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경기지부, 늘봄학교 파행 운영 사례 공개
일부 학교에선 교장이 교사에 수업 준비 지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가 23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늘봄학교 파행 운영 사례를 공개하고 있다./전교조 경기지부 |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 시흥시에 있는 한 초등학교에서는 교장이 늘봄학교 강사로 직접 나서고 있다. 1시간당 강사료가 6만~8만 원에 달해 부수입이 짭짤해서다.
해당 교장은 하지만 수업 준비는 본인이 직접 하지 않는다. 늘봄교실에 참여하는 평교사에게 "자료를 넉넉하게 준비하라"고 '갑질'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늘봄학교 파행 운영 사례를 공개하고 "늘봄학교를 전면 재검토해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경기도교육청에 요구했다.
전교조 경기지부가 지난 9~19일 운영한 늘봄학교 파행 사례 신고센터에 접수된 내용은 주로 강사비 급등과 예산 쏠림으로 다른 교육지원책 축소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방과 후 프로그램 등 기존 교사들의 수업비보다 터무니없이 많은 강사비로 차별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기간제 교사를 늘봄학교에 배치해 교사들의 수업시수도 늘었다고 한다.
A 초등학교의 경우 시간당 강사료가 3만 5000원인 돌봄교실 프로그램 강사 등이 강사료가 높은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맡기 위해 대거 이동해 타 프로그램 강사 채용에 차질을 빚었다.
B 초등학교에서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공간으로 교실이 쓰이면서 교사들이 다음 날 정규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하소연도 나왔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늘봄학교 수당이 오르자 교장, 교감까지 강사를 하려 하고 있고, 수업자료는 교사에게 준비하라는 부당 지시를 하고 있다"면서 "희망 교사에 대한 선정 절차도 없이 교장, 교감, 교무부장, 연구부장 등이 강사를 독식하고 있는 곳도 있다"고 전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경기도교육청이 현재 학교 상황을 정확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강사비 인상으로 인한 학교 갈등 행정지도 △늘봄학교 프로그램 공간 확대 △늘봄학교 업무 지자체 이관 확대 등을 요구했다.
늘봄학교는 저출산 대응과 사교육비 경감 등을 위해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초등학교가 아이들을 돌봐주는 제도로 지난달부터 시행됐다.
도내에서는 전체 초등학교의 70%가 넘는 975개 교에서 늘봄학교를 운영 중이다.
vv83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