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수술 중인 의료기관에 단전 조치 시도 '논란'
입력: 2024.05.22 16:47 / 수정: 2024.05.22 21:31

병원 측 "건물 관리단과 소송 중…체납금 공탁했는데도 강행"
한전 측 "장기요금 체납인데다 사전 통지해서 법적 문제 없어"


21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한 메디빌딩에서 한국전력 대구본부 관계자들이 전원을 차단하려고 하자 병원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21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한 메디빌딩에서 한국전력 대구본부 관계자들이 전원을 차단하려고 하자 병원 관계자들과 시민들이 항의를 하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한전 측은 이날 건물 전체에 전력 공급을 하지 않고 일반 승강기 2대 중 1대와 비상용 승강기의 전력과 건물 주차장 전력만 차단했다. 이에 비상용 승강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한전 측은 이날 건물 전체에 전력 공급을 하지 않고 일반 승강기 2대 중 1대와 비상용 승강기의 전력과 건물 주차장 전력만 차단했다. 이에 비상용 승강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한국전력이 수술 중인 의료기관에 단전 조치를 시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3시 대구 중구 메디빌딩 1층에서는 병원 관계자들과 한국전력 대구본부 직원들의 실랑이가 벌어졌다. 한전 측에서 전력을 차단하려고 하자 병원 측은 "수술 중인 곳도 있고 애꿎은 환자들만 피해를 본다"며 항의했다.

한전 측이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한 남성은 "수술은 끝나고 전력을 차단하던가 해야지 이게 무슨 짓이냐"며 고성을 질렀고, 한전 측 관계자도 이에 질세라 "왜 소리를 지르냐"며 고성으로 응수했다.

이날 한전이 건물의 전기요금 체납 건을 두고 단전이라는 초강수를 두자 병원 측은 "건물 관리단과의 문제를 생명이 위급한 환자를 방패 삼는 꼼수"라고 반발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해당 건물에는 대형 화상병원과 총 8개의 의료기관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입주 업체들이 건물관리단에 각종 요금 등을 관리비로 납부하면 관리단이 전기료나 여타 요금을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입주 병원 측에 따르면 현재 건물관리단과 일부 병원이 관리 비용 문제로 소송이 진행 중이다. 2019년 이런 문제가 불거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자 법원이 임시관리인을 지정했지만 이마저도 원활하지 않자 병원 측이 관리단과 소송을 진행하는 것이다.

메디빌딩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형 화상병원 측은 관리단과 소송 중 한전으로부터 체납 독촉을 받자 전기요금 체납금인 2억 1000여만 원에 대해 법원에 공탁을 건 상황이다.

이와는 별개로 한전 측은 해당 건물의 관리단과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데다 전기요금을 받지 못하자 관리단의 통장을 가압류 하고 전기요금 지급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측은 해당 화상병원에 대해 공탁이 아니라 직접 체납을 요구했고 병원 측이 체납액을 납부하지 않자 몇차례 계고를 한 뒤 이날 건물 전체 단전을 강행하려는 초강수를 뒀다.

하지만 병원과 환자들의 거센 반발에 결국 일반 승강기 2대 중 1대와 비상용 승강기의 전력과 건물 주차장 전력만 차단했다.

한전 측은 한 바탕 소란 후 보도자료를 통해 '기본공급 약관 제15조 1항에 의거 전기요금 2개월 이상 체납 시 사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을 내세워 단전을 건물 전체로 확대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수술 중인 환자를 두고 전력 차단을 시도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화재나 재난시 사용하는 비상용 승강기도 사용을 하지 못하게 했다는 점은 소방법과 상충 논란까지 일고 있다.

한 시민은 "요금을 받지 못해 강수를 둔 한전도 이해가 가지만 어떻게 수술 중인 환자가 있는 것을 알면서 단전을 시도할 수 있냐"며 "건물관리단으로부터 받아야 할 요금을 이런 식으로 직접 징수하겠다는 것은 3자인 환자를 방패 삼아 징수를 하려고 한 것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해당 병원 측은 "관리비 문제로 소송 중이지만 전기요금은 내야하기 때문에 체납 금액을 공탁했는데 오늘처럼 아찔한 상황으로까지 이어져 당황스럽다"며 "병원 업무방해는 물론 대가를 지불하고 의료행위를 받는 환자들의 권리까지 침해해 가면서까지 한전의 규정만 내세운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측은 "수차례 고지를 한데다가 병원과 지자체, 소방서, 보건소 등 유관기관 통보에 내방 고객을 통제했다"며 "체납 요금을 납부하고 3개월 치를 보증해야 전력이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전 측은 또한 "전기요금을 독촉한게 아니고 미납으로 인한 공급정지를 사전통보했을 뿐"이라며 "지급명령은 신청했지만 가압류는 한적이 없고 병원 측의 공탁은 관리비(전기요금 포함)"라고 밝혔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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