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측 "새벽부터 빼곡히 주차하고 오후 늦게 빠져"
구청 측 "개방형 주차장…공사현장 차량이라고 통제할 근거 없어"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 주차장에는 '대구 범어 아이파크' 1, 2차 아파트 공사 관계자들이 주차장을 점령하다시피 해 주민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
대구 수성구 수성구민운동장 주차장에는 인근 공사현장 관계자들의 차량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아래 사진은 공사 관계자들이 대거 빠진 오후 5시쯤 주차장 전경./대구=김민규 기자 |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대구 수성구에서 국내 굴지의 대형 건설사가 구 소유 주민 주차장을 무단으로 점령하다시피 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건설사 차량 때문에 주민들은 주차장을 거의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건설사 관계자들만 무료 주차 혜택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이 2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주민들이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오전 10시 대구 수성구 범어동 수성구민운동장 주차장에는 수성구청 대형 특수차량과 승용차와 화물차 등이 빼곡히 들어찼다. 주차장 면적은 4300㎡로 134대의 주차가 가능하지만 꽉 찬 차량 때문에 주차장 진입은 물론 돌아 나오는 길도 곡예 운전으로 빠져나와야 했다. 전기차 충전소를 막고 있는 차량도 있을 정도였다. 인근 이면 도로에는 구청 현수막이 군데군데 걸려있고 '황색실·복선에 조금이라도 침범 시 즉시 단속'이라는 안내문이 적혀 있었다. 앱을 통해 단속할 수 있다는 안내 문구도 덧붙여 놓았지만 실효성은 없어보였다.
주차장 밖 이면 도로 역시 황색실선을 따라 불법주차 차량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줄을 잇고 있었다. 3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주차를 하지 못해 헛걸음을 하는 차량이 적지 않았다.
인근의 한 건물 관리인은 "인근 대형 공사현장 관계자들이 새벽이면 우르르 몰려들어 주차를 하고 오후 늦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주민들이 구민운동장을 이용하기 위해 주차를 하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라며 "주차장의 80%는 건설사, 10%는 구청 차량이 사용하는데 이름을 ‘현대 전용 주차장’으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또 "몇 년째 이런 현상이 이어져 정작 주민들은 불법주차를 하다 과태료를 내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수성구민운동장 주차장 이면 도로에는 수성구청에서 내건 현수막이 걸려있고 '황색실·복선에 조금이라도 침범 시 즉시 단속'이라는 안내문이 박혀 있었다./대구=김민규 기자 |
수성구민 주차장 밖 이면 도로 역시 황색실선을 따라 불법주차 차량이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줄을 잇고 있었다. 주민들은 "구민운동장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해 불법주차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공사현장에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대구=김민규 기자 |
이같은 상황은 인근 공사현장인 HDC현대산업개발의 '대구 범어 아이파크' 1, 2차 아파트 공사 시작과 더불어 생겨났다. 1, 2차 합쳐서 900여 가구 정도 되는 아파트 현장이 수성구민주차장에서 직선거리로 200여m 떨어져 있어 공사현장 관계자들이 주차장으로 이용하기 편리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공사가 시작되는 오전 6시 전에 주차를 하고 오후 5시 전후로 차를 뺀다. 때문에 정작 주민들은 구민운동장과 국궁장 등을 이용하려면 이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해 대부분 불법주차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차단속을 당하는 것은 일상으로 전락했다는 것. 인근 아파트 주민인 주부 김모(62)씨는 "공사현장 차량 때문에 정작 주민들이 주차장을 이용할 수 없는 그야말로 주와 객이 바뀐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지역에서 공사를 하면서 상생방안 하나 없이 무료주차장만 차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성구청 측도 할 말은 있다는 입장이다. 구청 측은 "이와 관련 민원이 있지만 개방형 주차장을 공사현장 차량이라고 통제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며 "주차질서 문제나 장기로 방치할 경우 행정 처분을 할 수 있지만 공사현장 차량이라고 제재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현장 관계자는 "해당 문제는 인지하고 있는데다 교육 중 카풀 등 대중교통을 이용해달라고 전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tktf@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