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거주는 북구…주민등록 주소 중구는 자신의 홍보물 업체
의원 되자 이해충돌 피하려 유령회사 만들고 중구청과 수의계약
지난 4월 30일 오전 8시 30분경 대구 북구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배태숙 중구의회 부의장이 의회 출근을 위해 차로 이동하고 있다. 주차된 배태숙 부의장 차량(위), 출근을 위해 차로 이동하는 배태숙 부의장(아래)./ 대구 = 박성원 기자 |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거주요건을 두면서 국회의원에 대한 거주요건이 없는 이유에 대해 공직선거법 16조는 '국가의 입법기관 구성원으로 국민 대표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거주요건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이는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 지역민의 대표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거주요건을 요구하는 것으로 설명이 된다. 즉, 공직선거법상 지방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관할구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주민'이라고 명시된 것은 그 지역에 거주하면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주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법의 맹점을 이용해 실제로 거주하지 않으면서 주민등록만 이전해 놓고 지방의원으로 당선되자 제대로 된 의정활동을 하기보단 권한을 남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어 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대구 중구의회 부의장인 배태숙 국민의힘 의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중구이지만, 그가 실제로 거주하는 곳은 북구의 한 아파트다. 주민등록상 주소지인 중구엔 집이 아닌 배 부의장이 운영하는 홍보물 업체가 위치해 있다.
북구에 거주하면서도 주민등록은 중구로 한 배 부의장은 2022년 전국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여, 당선됐다.
구의원이 되기 전부터 홍보물 업체를 운영하면서 중구청과 수의계약을 해오던 배 부의장은 의원이 되면서 이해충돌방지법으로 인해 거래를 못하게 되자 건설현장 일용직을 대표로 세워 유령업체를 만들어 불법 수의계약을 이어갔다.
지난해 대구참여연대가 이 같은 정황을 파악해 감사원에 감사를 요청했다. 이후 진행된 감사에서 배 부의장이 유령업체를 만들어 불법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지난해 4월 3~14일 감사를 진행한 결과 배 부의장이 유령업체를 내세워 2022년 9~12월에 중구청 등과 8차례에 걸쳐 1680만 원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감사원은 △배 부의장 홍보물 업체에서 보낸 이메일이 유령업체에서 보낸 이메일과 동일한 점 △유령업체 명의로 계약한 물품을 배 부의장 홍보물 업체가 매입한 점 △유령업체 대표가 계약업무를 수행한 사실이 없고 계약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다고 진술한 점 등을 지적했다.
유령업체 대표는 건설현장 일용직 노동자로 밝혀졌다.
또한 불법 수의계약 과정에서 폭리를 취해 온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지난 2022년 8월 배 부의장이 중구의회 의원이 되고 난 후 중구의회는 배 부의장이 세운 유령업체를 통해 수의계약으로 머그컵 400개를 292만 원에 구매했다.
그런데 이 머그컵 400개는 배 부의장이 원래 운영하던 홍보물 업체에서 93만 5000원에 구입한 것을 유령업체를 통해 중구의회에 292만 원에 판매하면서 3배 이상 폭리를 취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북구에 거주하는 배 부의장이 중구에서 홍보물 업체를 운영하면서 중구청과 거래해왔던 점, 중구 의원에 당선되면서 유령업체를 통해 불법 수의계약을 이어간 점을 미루어 보아 구의원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기 위해 위장 전입을 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구 주민 A씨는 "위장전입을 통해 구의원이 된 것도 지역을 위해 봉사하기보다는 자신의 배를 채우기 위해 한 것 아니냐"며 "행정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고 감사에서 드러난 내용을 보면 공무원들도 충분히 알았을 가능성이 큰 데도 구의원이라 모른척 한 것 아니냐. 의원 자격이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배 부의장에 대한 불법 수의계약과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서는 대구 중부경찰서에서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부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건에 대해서는 지난해부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데다,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배 부의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차례 연락했으나, 배 부의장은 다음에 연락하자고 하고선 이후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