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재정난 호소에 수용…감정액 산술평균
“급매 내놓은 땅 제값 주고 산 꼴” 비판
행안부 공유재산 업무편람 위반 지적도
안산시가 부실대학 땅을 10억의 웃돈을 주고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안산시 |
[더팩트ㅣ안산=이상엽 기자] 경기 안산시가 올 초 구체적 활용방안도 없이 특정 대학의 요구를 수용, 300억 원대 땅을 사들이면서 자체 감정평가액보다 10억 원가량의 웃돈을 얹어준 것으로 확인됐다.
대학 측이 제시한 가격과 중간치라는 게 안산시의 설명이나 시민 혈세로 주머니 사정이 급한 대학의 형편만 봐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민원 해소를 목적으로 공유재산을 취득하는 것을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21일 안산시의회 회의록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안산시는 지난 1월 신안산대 유휴 부지 2만 4000여 ㎡를 매입했다. 당장 사용할 계획은 없지만, 신입생 감소 등으로 재정난에 빠진 신안산대가 매수를 요청한 데 따른 결정이었다.
하지만 매입가격은 안산시 감정평가액 296억 원보다 10억 원가량 높은 306억여 원으로 책정됐다. 시는 자체 감정평가액과 신안산대의 감정평가액 315억여 원을 합한 가격의 평균을 내 매입가를 결정했다고 한다.
매도인의 사정으로 당장 필요 없는 땅을 급히 사주면서도 가격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지 못한 셈이다. 이는 ‘지방자치단체 전체의 이익에 맞도록 공유재산을 관리해야 한다’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3조)에 어긋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는 ‘공유재산 업무편람’을 통해 주민들의 민원 해소를 위해 불필요한 재산을 취득하는 것도 지양하도록 하고 있다. 공직 부조리와 선심성 행정 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시의회 한 의원은 지난해 심의과정에서 "(안산시가) 필요해서 사는 게 아니라 신안산대에서 여러 가지 사유로 요청해서 (매입)하는 것"이라며 "(다른 곳에 쓸) 예산도 부족한 상황에서 굳이 사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안산시는 ‘신안산대의 학사 운영에 차질이 생길 경우, 지역경제 악화 등이 우려돼 교육부 지침 등에 맞춰 가격을 산정, 매입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신안산대도 가격협상 당시 교육부 지침을 거론하며 시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육부는 사립학교가 교육용 자산을 매각할 때 허가금액 이상으로 처분해 손실을 방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허가금액은 교육부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 아닌 사립학교가 제출하는 감정평가서 등을 토대로 책정된다.
안산시의 한 공무원은 시청 공무원노동조합 누리집에 "교육부 승인을 받기 위해 감정평가서를 첨부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이미 안산시와 매매하기로 협의를 진행 중이어서 매수인인 안산시 입장에서 감정 평가한 평가서로 승인을 받아야 했다"고 지적했다.
안산시는 자체 감정평가액보다 비싸게 산 해당 부지에 대한 구체적 활용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땅을 놀리는 데 부담을 느낀 시는 임시로 170면 규모의 화물차 주차장을 조성한다. 주차장 조성 비용만 10억여 원이다.
안산시 관계자는 시의원들의 질의에 "전향적인 협조를 해 주신다면 전국적으로 좋은 (상생의)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으로 잘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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