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시 규제 개선 '수용 실적' 부진에도 최우수 기관 선정…도지사 표창 남발 의혹
입력: 2024.05.07 18:05 / 수정: 2024.05.07 18:19

정부에 건의한 28개 과제 중 '수용'은 2년 연속 1건씩
경북도 "실효성보다 아이디어 제출 건수에 후한 점수"


영천시청 전경./영천시
영천시청 전경./영천시

[더팩트ㅣ영천=최대억 기자] 경북 영천시가 최근 2년간 불합리한 규제 개선을 위해 건의한 대부분의 과제가 중앙부처에서 거부당하는 등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경북도의 관련 평가에선 '최우수' 기관상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올해 실시한 평가에서는 경북도가 잣대로 삼은 평가 기준이 전년도와 흡사하고 영천시가 건의한 과제 수도 전년도(15건)와 거의 비슷한 수치(13건)임에도 영천시가 순위권 밖인 5위로 밀려나는 등 경북도의 채점 기준이 정부의 과제 수용 등 실효성과 전혀 무관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천시는 앞서 새 정부 규제 혁신 추진 방향에 따라 저하된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 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2년에 걸쳐 현장에서 발굴한 총 28건의 규제 개선 과제를 국무조정실(규제개혁신문고)과 행정안전부(자자체 정기건의), 중소기업벤처기업부(중소기업 옴부즈만)에 건의했다.

문제는 이런 영천시의 규제 개선 추진 실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실제 법안 개정 등을 적용하지 않았지만, 자치법규 개정 및 시스템 구축 예정 행태의 과제 수용 건수는 2022년도 1건, 2023년도 1건 등 단 2건에 그쳤는데도 불구하고 경북도가 진행한 ‘2023년도 규제개혁 추진실적 평가’에서 영천시는 도내 22개 시군 가운데 2위를 차지하며 최우수 표창장을 수상했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 담당 부서는 영천시의 2022년도 추진 실적을 근거로 4개의 정부합동평가 규제 분야(60%) 및 자체평가 6개 지표(40%)를 적용해 배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경북도는 건의 과제 제의 수용 경쟁 제한적 자치법규(조례·규칙) 개선율과 중앙부처 건의 규제 발굴 및 개선 실적 등 4개 항목의 정부합동지표와 경북도 자체지표 6개 항목 중 규제 개선 아이디어 발굴 공모 제출 실적(15건 이상 20점)에서 영천시에 높은 점수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더팩트> 취재 결과, 영천시가 2022년에 수용됐다고 경북도에 공적을 올린 유일한 과제인 '식품 영업허가 신청서 개선' 항목은 국무조정실(규제개혁신문고)에서 '해당 서식을 개정할 예정'이라고 통보한 이후 2년이 다 된 지금까지도 부처에서는 법령 개정을 위한 절차인 서식 개정에 대한 사후 공지를 하지 않았고, 경북도는 아예 '수용 사실이 없음'으로 사전 판단했음에도 부실한 성과대회를 그대로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부처에서 '검토중' 취지로 결정을 내린 '일부 수용'된 규제 개선도 '수용'으로 처리한 정황도 파악됐다. 이밖에 '미회신', '부처 협의중', '장기 검토', '수용 곤란'으로 처리된 과제도 안건 발굴 실적으로 취급됐다.

결과적으로 기관상을 수여하는 경북도 입장에선 영천시가 2022년 건의한 과제 중 단 1건의 과제도 중앙부처에서 수용했다고 확정한 결과물이 없는데도 해당 분야 평가에서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해 200만 원의 포상금을 준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경북도 관계자는 "수용 여부보다는 경북도가 추진하는 아이디어 공모 참여 기여도 수준과 안건 실적 등에 주안점을 뒀다"면서 "실제 정부에 과제 건의하면 수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북도 주장대로 정부의 과제 수용 여부보다 ‘15건의 규제개선 아이디어 발굴 공모 제출’ 실적에 후한 점수를 줬다면 2023년에도 13건의 아이디어 발굴 과제를 제출했음에도 ‘2024년 규제개혁 추진 실적 평가’에서 영천시(5위)가 순위권 밖으로 밀린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경북도의 배점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천시 관계자는 "정부에서 수용한 2개 과제는 아직까지 '서식 개정'이 안됐거나 시스템 구축 중이라는 답변 외 현재로서는 없다"면서 "일부 수용은 충분히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수용' 과제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윤석열 대통령이 규제개혁으로 민간 주도 혁신성장을 이루겠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여러 차례 규제 개선을 각 부처에 주문한 결과, 제도가 실효성보다 아이디어 제안 숫자 등에 국한된 평가에 가려 '도지사 표창 남발 의혹'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는 실정이다.

영천시는 이러한 저조한 수용 실적에도 불구하고 행정, 법률, 교육 등의 위촉직 전문가(7명)와 당연직 공무원(5명)을 포함해 총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은 올해 3명(위촉직)만 교체한 것으로 파악됐다.

지역의 한 기업 대표는 "여러 부처의 법령이 얽혀 있는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고 현장의 입장을 반영할 관련 과제 평가에 대해선 시민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지표로 진행돼야 하며 선정 과정도 시민에게 모두 공개해야 한다"며 "영천시민을 대표하는 규제개혁위원회가 매년 수당만 받는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으려면 오히려 수용 여부에 따른 제대로 된 평가를 경북도에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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