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숙한 정치인 되라고 기회를 주신 것"
"22대 국회, 국민 도움 되는 정치했으면"
"이재명 대표, 시대 읽어내는 능력 있어"
김병욱 전 국회의원이 지난달 31일 성남 분당 정자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유명식 기자 |
[더팩트ㅣ성남=유명식 기자] 8년 의정생활을 마치고 야인으로 돌아온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성남 분당을) 전 국회의원의 표정은 예상보다 밝았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친윤(친윤석열)계’ 핵심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에게 고배를 마신 쓰라림이 아직 가시지 않을 터였지만, 성남시민과 분당구민들에 대한 애정은 여전했다.
김병욱 전 의원과 김은혜 의원과의 표 차이는 고작 3063표(2.25%p). 분당을 11개 동 가운데 김 의원이 6곳, 김 전 의원은 5곳에서 승리했다.
선거 막판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되레 보수의 전통적인 텃밭인 분당에는 정부 여당에 대한 ‘측은지심(惻隱之心)’이 스며들었다고 한다.
그가 민주당(열린우리당 포함) 간판을 달고 분당에서 거둔 선거 전적은 이로써 2승 2패, 50%의 승률이다.
2012년 첫 도전에 실패한 뒤 내리 2번을 승리했다가 이번에 다시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김 전 의원은 재선 임기를 마친 직후인 지난달 31일 <더팩트>와 자신의 분당 정자동의 사무실에서 만나 "분당은 항상 험지였고 늘 떨어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선거를 치러왔다"면서 "부족한 2%를 만회하기 위해 조금 더 열심히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거과정의 치열함을 보여주듯 얼굴이 새까맣게 탄 그는 "분당의 투표율이 역대급인 전국 3위였다"며 "2년 전 대선에서 이재명 대표가 16% 졌듯이 민주당 후보는 많이 어려운 곳이 분당"이라며 웃었다.
패배의 요인으로 김 전 의원은 "지나치게 얌전하게 선거를 했다"며 자책했다. 그는 "네거티브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정책 위주의 전략을 고수했다"면서 "사실 선거 전략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상대였던 김은혜 의원에 대해서는 "말솜씨가 정말 탁월한 정치인"이라면서 "제게는 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분"이라고 평했다.
김병욱 전 국회의원이 지난달 31일 성남 분당 정자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하고 있다./유명식 기자 |
지난 8년 의정 성과로는 분당지역 20개 초·중·고교에 실내체육관을 건립하고, 1기 신도시 재건축 특별법을 만들어 '분당 재도약'의 기반을 닦은 것을 꼽았다. 김 전 의원은 "3선에 성공해서 국토교통위원장을 맡아 재건축 사업의 속도감을 높이고 싶었다"며 못내 아쉬움을 내뱉었다.
총선 결과에 대한 이재명 대표의 반응을 묻자 그는 "열심히 잘 싸웠다며, 앞으로도 기회가 많이 있으니 열심히 하자고 격려하셨다"고 전했다.
이 대표와는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 인연을 맺은 뒤 줄곧 정치적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이 대표는 시대를 읽어내는 능력이 있고 일적으로 성과를 분명히 내는 정치인"이라며 "책임지는 자리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정말 일 하나는 잘 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야당 일각에서 제기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또다시 탄핵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의 슬픈 현실"이라며 "(윤 대통령이) 제발 국민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일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임기를 막 시작한 22대 국회의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김 전 의원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며 "국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 등의 활동을 통해 공부하고 서로 토론하면서 협치를 이뤄 국민을 위한 최대공약수를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국민이 배부르고 등 따뜻하게 해 주는 것이 정치"라며 "국민에게 도움이 되느냐하는 차원에서 정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병욱(오른쪽) 전 국회의원이 지난달 31일 성남 분당 정자동 자신의 사무실에서 <더팩트>와 인터뷰 도중, 손자의 동영상을 보여주며 흐뭇하게 웃고 있다./유명식 기자 |
향후 계획과 관련해서는 "일단 쉬면서 성남과 분당을 위한 길을 모색해 나가겠다"며 지역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 전 의원은 "천식과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두 아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어서 2001년 이곳으로 이사를 왔다"면서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보듬어주고 정치인으로 성장시켜준 분당을 위해 보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는 "인기 없는 민주당 후보를 두 번씩이나 선택해 준 주민들과 진심이 통했다"며 "이번 선택도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더욱 성숙한 김병욱이 되라고 기회를 주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김 전 의원은 "이제 쉬면서 체력도 키우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것"이라며 "주민들과도 재건축 등 지역현안에 대해 소통하면서 부름이 있으면 언제든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vv83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