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최초 사례…조리용 토기세트도 함께 출토
해남군 읍호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흙으로 만든 이동식 아궁이./해남군 |
[더팩트 l 해남=오중일 기자] 전남 해남군 읍호리 고분군에서 흙으로 만든 이동식 아궁이가 출토돼 삼국시대 식생활에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단서로써 학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해남군에 따르면, 이동식 아궁이 토제품은 그 동안 가야나 신라권역 등지에서 주로 출토됐는데 전남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됐다. 토제품은 높이 31.6㎝, 너비 41㎝, 솥걸이 직경 22.8㎝ 크기로 실제 사용 가능한 크기로 제작됐으며, 외면은 격자(바둑판) 문양이 새겨졌고, 뒷부분에 연기가 나가는 연통을 함께 만든 일체형이다.
전북 군산 여방리 유적에서 유사한 이동식 아궁이가 출토된 바 있으나 미니어처로 만들어졌고 100년 정도 늦은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출토 유물의 가치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함께 출토·복원된 5점의 유물도 물동이와 항아리, 바리 등 모두 부엌 조리용 토기로 이동식 아궁이와 조리용 토기세트가 함께 출토된 경우는 국내에서 보고된 바 없는 최초의 사례이다.
조사 기관인 대한문화재연구원은 죽은 자의 사후세계관을 반영하는 사료로서 학술적 의미가 매우 크다고 평가하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해 해남 읍호리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 중 조사지역 외 주변에서 훼손된 상태로 확인된 석곽 1기를 발견, 훼손된 매장유산을 보호 관리하기 위해 긴급 발굴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마한시기의 유사상식석관(類似箱式石棺) 1기, 고려시대 토광묘 1기가 확인됐으며 총 19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유사상식석관(類似箱式石棺)은 길이 286㎝, 너비 46∼72㎝, 깊이 32㎝ 규모로 짜여진 무덤방으로, 구조는 토기를 깨뜨려 바닥에 깔고 판판한 돌을 세워 이어 붙인 형태로 최근 해남지역에서 발굴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독특한 무덤 종류이다. 무덤방 바닥에 깨진 상태로 확인돼 토기 조각들에 대한 복원 결과, 마한계 이동식 아궁이와 함께 부엌 조리용 토기(물동이 2점, 작은 항아리 2점, 바리 1점)가 확인됐다.
이번 발굴은 훼손된 매장유산에 대한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 큰 발굴 성과로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해남군은 지난해 해남 읍호리 고분군에 대한 발굴조사 중 조사지역 외 주변에서 훼손된 상태로 확인된 석곽 1기를 발견, 긴급 발굴조사를 실시해 이번 발굴 성과를 이뤄냈다.
읍호리 고분군은 해남반도 및 전라도 지역에서 발견된 최대규모 고분군으로는 최대 규모로 기원후 5세기대에 집중 조성된 고분군, 토기가마터, 입대목 의례구조물 등 마한에서 백제로의 이행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이 다수 발견됐다. 읍호리 고분군은 올해 전남도 문화유산 승격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해남군 관계자는 "읍호리 고분군을 비롯해 해남반도에 수많은 마한관련 문화재가 밀집 분포한다는 것은 해남이 마한시기 해양문화의 요충지이자, 마한의 중심지임을 확인하는 귀중한 자료이다"며 "고분군의 범위가 광대해 도굴 등 도괴의 훼손 위험성이 높다는 점에 지속적인 학술발굴조사와 보존 대책을 시급히 수립하고, 마한의 역사적 위상을 제고해 대국민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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