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민과의 대화’로 편성한 민생예산 삭감
소멸위기 대응 청년특구 조성 좌초 위기
오태완 군수 "군민 볼모 예산삭감 참담"
의령군의회/의령군 |
[더팩트ㅣ의령=이경구 기자] 경남 의령군의회가 23.7%라는 사상 초유의 전례 없는 추경 예산안 삭감으로 의령군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의령군의회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추경 예산안을 심사하고, 373억 원 중 약 23.7%에 해당하는 88억 원을 삭감했다. 이번 조정 규모는 최근 여섯 번의 추경 예산안 평균 조정 비율인 0.83%의 29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특히 주민 안전 예방 사업 18억 9500만 원은 군의회 의원들과 함께 13개 읍면 전역에서 ‘군민과의 대화’를 열고 군민들의 의견을 들여 편성한 예산이었다. 하지만 군의회는 이번 추경 예산안 심사에서 '불요불급'이라는 사유로 전액 삭감했다.
또 오태완 군수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청년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사업 추진이 중단될 위기에 처했다. 군은 지난해에는 청년마을 공유주거 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국비 10억 원을 지원받았는데 군의회는 국도비가 확보된 이번 예산도 전액 삭감해 확보한 국도비를 모두 반납할 처지에 놓였다.
이 같은 국도비 예산삭감은 ‘군비 매칭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의령군의 신뢰도가 떨어져 향후 국도비 확보 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군은 "주민들의 편익이 기준 되어야지 ‘불요불급’이라는 군의원들의 판단이 왜 우선시 되는 것이냐"고 반문한 뒤 "군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주민들의 절절한 요구를 군의회가 걷어찼다. 원칙과 상식 없는 예산 심사의 결과로 긴급한 안전 예산과 민생예산 집행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깊은 유감을 표했다.
농민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지긴 마찬가지다. 공동방제용 농자재 살포기 구입 지원 예산 3370만 원, 양정시설 개보수 지원 예산 9500만 원, 벼 공동육묘장 시설 현대화 예산 2억 7500만 원, 지역특화품목 육성 예산 12억 2400만 원 등은 시급한 농민 숙원사업으로 오랜 기간 요청했던 예산이다.
또 양정시설 개보수 지원, 벼 공동육묘장 시설 현대화 사업, 가공공장신축 및 시설현대화 사업, 지역특화품목육성사업, 기계장비 구입 등 5개 농업 관련 사업은 도 공모사업에 선정돼 이미 사업자 선정까지 마친 상태라 이번 예산삭감으로 농업인들의 큰 피해가 예상된다.
오태완 군수는 "군민을 볼모로 삼는 예산삭감 행위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의회에서 자행됐다. 긴급현안 사업비를 깎는 것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의령군은 할 수 있는 모든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오 군수는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해 "이번 추경예산은 군민들이 오랫동안 불편함을 감내한 숙원사업이 다수다.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돼 군민께 죄송"하다며 "군민의 삶을 지키고, 의령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절실한 시점에서 군의회가 발목잡기로 군민 불편을 가중했고, 빨간불로 군정 운영을 막았다"고 더붙였다.
의령군은 다가오는 2차 추경에, 이번에 삭감된 예산을 재편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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