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내홍①] 총장-총동창회, 볼썽사나운 진흙탕 싸움
입력: 2024.04.09 18:35 / 수정: 2024.04.15 18:15

총장 "동창회 사조직화로 학교 흔들며 가짜 뉴스 유포"
동창회 "연임 위해 정관개정에 나팔수 신문까지 만들어"


영남대학교가 총장 연임과 관련된 학교 정관 개정을 두고 대학(총장 측)과 총동창회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왼쪽은 총동창회 측이 총동창회보를 통해 최 총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오른쪽은 최 총장이 YU천마뉴스를 통해 총동창회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동창회보, YU천마뉴스
영남대학교가 총장 연임과 관련된 학교 정관 개정을 두고 대학(총장 측)과 총동창회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왼쪽은 총동창회 측이 총동창회보를 통해 최 총장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오른쪽은 최 총장이 YU천마뉴스를 통해 총동창회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동창회보, YU천마뉴스

영남권 대표 사학 중의 하나인 영남대학교가 내홍을 겪고 있다. 총장 연임과 관련된 학교 정관 개정을 두고 대학(총장 측)과 총동창회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학교 측이 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 제도를 폐지하면서 점입가경으로 흘러가고 있는 영남대 내홍을 연속으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김채은 기자] 박정희 전 대통령이 옛 대구대학과 청구대학을 통합해 만든 지역 대표 사학인 영남대학교가 오랜 세월 유지해 온 총추위를 2022년 12월 이사회(영남학원)를 통해 폐지했다.

그동안 영남대 총장 선임은 총추위를 거쳤다. 법인·교원 대표 각 3인, 직원·동문·지역 대표 각 1인 등 총 9인으로 구성된 총추위가 이사회에 3~5명의 총장 후보자를 추천하면 법인 이사회에서 그 중 1명을 총장으로 최종 선정했다.

하지만 총추위가 폐지되면서 앞으로는 재단이 독자적으로 총장을 임명할 수 있게 됐다. 다시 말해 총추위 폐지로 총장 선출방식이 그동안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간접적으로 수렴하는 '간선제'에서 이사회가 총장을 임명하는 '임명제'가 됐다. 나아가 이사회 측 결정에 따라 총장 연임도 가능해졌다.

총동창회 측은 반발하고 나섰다.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학교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A이사의 경우 학교 측이 교묘하게 안건을 상정하는 바람에 이를 눈치채지 못해 '총추위 폐지건'에 자신이 찬성한 것처럼 돼 버렸다는 게 총동창회 측의 주장이다. 반면, 학교 측은 절차상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총동창회 측은 지난해 9월 동창회보를 통해 '총장추천위원회 폐지가 절차적인 문제가 있는 데다 폐지된 사유도 석연찮다'고 적시했다. 10월에는 같은 지면에 '총장 선임 참여 길 열어 달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총동창회는 기사를 통해 대학 구성원의 의견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총장을 선임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명분이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공공성이 강한 사학이 총장을 일방적으로 임명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을 재차 천명했다.

갈등이 본격화된 것은 올 2월 23일 총 16면의 'YU천마뉴스' 창간호에 총장의 입장이 실리면서다. 영남대는 소식지 형식의 YU천마뉴스를 1만 부 정도 발간했다. 1호에 이어 YU천마뉴스는 지난달 29일 2호를 발간했다. YU천마뉴스는 월간 신문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학생들이 발간하는 학보인 영대신문과는 별개이며 발행정보도 주체도 불분명하다는 게 총동창회 측의 설명이다.

현재 YU천마뉴스는 영남대 홈페이지 사이버홍보실 YU자료실에 올라가 있다. YU자료실에는 e-북 형태인 'YU, YU 人'이 소식지에 이미 19호나 올려져 있다. 그럼에도 YU천마뉴스가 별도로 YU자료실 하위링크에 등재돼 있어 총동창회 측의 설명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최 총장은 YU천마뉴스 창간호 6면에 ‘악의적인 동창회보 기사와 영남대학교 총동창회 운영파행에 대한 총장 입장문’을 실었다. 입장문에는 '2023년 9월과 10월 실린 동창회보의 기사와 동창회운영 파행에 대해 직접 말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가짜 뉴스와 동창회 사조직화로 법인과 학교를 흔드는 적반하장격 선동행위에 끝까지 맞설 예정이다', '창업정신에 입각한 인재 양성과 법인·대학의 정체성 확립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총동창회 측은 이에 맞서 3월 26일 동창회보를 통해 총동창회가 총추위 폐지에 이의를 제기한 까닭에 2월 말에 진행된 학위수여식에서 초청도 받지 못하고 축사가 배제되는 등의 일이 벌어졌다고 알렸다. 또 '최외출 모교 총장의 총동창회장 출마, 정말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총추위 폐지와 최 총장의 행보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29일에는 대학 측이 YU천마뉴스를 통해 또다시 반격을 시작했다. 최 총장은 동창회보를 언론중재위에 제소한 다음 YU천마뉴스 2호 1면에 '동창회보 오보, 언론중재위 조정 신청'이라는 제목으로 동창회보의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또 4면과 5면 전면에는 총동창회 측의 주장에 대해 구체적으로 반박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언론중재위 측은 해당 동창회보를 정기간행물로 간주하고 최 총장 측의 제소를 받아들인 상태다.

최 총장은 학보 '영대신문' 12면에 자신의 입장문을 광고로 실었다. 또 다른 교내 교수는 최 총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영대신문과 YU천마뉴스에 칼럼으로 쓰기도 했다. 최 총장 측은 해당 칼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공유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는 최 총장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최 총장이 자신의 입장을 알리기 위해 교내 '언론'을 새롭게 만들고 '사유화' 시켰다는 의미에서다.

한 졸업생의 말이 지역사회의 시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그는 "1회 발행이 최소 300만 원 정도 드는 데다 신문으로 갖춰야 할 발행인이나 편집, 기사에 대한 바이라인조차 없다. 급조한 유사 신문을 통해 총장의 입장을 밝힌 것은 언론의 사유화를 시도한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총동창회 측에 대한 시선 역시 곱지 않다. 정관 개정과 총장 연임에 관한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총장의 반론이나 입장문을 동창회보나 기존 교내 언론에 넣어줬으면 이런 진흙탕 싸움이 애초에 시작되지 않았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총동창회 측은 "총추위 제도를 없애 특정인이 좌지우지하겠다는 자신의 속내가 들킨 것 같아 최 총장이 감정적인 것 같다"며 "영남대 동문들은 주인정신을 갖고 모교가 역동적으로 나아갈 수 있길 바라고 있으며 이 문제 역시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영남대학교 측은 "지난해 동창회보에 두 차례 실린 내용이 사실과 다른 데다 정정보도와 반론을 반영해주지 않아서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했으며 동창회 측과도 관련 내용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며 "총추위 폐지의 경우 대학에서 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서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최 총장의 총장 연임에 대해서는 확인해주지 않았다.

한편, 지역 대학가에서는 이사회의 총추위 폐지 의도가 최 총장의 연임을 위한 것으로 기정 사실화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대학과 총동창회의 이 같은 일련의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에서다.

tktf@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