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셋에 직원 셋…'황제 해외연수' 논란 자초한 함평군의회
입력: 2024.05.26 15:42 / 수정: 2024.05.26 15:42

해외 선진지 연수에 의원·직원 동수로 연수단 꾸려 '눈총'
호주·뉴질랜드 손꼽히는 관광지 다수 포함돼 외유 비난도


전남 함평군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다. / 함평군의회
전남 함평군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하고 있다. / 함평군의회

[더팩트 I 함평=이병석 기자] 의정 활동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마련된 전남 함평군의회의 공무국외연수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부지깽이도 뛴다’는 농번기에 진행한 연수를 두고, 지역 내에서 부정적 여론이 일었으나 함평군의회가 이를 강행하면서다.

치솟는 영농비에다 인력난 등 삼중고에 휩싸인 농민들 입장에서는 그들의 해외연수가 마냥 좋아 보일 리 없다.

2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함평군의회 각 상임위원장, 의회사무과 직원으로 구성된 연수단이 4155만 원(일부 자담) 예산을 들여 10일간 일정의 호주(시드니·크라이스트쳐치), 뉴질랜드(와이토모·퀸즈타운·오클랜드)로 연수를 떠났다.

특히 의원 3명과 직원 3명으로 연수단을 구성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1대1 수행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남성 의원 2명·여성 의원 1명에 맞춰 직원들도 남직원 2명·여직원 1명으로 연수단을 꾸렸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내부에서조차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으나 묵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함평군의회 직원 A 씨는 "누구라도 의원 개개인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며 "직원들을 의원들과 성별로 동수를 이뤄 (연수를) 추진한 것은 안이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관광 정책 수립과 지역관광자원을 연계한다는 명목으로 마운틴쿡, 와이토모동굴, 레드우드수목원, 해글리공원, 에이번강, 블루마운틴국립공원 등 손에 꼽히는 유명 관광지가 다수 포함돼 파장을 더 키웠다.

유승렬 함평군의회 사무과장은 "연수단 인원이 적어 여행사 선정 등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며 "수회에 걸친 꼼꼼한 자료조사와 사례 연구를 통해 관광성 외유 소지를 불식할 대상지를 선정해 심의위원회를 거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무국외연수는 준비 과정부터 실행까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수범사례"라며 "농업, 관광, 복지 분야의 선진국인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노인·다문화 복지 정책, 의회 선진화, 도시재생 등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 김모(남·60대) 씨는 "농번기 농민들의 고단함을 조금이나마 생각했다면 (의원들이) 그런 결정은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며 "공무국외연수심의위라는 기구가 이를 논할 만큼 전문성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의원들의) 해외 연수 정당성을 부여하는 들러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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