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방문객 통째로 관광객 수에 포함시켜
경주시 "한국관광 데이터랩서 통계 추출"
지난해 10월 경주시가 배포한 보도자료./경주시 |
[더팩트ㅣ경주=최대억 기자] 경북 경주시가 제멋대로 관광객 수를 부풀려 홍보한 정황이 드러났다.
관광 목적이 아닌 일반 방문객을 통째로 관광객 수에 대거 포함시켜 자체적으로 실시한 통계조사 결과치보다 최고 5배까지 뻥튀기하는 등 일종의 꼼수를 써서 자치단체의 치적으로 과대 포장했다는 지적이다.
경주시는 지난해 10월에 1~9월까지 9개월간 경주를 찾은 관광객이 3592만 9463명으로 집계됐다고 강조하며 '관광객 3600만명 경주 다녀가' 제하의 보도자료로 대국민 홍보를 벌였다.
올해 들어 관련 보도자료를 토대로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 관광객의 수는 4750만 명으로 경주시민 25만 명의 190배가 경주를 찾았다. 이제 경주는 관광객 5000만 명 시대를 앞두고 있다"며 큰 폭의 관광객 수 성장을 자축했다.
관광객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고 정책·예산 배정 등 경주 관광사업 전반을 이끄는 담당 부서인 문화관광국(국장 남심숙)도 최근 시정 현안 언론 브리핑을 통해 '관광객 5000만명 육박'을 재차 강조하며 실적에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에 찬 모습을 보였다.
경주시가 관광객 수로 활용한 한국관광 데이터랩 ‘방문자 수 히트맵 방문자(b+c)’ 통계 자료./경주시 |
1일 <더팩트> 취재 결과, 경주시가 지난해 밝힌 9개월간 관광객 수 3592만 9463만 명의 출처는 한국관광 데이터랩이 제공한 빅데이터(지역별 방문자 수·비회원용) 메뉴에서 '방문자 수(연인원) 추이'의 외부인 방문자(외지인+외국인)를 모두 더한 수에서 5명(2·3·5·7·9월 각 1명씩)을 더 보탠 수치로 확인됐다.
또 9월 이후 나머지 3개월(10~12월)간 1175만 1229명의 방문자(10월 449만 5205명, 11월 368만 9975명, 12월 356만 6073명)도 월별로 1명씩 값을 더해 1년치 산출된 방문자 4700만여 명을 관광객 수로 확정지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 통계 맵은 ±8명의 오차가 있는 두 종류(회원·비회원용) 자료가 있는데, 경주시가 활용한 집계치는 8명 더 많은 회원용 '방문자 수 히트맵 방문자(b+c)' 자료로 파악됐다.
경주시가 활용한 데이터는 한국관광공사의 '관광빅데이터 분석 가이드라인 수립연구'에 의거해 방문자 이동행태를 분석한 것이다.
문제는 한국관광 데이터랩 조차도 '방문자'에 대해 일상생활권(거주, 통근, 통학 등)을 벗어나 관광 등의 목적으로 한 장소(분석 대상 공간)에 '일정시간 이상' 체류한 사람으로 정의한다고 하면서도 '해당 데이터는 이동통신데이터를 원천으로 하고 있으므로 방문 목적은 정확히 구분 불가능'하다고 명시했다.
또한 '일정 시간 이상'이라 함은 해당 지자체 내, 특정 기지국에 30분 이상 체류 기준을 뜻해 사실상 경주를 경유할 수밖에 없거나 일상적인 방문자가 관광객 수에 대거 합산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경주시도 그동안 한국관광 데이터랩 자료에 의존해 통계를 추출 발표하는 과정에서 현실과 거리가 있는 집계방식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취재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 보완 차원에서 지난 2022년부터 무인계측기(loT센서) 71개(2023년 말 기준)를 확보해 관광객 수를 자체적으로 집계 중이다. 주요 관광지점 24곳(올해 2곳 추가) 가운데 동궁과 월지, 불국사, 석굴암, 대릉원, 황리단길 등 내·외국인 필수 관광코스 각 지점의 월별자료(매표소·관광버스 단체 집계) 취합 및 무인계측기 측정값을 바탕으로 관광객 수에 대한 근사치 통계자료를 매월 작성하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47만 9611명이 경주를 다녀간 것으로 파악됐지만 외부 공개를 꺼리는 등 경주시가 발표한 관광객 수 대비 3000만 명 이상의 통계 오류가 발생한다.
특히 지난해 경주 보문관광단지내 힐튼호텔 등 24개 숙박시설 및 경주월드 등 16개 오락문화시설에 대한 내·외국인 전체 이용객이 544만 2169명(경북문화관광공사 자료) 수준임을 감안하면 경주시의 현실과 동떨어진 관광객 수 집계는 도를 넘어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경주시가 관광객 수를 추출한 동일한 방법으로 한국관광 데이터랩 '전국 현황' 메뉴에서 2023년 1월부터 12월까지 방문자 수를 월간 조회로 합산했더니 지난해 우리나라를 다녀간 외지·외국인을 합친 외부인 방문자 수는 29억 4158만 1197명(현지인 방문자 수 94억 5638만 5813명)으로 산출됐다. 경주시 홍보 방식대로라면 우리나라 인구 수(5175만 1065명)보다 57배 많은 29억 4000만여 명의 관광객이 1년간 한국을 다녀갔다는 터무니없이 과다한 계상이 성립된다는 논리다.
서울시와 대구시 외부 방문객도 각각 5억 9624만여 명, 1억 294만여 명으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경주시가 지난 2년간 3억 9240여만 원의 예산을 쏟아 무인계측기를 설치하면서까지 근거가 부실한 '관광객 4750만 명' 실적의 고작 19% 수준에 불과한 방문자(947만 9611명) 추세를 사전 알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대응책 마련은 뒤로 한 채 한술 더 떠 올해 당장 '관광객 5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발표한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와 관련해 경주시 관계자는 "시가 발표한 관광객 수 자료는 한국관광 데이터랩 자료를 추출한 것이고 직전 담당자가 작성했기 때문에 잘 모르겠다"면서도 "다만 외부 방문자라 하더라도 모두 관광 목적은 아닌 것은 맞다"고 통계 오류를 일부 인정했다.
그러면서 "새로 도입한 무인계측기도 아주 정확하다 볼 수 없는 추정값이긴 하나, 관광객들이 무조건 경유하는 불국사 입장객 수에서 25% 가산 처리하는 부정확한 기존 산출법과 외부 방문객 추정값 위주의 한국관광 데이터랩보다 정확도를 더 높이고 최대한 근사치를 산정하기 위한 것이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무인계측기 시스템도 스마트폰이 발신하는 맥어드레스(MAC address·통신을 위해 랜카드 등에 부여된 일종의 주소) 신호를 감지해 관광객 수를 집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유로 방문자의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아 대상지에 주 5일 같은 시간대(4일 이상) 상주하는 주기적인 방문자를 제외한 경주시민도 관광객으로 카운팅되는 '허수'의 한계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