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주년 제주4.3추념식 3일 봉행…유족 김옥자 씨 사연 뭉클
5살 때 부모와 3살 남동생 잃어…영상 속 딸 이름 부르자 '오열'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가운데 유족들이 비석을 향해 제를 올리고 있다./제주=허성찬 기자 |
[더팩트ㅣ제주=허성찬 기자] 76년 전 제주 4.3당시 아버지와 어머니, 남동생 모두를 잃어야 했던 5살 소녀가 80살이 넘어 AI(인공지능) 기술로 꿈에도 그리던 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만났다.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제76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에서는 처음으로 AI를 이용한 희생자의 생전 모습을 복원이 이뤄졌다.
이날 한은빈 양이 무대에 올라 김옥자 할머니의 사연을 소개했다.
4.3의 비극적 역사가 진행되던 1948년의 초겨울. 당시 5살이었던 김옥자 할머니가 기억하는 아버지 故 김병주 씨의 마지막 말은 '아버지 집에 가서 소여물 먹이고 금방 돌아올게'였다고 한다.
이 말을 끝으로 아버지를 다시 볼 수 없었으며, 몇 달 후 어머니마저 화북천에서 주검으로 발견됐고, 3살이었던 남동생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가운데 유족들이 행방불명인 비석을 찾아 제를 올리고 있다./제주=허성찬 기자 |
이후 막내 고모의 손에서 자라다 15살 때 육지로 올라가 공장 여공과 채소장사, 식모살이 등 힘겨운 삶을 이어가던 중 다시 제주로 내려와 가정을 꾸렸다고 한다.
그렇게 다시 찾은 아버지의 주검은 4.3 당시 돌로 머리를 맞아 심하게 훼손되며 작은 두개골 조각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다.
너무 어린 나이에 헤어졌던 아버지였기에 얼굴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김옥자 할머니. 꿈에서라도 보면 알수 있을까, 아버지가 혹시나 자기를 불러도 모르겠다며 오열하는 영상은 추념식에 함께한 모두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제주=허성찬 기자 |
이에 친족들과 주변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수천 장의 인물사진을 대조하며 AI기술을 활용해 김병주 씨의 젊었을 적 모습이 복원됐고, 영상 속 하얀 도포를 휘날리며 "옥자야, 아버지여. 하영 기다렸지? 이래 오라. 우리 똘 얼마나 커신지 아버지가 한 번 안아 보게"라는 육성까지 보태지자 평화공원 곳곳은 눈물바다가 됐다.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가운데 유족들이 비석을 찾아보고 있다./제주=허성찬 기자 |
제76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제주=허성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