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남단 모슬포항 매일 20여 척 조업…오전 9시 항구서 도·소매
산란철 연한 뼈 '물회-강회' 선호…석쇠 구이와 조림도 인기
"최남단 모슬포 자리돔이 돌아왔다". 1일 오전 찾은 서귀포시 모슬포항에는 자리돔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들이 자리돔을 파는데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서귀포=허성찬 기자 |
[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제주의 봄철을 대표하는 별미인 '자리돔'의 시즌이 돌아왔다.
1일 오전 9시 제주 서귀포시 모슬포항.
새벽에 조업을 나간 '자리들망' 어선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항구 인근은 자리돔을 사려는 상인들과 식당 관계자들의 분주한 모습이 연출된다.
어선에 2개의 부속선을 실어 자리돔이 지나가는 때를 맞춰 그물을 들어올리는 들망 조업을 하는 자리돔은 활어로 판매하는게 관건. 이 때문에 아침 물때에 맞춰 조업을 하면 오전 9시부터 10시 사이에 20여 척의 배들이 조업을 마치고 항구로 돌아와 판매를 시작한다.
이때면 색다른 광경을 하나 볼 수 있다. 검은색 비닐봉지와 초록색 현금 상자 그리고 저울이다.
1일 오전 찾은 서귀포시 모슬포항.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어선들고 자리돔을 사려는 상인들이 북적인다. 당일 판매를 못하면 버려야 하는 자리돔의 특성상 고된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선원들이 직접 자리돔을 판매하기에 각 어선들 앞에는 저울과 자리돔, 초록색 현금 상자가 꼭 있다./서귀포=허성찬 기자 |
배에서 저울과 초록색 현금 상자를 들고 앞에서 소매로 판매하는 것. 정해진 양보다 조금 더 주는 서비스는 파는 사람 마음이다.
고된 어선 작업으로 피곤하지만 당일 판매를 못하면 버려야 하는 자리돔의 특성상 이렇게라도 판매를 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조업량이 많이 줄며 자리돔 가격 역시 많이 올랐지만, 제주 봄철 식당가에서 자리물회와 자리구이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자리돔을 사려는 사람들로 모슬포항은 항상 북적인다.
상자에 담긴채 저울 위에 올려져 무게를 재는 자리돔./서귀포=허성찬 기자 |
그러면 제주의 봄철을 대표하는 별미인 자리돔은 어떤 식으로 요리될까.
예로부터 도내에 자리돔은 서귀포시 범섬 인근에서 잡히는 '보목리', 그리고 최남단 가파도-마라도 인근에서 잡히는 '모슬포'를 최고로 친다.
보목리 자리돔은 크기가 작고 뼈가 연해 물회로 특히 인기가 많다. 실제 도내 자리물회를 취급하는 식당들은 거의 보목리 자리돔을 쓴다고 홍보한다.
반면 모슬포 자리돔은 물살이 거센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에서 잡히는 만큼 그 크기가 크고 뼈가 다소 억센 편이다. 때문에 강회나 구이, 조림 등 다방면에 활용된다.
자리돔은 4월부터 산란을 준비해 6~7월 산란을 시작한다. 몸집이 작어 뼈재 썰어먹어야 하는 자리돔의 특성상 뼈가 약해지는 산란철이 곧 제철인 셈이다.
고추장을 기본베이스로 하는 육지부 물회와는 다르게 제주에서는 예로부터 된장을 활용해왔다. 이 때문에 자리물회는 된장을 기본 베이스로 제피(산초나무 잎)와 빙초산을 첨가해 먹는 방식이 대부분이다.
양념한 된장에 찍어먹는 강회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큼직한 자리돔을 세꼬시 형식으로 뼈채 썰거나, 척추뼈를 제거한 뒤 포를 뜨는 방식도 있다. 좀 먹을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은 머리와 내장, 그리고 등지느러민에 박힌 가시만을 제거한 뒤 통째로 먹기도 한다.
자리지짐이라고 불리는 자리돔 조림은 간장을 베이스로 고춧가루, 설탕, 다진마늘 등을 첨가한 양념장을 넣어 물과 함께 조린다. 물론 지역에 따라 간장이 아닌 소금을 넣고 조리거나 큰 자리돔에 양념장만 넣고 조리는 방식, 작은 자리돔을 자작하게 조리는 방식으로 요리해 한입에 먹는 지역도 있다.
자리돔 구이./서귀포=허성찬 기자 |
모슬포 자리돔은 구이를 으뜸으로 친다. 최대 20㎝까지 자라는 흔히 어른 손바닥만한 자리를 석쇠 위에 올려 굵은 소금으로 간을 맞춰 굽는다.
미식가들은 자리돔구이 중에서도 내장이 들어있는 배 부분과 머리 부분을 제거하지 않고 통째로 먹기도 한다. 내장 부분은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을, 머리 부분은 고소함의 최고봉이라고 입을 모은다.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음식인 자리젓은 지역마다, 혹은 집집마다 담그는 방식이 틀릴 정도로 다양하다. 대체적으로 알을 배고 있는 6월 초부터 7월 하순까지 담근다고 하며 숙성된 자리젓은 가을부터 꺼내 기호에 맞게 양념을 해 먹는다.
아울러 제주에서는 예전에 이맘때 잔칫날이나 일포날(발인 전 문상객을 받는 날)에 자리돔 회무침이 없으면 안된다고 할 정도였다고 하나 최근에는 그 의미가 많이 흐려지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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