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시각장애인에게 일반 공보물…"그 속내가 궁금합니다"
입력: 2024.04.06 17:23 / 수정: 2024.04.06 17:23

경산 조지연 후보, 약속까지한 점자 공보물 대신 QR코드 공보물 보내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경산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 앞으로 전달된 선거 공보물. 4명의 후보자 중 3명의 후보는 점자형 공보물이 전달된 반면, 조지연 후보의 경우 일반 공보물에 QR코드가 표시돼 있다./경산=김민규 기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전 경산시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 앞으로 전달된 선거 공보물. 4명의 후보자 중 3명의 후보는 점자형 공보물이 전달된 반면, 조지연 후보의 경우 일반 공보물에 QR코드가 표시돼 있다./경산=김민규 기자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우리가 눈에 보이지 않나봐요."

경북 경산시 조지연 국민의힘 후보의 '약자' 계층에 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일이 벌어져 보는 이를 씁쓸하게 하고 있다.

조 후보는 얼마 전 시각장애인협회 관계자로부터 '점자형 선거 공보물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후보자는 화답했고 캠프 관계자에게도 '부탁'했다. 그 과정에서 후보자 측 관계자가 점자가 아닌 'QR코드'를 통한 선거 공보물을 싣겠다는 답변을 해왔다. 이에 시각장애인들은 "앞이 안 보이는 장애인이 어떻게 QR코드를 이용할 수 있겠느냐. 재고해 달라"고 친절하게 일러주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선거 공보물을 받아보니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것도 후보 4명 중에서 유독 직접 요청을 했던 조 후보만 점자 공보물이 아닌 일반 공보물을 부쳐온 것이다. 장애인단체는 "문제 삼을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 알려지게 돼 오히려 우리가 유감스럽다"면서도 "(조지연 후보) 다시 볼일이 없지 않겠느냐"면서 섭섭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시각장애인협회의 입장을 떠나 이번 일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후보 측에서 점자 홍보물을 만드는 게 특별히 어려운 작업이 아니란 것이다. 선관위에 요청만 하면 점자형 선거 공보물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차원에서 사전에 교감을 하고도 선관위에 요청 전화 한 통이면 끝날 일이기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단순히 표로 시각장애인을 대했기 때문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해당 장애인단체의 소속 회원 숫자가 얼마 되지 않는 만큼 적극적으로 표 모으기를 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지 않았냐는 것이다.

결과론만 놓고 보면 선거에서 표는 현실이란 점에서 이런 주장에 설득력이 없지는 않아 보인다. 물론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 표, 한 표가 더없이 중요한 상황에서 설마 그렇게 대놓고 '무시'할 리가 없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표는 현실이다. 냉철하게 판단해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옳다. 승리를 위해서 법과 위법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기도 한다. '표'와 '승리'라는 현실적 판단에서 선거운동을 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놓쳐서 안 될 일이 있고 해서는 안 될 약속은 엄연히 존재한다. 선거가 끝난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끝나지는 않는다. 승리하면 승리하는 대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고, 지면 지는대로 패배의 중요 원인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 후보는 경산시에 출마한 후보들 중 가장 젊다. 금배지를 달게 된다면 더 없이 영광일 수밖에 없다. 다른 무엇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약속된 세대의 대표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이런 사단은 나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었다. 시각장애인단체 관계자가 왜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다시 볼 일 없다"고 단언했는지 선거의 승패를 떠나 젊은 정치인으로서 두고두고 마음에 새겨야 한다. 한 부류 약자들의 목소리로 치부하는 순간 미래에 대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걸 잊지말아야 한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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