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장애 아들 간병살인 60대 아버지의 슬픈 사연
입력: 2024.05.03 15:25 / 수정: 2024.05.03 15:25

결심공판서 검찰 징역 5년 구형

대구지방법원 전경/ 더팩트DB
대구지방법원 전경/ 더팩트DB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장애가 있는 아들을 수십 년간 간병해오다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아버지에 대한 안타까운 사연이 주목을 받고 있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60대)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 24일 대구 남구의 자택에서 욕조 안에서 목욕 중이던 아들 B(40대)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B씨는 정신지체 3급의 장애로 태어나 2014년 뇌출혈이 발생해 뇌병변 1급 장애가 됐다. 그는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거동할 수 없어 A씨가 간병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변호인은 A씨의 아내이자 B씨의 어머니 C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A씨의 안타까운 상황을 재판부에 알리고자 했다.

A씨는 B씨가 20살이 될 때까지 직장도 그만두고 돌봐왔다. C씨는 경북 지역에서 조리사로 근무하며 돈을 벌었다. 20살 이후부터는 평일에는 사회복지센터에서 아들을 돌봐줘 A씨는 화물차 운전업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2014년부터 아들의 상태가 악화돼 다시 직장을 그만두고 아들을 돌보는 일에 전념하게 됐다.

2021년 3월에는 또 한 번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교통사고를 당해 다리 근육이 파열되고 발가락이 절단됐다. 아들 간병과 자신의 병원 진료를 병행하며 살아가던 중 지난해 8월 보험사로부터 ‘더이상 병원 치료비를 줄 수 없다’는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게 됐다. 많은 치료비를 자부담하게 되면서 A씨는 극심한 우울증을 앓게 됐다.

C씨는 "남편이 힘든 상황에서도 아들을 돌봐왔다. 하지만 저는 몸이 좋지 않아 아들 돌보는 일을 도와주지 못했다"고 A씨에 대한 선처를 재판부에 탄원했다.

검찰은 "희생과 노력은 안타깝지만, 생명을 살해하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며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최후변론에서 A씨는 "반성하고 참회한다"는 말을 3차례 반복하며 흐느꼈다.

A씨에 대한 선고는 이달 31일이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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