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협약 체결 후 '공공형'서 '민간'으로 변경
윤병태 나주시장 "일주일 주겠다" 발언 논란
나주시가 추진했던 '공공형 종합병원' 설립과 관련해 사업 내용이 '공공형'에서 '민간'으로 바뀌었다가 또다시 '공공형'으로 변경된 내부결제 공문./김현정 기자 |
[더팩트ㅣ나주=김현정 기자] 전남 나주시가 민선8기 핵심 공약으로 추진했던 ‘공공형 종합병원 설립’ 공사가 멈춘 가운데 행정 불신이 공사 중단까지 일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특히 윤병태 나주시장이 "일주일 안에 공사를 재개하지 않으면 행·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사실상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나주시와 의료법인 세화의료재단은 지난 2022년 12월 '공공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불과 보름 만에 나주시가 '공공형'에서 '민간 종합병원'으로 사업을 변경했다가 논란이 일자 다시 '공공형'으로 되돌렸다.
이 과정에서 업무협약 당사자인 세화의료재단과 사전 합의도 없이 나주시가 일방적으로 사업 내용을 변경하면서 행정 불신과 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로 나주시의 내부결제 공문이 2023년 1월 '민간(공공) 의료체계 구축'으로 바뀌면서 4월부터는 '민간'으로 전면 수정됐다. 이에 대해 세화의료재단이 이의를 제기하자 7월부터 다시 공문을 '공공형'으로 변경하고 사업 내용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지난해 7월에는 나주시 공무원과 세화의료재단, 시의원 등 총 9명으로 구성된 '공공형 의료체계 구축 협의체' 회의에서 윤 시장 측근으로 알려진 한 위원이 "우리 가족 중에 의사가 있으니 사업을 검토해 보겠다"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발언을 놓고 나주시 안팎에선 업무협약 당사자인 세화의료재단을 배제한 뒤 다른 의료법인과 새로운 협약을 맺기 위한 초석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또 일부에선 세화의료재단을 길들이기 위해 나주시가 고의로 행·재정적 지원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윤 시장의 최근 발언도 이런 의심에 힘을 싣는다.
세화의료재단 측은 지난 16일 윤 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윤 시장이) 일주일 안에 공사를 재개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라고 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초 지원키로 했던 전남 외국인 진료센터도 다른 곳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을 듣고 협박처럼 느껴졌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나주시 관계자는 "절대 그런 일은 없었다. 그리고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년이 지나도록 사업 추진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으니 해당 위원이 염려 차원에서 한 발언이었으며, 업무협약 체결 이후에는 다른 법인을 검토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나주시 공공형 종합병원은 응급의학과(응급실)·내과·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등을 갖춘 100병상 이상의 의료시설(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당초 올해 1월 문을 열 예정이었다.
세화의료재단은 '공공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 따라 영산포 제일병원 건물을 인수한 뒤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응급실 운영 지원금과 스프링클러 설치비 등 행·재정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지난 3월 공사 중단을 잠정 결정했다.(<더팩트> 5월 7일 자 보도, 윤병태 나주시장 ‘공공형 종합병원 설립’ 추진…헛공약에 그치나)
시민들은 올해 초 예정대로 응급실을 갖춘 공공형 종합병원이 문을 열면 다양한 응급 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사실상 해당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허탈감만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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