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포 제일병원 리모델링 공사 3개월째 중단
"시장 공약인데" 믿었던 주민들 "속았다" 분노
오는 6월 개원을 앞두고 수개월째 공사가 중단된 '공공형 종합병원' 전경./나주=김현정 기자 |
[더팩트ㅣ나주=김현정 기자] 민선8기 윤병태 나주시장의 공약이자 시민들의 숙원사업인 ‘공공형 종합병원 설립’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나주시와 의료법인 세화의료재단이 맺은 행·재정적 지원 등 업무협약 내용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시민들은 올해 초 예정대로 응급실을 갖춘 공공형 종합병원이 문을 열면 다양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사실상 해당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면서 허탈감만 커지고 있다.
7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세화의료재단은 지난해 말 ‘공공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에 따라 영산포 제일병원 건물을 인수한 뒤 리모델링 공사에 들어갔다.
‘공공형 종합병원’은 응급의학과(응급실)·내과·외과·신경외과·정형외과·재활의학과 등을 갖춘 1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의료시설(지하 1층·지상 5층 규모)로 애초 지난 1월 문을 열 예정이었다.
공사가 중단된 채 방치된 병원 내부 모습./나주=김현정 기자 |
앞서 지난 2022년 12월 29일 나주시와 세화의료재단은 '공공형 의료체계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협약에는 △공공의료 발전 방안을 위한 협력 △필수의료 강화와 의료 취약계층 불편 해소 협력 △응급의료 활성화를 위한 행·재정적 지원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응급실 운영 지원금과 스프링클러 설치비 등 행·재정적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세화의료재단은 지난 3월 공사 중단을 잠정 결정했다.
세화의료재단 관계자는 "법인에선 총 12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지역사회 환원 차원에서 공공형 종합병원 설립에 참여한 것"이라며 "하지만 나주시가 약속했던 행·재정적 지원 범위를 두고 계속 태도를 바꾸면서 신뢰가 무너졌다"고 말했다.
또 "업무협약 체결 이후 나주시와의 갈등이 계속됐지만 지난해 10월 윤 시장과의 면담에서 행·재정적 지원 범위를 명확히 한 뒤 착공에 들어갔다"면서 "그런데 나주시가 또다시 스프링클러 지원금을 축소하는 등 약속을 파기했다. 더 이상 (나주시와) 협의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나주시 관계자는 "지원 범위에 대한 해석이 서로 달랐고 일정 부분 오해가 있었다"며 "공사를 재개해 정상적으로 개원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공형 종합병원' 설립 사업은 나주 영산포와 공산면·세지면·봉황면·동강면 등 남부권 주민들에게 다양한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윤 시장이 제시한 민선8기 주요 공약 중 하나다. 그간 남부권 주민들은 최대 15~20km 이상 떨어진 나주 시내 또는 광주지역 응급실을 이용해 왔다.
때문에 윤 시장이 내놓은 지역민들을 위한 '공공형 의료사업이' 불과 2년도 안 돼 무산 위기에 놓이면서 '공공형 종합병원' 개원을 손꼽아 기다리던 주민들 사이에서는 나주시 행정에 대한 분노와 불신만 커지고 있다.
주민 박모(이창동·50) 씨는 "지난 1월 개원 예정이었던 '공공형 종합병원'이 오는 6월로 준공이 연기되더니, 이제는 공사마저 중단됐다. 병원이 문을 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민과의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이 하면 안 된다"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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