체 대화방을 만들어 법적 대응을 진행 중이다. 특히 천만 원이 넘는 고액 피해자들의 경우 별도로 변호사를 선임해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가보다 50% 비싼 애플워치 울트라 구매했더니

A(40대) 씨는 2023년 4월 초 온라인에서 좋은 습관을 만들어준다는 광고를 보고 애플워치 울트라(스마트워치)를 149만 3700원에 구매했다. 현재 온라인 몰에서 애플워치 울트라2 시리즈가 100만 원 정도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50% 정도 비싼 가격이다.

퀘라에선 '물건퀘스트'라고 해서 기수별로 수십 명을 모집해 고가의 물건을 비싸게 팔고 난 후 정해진 미션을 제시해 수행하면 구매 금액 전액을 환급받을 수 있는 'Q포인트'로 환급해 줬다.

이 Q포인트는 퀘라에서 운영하는 퀘라몰에서 파는 상품을 구매할 때 사용할 수도 있고, 20만 포인트를 제외하고는 현금으로 환급(일대일 비율)받을 수 있다.

A 씨는 매일 만보걷기와 매일마다 달라지는 미션 2가지를 수행해 한 번은 실패하고 132만 7526포인트를 지급받았다. 이후 3개월간 매주 10만 포인트씩 110만 포인트 환급을 요청했으나 퀘라 측에서 일방적으로 사업 중지를 선언해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퀘라는 A 씨가 구매한 애플워치 외에도 노트북과 아이맥, 고가의 산악자전거 등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하는 물품을 미션 수행 시 100% 환급해 준다며 시중가보다 30% 이상 비싸게 팔았다. 문제는 A 씨와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란 것이다.

퀘라는 환급을 미루다 지난 3월 29일 갑자기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전 직원을 정리해고 하고 모든 대응 창구를 폐쇄했다. / 퀘라앱 캡처
퀘라는 환급을 미루다 지난 3월 29일 갑자기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전 직원을 정리해고 하고 모든 대응 창구를 폐쇄했다. / 퀘라앱 캡처

퀘라, 인수합병 이슈로 환급 미루다 돌연 사업 종료 선언

퀘라는 2023년 8월 11일 타사와 인수합병으로 환급을 중지하고 '환급분은 인수합병 완료 시점까지 지연 지급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이후 9월 22일 인수계약이 정식으로 완료됐다며 '환급 지연에 대한 보상안으로 카카오뱅크 세이프박스 연 금리 2%를 기준으로 연체 보상 금액을 지연 일자만큼 일할 계산으로 책정하고 모든 대상자에게 현금 환급 시 지급한다'고 알렸다.

며칠 후인 9월 27일 퀘라는 '퀘스트라이프를 ㈜에이트원(대표 이진엽)의 신규사업부로 인수했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10월 5일 '퀘라 사업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않다'며 비상장 법인을 통해 독립운영한다는 공지가 갑자기 나왔다.

에이트원은 가능한 빨리 환급을 정상화하기 위함이라며 에이트원이 아니라 독립법인(에이트케어)에서 퀘라를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후 현금 지급액을 매주 천만 원으로 한정하고 11월 3일부터 1인당 5만 원씩 지급하기 시작했다.

에이트케어는 에이트원의 이 대표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법인으로 △건강기능식품 및 의약외품 도소매업 △화장품 제조판매업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보 서비스업 등의 사업을 한다. 에이트원과 직접 연관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지난 3월 29일 퀘라를 운영하는 에이트케어 이 대표는 경영 상황 악화를 이유로 들며 전체 직원을 정리해고 하고 모든 사업 정리 및 사업권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고 일방적으로 알렸다. 그동안 퀘라가 운영하던 상담창구도 폐쇄했다.

퀘라는 환급 중지 2개월 전 6월 100% 환급정책을 50% 환급으로 변경한다며 마지막 이벤트를 실시했다. / 퀘라앱 캡처
퀘라는 환급 중지 2개월 전 6월 100% 환급정책을 50% 환급으로 변경한다며 마지막 이벤트를 실시했다. / 퀘라앱 캡처

퀘라 인수합병…먹튀를 위한 준비였나?

단체 고소를 진행한 B 씨는 "(퀘라를) 에이트원에서 인수해서 단독법인(에이트케어)을 만든 게 아니고 에이트원과 전혀 상관없이 처음부터 이진엽이 대표로 있는 에이트케어라는 법인이 가져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퀘라에서 상장회사인 에이트원에서 인수한다고 하고 에이트원 사업부로 운영한다고 했다가 이 대표가 100% 지분출자한 법인인 에이트케어가 운영한다고 발표했다"며 "이 과정에서 피해자 중 한 분이 에이트원에 퀘라를 인수한 게 맞냐고 문의를 했는데 에이트원 측은 '그런 일이 없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B 씨는 또 "에이트케어는 새로 만든 것이 아니고 기존 퀘라에 뉴트리팩트라는 영양제를 공급하던 업체가 사업자번호는 그대로 두고 이름만 에이트케어로 변경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B 씨의 주장은 피해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상장회사인 에이트원 이름을 팔고 이진엽 대표의 비상장 법인인 에이트케어가 퀘라를 가져 갔으며 에이트케어란 이름 역시 에이트원과 비슷하게 바꿨다는 것이다.

또 다른 피해자 C 씨는 무엇보다 피해가 컸던 이유는 2023년 8월 환급 중지 직전 3개월간 각종 이벤트를 통해 피해자들의 고액 결제를 유도한 것 때문이라고 주장도 했다.

C 씨는 "환급 중지 직전 3개월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며 "평일 80일 동안 미션을 수행하면 통상 3달 이상이 걸린다. 지난해 8월 초 환급금 지급 정지가 발생하기 전 퀘라는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간 마지막 기회라면서 프로모션을 강하게 진행했다"고 말했다.

C 씨에 따르면 수행하기 쉬운 쥬스마시기, 영양식먹기, 식단쓰기 등의 습관퀘스트는 개당 5만 9900원 또는 7만 9900원에 판매하는 것으로 개인당 구매 가능한 수량이 최대 200개로 늘어났고 미션 수행 시 환급 가능한 포인트를 130%로 지급해줘 고액 결제를 유도했다.

또한 물건퀘스트의 경우 기존 구매 금액 100% 환급 정책이 50% 환급 정책으로 변경될 것이라며 마지막 100% 환급으로 물건퀘스트를 진행하라고 홍보했다.

이 시기 퀘라 사이트에선 580만 원 브롬톤 자전거, 778만 원 맥 스튜디오(모니터 구매까지 합하면 1000만 원), 230만 원의 몽블랑 스마트워치, 1000만 원 하이엔드 카메라 등 이전에 팔지 않았던 고가의 물품을 마지막 100% 환급이라며 사용자들의 결제를 유도했다.

이후 5월에 마지막 100% 환급이라며 판매한 물건퀘스트와 습관퀘스트 구매 수량 확대 등으로 대거 유입된 자금을 환급해줘야 하는 8월이 되자 어떤 사전 공지도 없이 퀘라에서 일방적으로 4일 환급을 중지시켰다. 이후 9일과 11일 '현재의 환급 중지가 코스닥 상장 회사와 합병으로 인한 것'이라고 공지했다.

이런 와중에도 "코스닥 상장 회사와 합병 이후 9월에는 정상 환급이 이뤄 질 것"이라며 물건퀘스트 신규 모집을 지속하고 고객들의 문의에도 "모든 것이 잘 처리되고 있다"고 안심시켰다.

비교적 늦게 퀘라에 합류한 C 씨는 "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서도 고객들에게는 돈을 거의 돌려주지 않았는데도 인수합병 당시 퀘라에 남은 회사 운영 자금이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팩트>는 이와 관련해 퀘스트라이프를 운영하는 에이트케어와 에이트원(현재는 비유테크놀러지로 사명 변경)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퀘라는 지난 3월 29일 전체 직원 정리해고 공지가 올라오면서 모든 대응 창구가 막혔다. 또 에이트케어는 홈페이지도 없고 연락처를 확인할 수가 없어 에이트원을 통해 이진엽 대표와 연락을 취했으나 모든 내선 번호가 막혀 있어 연결이 불가능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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