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단전 조치 한전…소방·시청에 책임 전가하려다 거짓말 '들통'
입력: 2024.05.24 14:37 / 수정: 2024.05.24 14:37

한전, 단전 조치에 앞서 "소방·시청과 협의" 주장
공문 확인하니 '비상 승강기 막겠다'는 내용 없어


한국전력이 관리비 분쟁을 겪고 있는 메디빌딩에 전력을 차단하면서 관계기관에 보낸 공문. 한전 측은 사전에 시청 및 소방서 등과 협조를 한 후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사용 제한했다고 밝혔지만 <더팩트> 취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대구=김민규 기자
한국전력이 관리비 분쟁을 겪고 있는 메디빌딩에 전력을 차단하면서 관계기관에 보낸 공문. 한전 측은 사전에 시청 및 소방서 등과 협조를 한 후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사용 제한했다고 밝혔지만 <더팩트> 취재 결과 거짓으로 드러났다./대구=김민규 기자

21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한 메디빌딩에서 한국전력 대구본부 관계자들이 전원을 차단하려고 하자 병원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21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한 메디빌딩에서 한국전력 대구본부 관계자들이 전원을 차단하려고 하자 병원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한국전력 대구본부가 관리비 관련 소송으로 인해 전기요금이 장기 체납된 메디빌딩의 전력을 차단 조치한 것을 두고 논란(22일자 한국전력, 수술 중인 의료기관에 단전 조치 시도 '논란')이 일자 거짓 반론을 내 비난이 커지고 있다.

한전은 엘리베이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에 대한 논란이 일자 대구시청 및 소방서 측과 협의를 거쳤다고 주장했지만 <더팩트> 취재 결과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

앞서 한전은 지난 21일 관리비 분쟁을 겪고 있는 대구의 한 메디빌딩의 전력 차단을 시도하면서 입주 병원 측과 마찰을 빚었다. 병원 측은 전기료가 포함된 관리비를 공탁했다고 밝혔지만 한전은 전기요금이 체납된 근거를 들어 일부 전력을 차단하고 비상용 엘리베이터 사용을 막았다.

한전 측은 취재진에 "비상용 엘리베이터 사용을 막은 것에 대해 중부소방서와 대구시청과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부소방서는 한전으로부터 받은 공문을 내밀며 ‘사실무근’이라고 했다.

해당 공문에는 '전기료 장기 체납으로 인해 해당 건물에 대한 전기 공급을 중단할 예정'이라는 문구와 함께, 소방서 측에는 '인명사고 발생 시 응급조치 및 후송', 중구청에는 '집단민원 발생 시 공동대처', 보건소에는 '입원환자 퇴원 협조', 경찰서에는 '물리적 충돌 발생 시 현장 통제'라는 협조안만 적혀 있을 뿐 비상용 승강기에 관한 내용은 없다.

한전이 병원 건물의 전력을 차단할 경우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이런 협조공문을 보낸 것 자체가 충격적이라는 게 취재진이 만난 병원 관계자들과 공무원들의 반응이다.

이뿐만 아니라 전기요금 독촉과 관련해서도 한전의 거짓 대응이 드러나고 있다. 앞서 한전은 "병원 측에 직접 전기요금을 독촉한 사실도 없는 데다 관리단의 통장을 가압류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화상병원 측 주장은 다르다. 병원 측은 "(한전이) 병원 측이 대신 내면 해결된다고 겁박했다"고 주장했다.

관리단의 통장도 한전 측의 압류로 한 번 바뀐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전 측이 "합의서를 작성하여 보내라"는 등 요구를 직접 계약자인 관리단이 아닌 입주자에게 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한전 측이 비상용 엘리베이터에 붙여 놓은 안내문도 문제가 되고 있다. 안내문에는 '안내문을 뜯거나 임의 조작할 경우 민·형사(형법 314조 업무방해)상 조치를 취한다'고 적혀 있다.

내용을 접한 한 법조인은 "업무방해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반복적인 업무나 특정 행위로 인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업무방해 행위가 있어야 되는데 안내문을 훼손한다고 업무방해가 성립된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한 환자는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막아놓고 소방서에 인명사고가 발생하면 응급조치 및 후송을 해달라고 한 것은 뻔뻔함을 넘어 도 넘은 안전 불감증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기업으로 수십조 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도 평균 연봉 8000만 원이 넘는 방만 경영을 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데 국민 안전마저 무시하고 있다는 건 조직 존재 자체에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전력 대구본부 측은 "병원 측이 공탁한 금액은 전기세가 아닌 관리비(전기세 포함)인 데다 관리단의 통장은 지난해 7월에 압류한 적이 있다"며 "개별로 전기요금을 내라고 한 적은 없지만 개별로 찾아가 요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전력이 차단될 수 있다고 안내를 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또 비상용 엘리베이터 사용 제한 공문에 대해서는 "그날 원칙적으로 건물 전체를 다 단전을 시켜야하지만 시청과 협의를 거쳐 일부만 한 것이다. 반론 과정에 착오가 있었던 것이지 거짓말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tktf@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