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임종식 경북교육감은 도의회 참석…교육장 22명은 '낮술'
입력: 2024.04.24 09:17 / 수정: 2024.04.24 09:17
경북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 22명의 오찬이 끝난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는 병 음료가 아닌 캔 음료로 모두 뚜껑이 오픈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의성=이민 기자
경북지역 교육지원청 교육장 22명의 오찬이 끝난 테이블에 놓인 음료수는 병 음료가 아닌 캔 음료로 모두 뚜껑이 오픈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었다./의성=이민 기자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지역 교육계 수장인 교육감이 도의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동안 교육장들은 낮술을 마시는 일이 생겨 비난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지역 모든 교육 공무원들의 눈길이 쏠려야 할 도의회 질의 시간에 발생한 일이어서 수장의 '령'이 서지 않는 건 물론 여전한 낮술 문화에 젖은 공무원들이라는 오명까지 쓰게 될 판이어서 향후 이들에게 어떤 처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경북도교육청 이야기다.

임종식 경북도교육감은 23일 제346회 경북도의회 임시회(제1차 본회의)에 참석해 도정 및 교육행정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경북도교육청에 관심이 집중되고 교육청 산하 공무원들의 긴장이 집중되는 순간이 바로 교육감의 의회 답변자리란 건 상식이다. 바로 그 시간에 교육감 다음으로 높은 직책인 교육지원청 교육장들이 술을 마신 것이다.

전날 의성군의 한 식당에서는 경북도 내 22개 시·군 교육지원청 교육장협의회 오찬 간담회가 진행됐다. 교육장들이 식사를 마치고 떠난 테이블에는 술병이 올려져 있었다.

이에 대한 취재가 시작되자 의성교육지원청 측은 "건배사를 위해 맥주를 술잔에 채웠다"고 명분을 만들어냈다. 또한 "소주병은 음료병을 잘못 본 것 같다"고 낭설로 취급했다. 하지만 현장을 찍은 사진만 봐도 이 해명에 납득할 이들은 없다는 걸 금방 알 수 있다. '술은 마셨지만 음주운전은 하지 않았다'는 우스갯소리와 별반 차이가 없이 궁색할 뿐이다.

물론 기쁜 자리에서 가볍게 술을 곁들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대낮에 오후 공식 일정이 남은 행사 참가자들이 그것도 수장이 의회에서 교육행정에 관해 설명하고 있을 때라는 점을 감안할 때 단 한 잔의 술이라도 '반가워서'라는 식의 변명은 통하기 어려워 보인다.

잘 알려진 패션 용어 중에 'TPO'라는 말이 있다. 'T(Time)' 'P(Place)' 'O(Ocasion)', 쉽게 말해 시간, 장소, 상황에 알맞게 옷을 입는 게 패션 감각을 빛나게 한다는 의미다. 이 TPO를 교육장들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결혼식장에 운동복을 입고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행동이 '주인의 텐트를 빼앗은 낙타'가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을 가볍게만 볼 일은 아니란 점이다.

텐트 안에서 자는 주인에게 낙타는 자신의 머리만 텐트 안에 넣고 자도 되는지 물어봤다. 주인은 허락했고 낙타의 요구는 어깨와 몸통, 다리로 늘어났고 결국 주인은 내쫓기고 마침내 낙타가 텐트를 차지한다는 이야기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면 큰 화를 부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 행정사무 감사에서 음주운전 처벌을 통보받은 교직원이 21명으로 집계됐다. 적지 않은 숫자다. 이번 일은 음주운전은 아니라서 사안이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건 오산이다.

가르치는 입장은 모범을 보여야 후학들이나 제자들이 따라오기 마련이란 점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교육청 대표들의 이런 행동을 이해하는 학부모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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