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과학고 신설 검토에
용인, 고양, 부천 등 공개 유치행보
여야 후보들도 과학고 '공약' 치열
이상일 용인시장(가운데)과 김희정(오른쪽) 용인교육지원청 교육장, 이상대 용인시정연구원장이 22일 과학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서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용인시 |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지역 기초자치단체들의 과학고 유치 경쟁이 뜨겁다. 4월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노린 과학고 설립 공약도 우후죽순 쏟아져 과열되는 양상이다.
24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도교육청이 임태희 교육감 취임 이후 노선을 바꿔 과학고 신설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용인과 고양, 부천 등이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용인시는 지난 22일 용인교육지원청·용인시정연구원과 과학고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시는 이 기관들과 매달 ‘과학고등학교 설립을 위한 합동 점검회의’를 진행한다.
시는 첨단 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국가첨단 전략산업 특화단지 등이 조성되는 용인이 경기남부지역 내 과학고가 들어설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첨단기업이 원하는 우수 과학인재를 ‘맞춤형’으로 양성해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일 용인시장은 "첨단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중심지가 될 용인시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할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동환 고양시장도 지난해 11월 임태희 교육감을 만나 과학고 설립 제안서를 전달했다. 고양시는 창릉신도시 예정지 등에 학교 용지 확보를 추진하고, 설립 추진단도 발족했다. 자체 여론조사와 연구 용역도 했다.
이동환 시장은 "글로벌 교육 인프라는 고양시 발전은 물론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조용익(왼쪽 두번째) 부천시장이 최성운(왼쪽 세번째) 시의장 등과 지난해 12월 ‘부천시 과학고 설립을 위한 공동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부천시 |
부천시도 지난해 부천고를 과학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추진위원회를 출범했다. 지난 14일에는 부천시의회가 ‘과학고 설립 지지 결의안’을 채택했다. 현재 과학중점고등학교로 운영 중인 부천고는 과학고 전환 시 수학·과학 등 교과과정 준비가 수월하다는 잇점이 있다고 시는 설명했다.
조용익 부천시장은 "과학고 설립 타당성과 현실성을 고려할 때 부천고의 과학고 전환이 합리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둔 정치권 역시 여야 가릴 것 없이 과학고 유치를 공약으로 내걸어 학부모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용인정) 후보는 지난 23일 교육공약 1호로 ‘과학고 유치’를 내걸었다. 이 후보는 "학령 인구가 많고 높은 교육열을 갖춘 용인시는 과학고 설립에 대한 학부모 요구가 높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 후보와 경쟁 중인 국민의힘 강철호 후보도 같은 날 경찰대 부지에 ‘용인 과학고’를 설립하겠다고 맞불을 놨다. 강 후보는 "용인 과학고는 반도체 클러스터, 플랫폼시티와 연계해 국가 첨단산업을 이끌 중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혁신당 이준석(화성을) 후보는 이달 초 출마 선언을 하면서 ‘동탄과학고’ 설립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같은 당 이원욱(화성정) 후보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중심지에서 미래 과학 인재가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동탄에 과학고를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와 경쟁하는 민주당 공영운 후보 역시 "동탄을 교육8학군으로 만들겠다"며 과학고·영재고·기숙형 자사고 신설을 공언한 상태다.
같은 당 조정식(시흥을) 후보는 지난해 12월 임 교육감을 찾아 ‘시흥배곧 경기남부과학고’ 설립 건의서를 전달했다. 조 후보는 "단순한 과학고 유치를 넘어, 시흥 교육발전의 터닝포인트로 말들겠다"고 했다.
이들뿐 아니라 민주당 김현정(평택정), 같은 당 이광재(성남 분당갑) 후보 등도 과학고 설립을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분당갑 예비후보가 지난 12일 성남시의회에서 과학고 설립 등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이광재 후보 선거사무소 |
앞서 도교육청은 지난해 8~12월 과학고 신설 타당성과 효율적인 설립 방안 등을 검토했다. 도교육청은 조만간 교육부와 협의를 거쳐 신설 지역 선정을 위한 세부 평가지표를 공개한다.
현재 도내에는 ‘경기북과학고’ 1곳이 의정부에 있다.
수원에 있던 ‘경기과학고’는 지난 2010년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됐다.
과거 진보 성향의 김상곤·이재정 전 교육감은 수월성 교육보다는 공교육 강화에 방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 특목고·자사고 폐지를 추진했다.
반면 임 교육감은 "경기도 권역별로 과학고 설립이 추진되도록 교육부에 적극 제안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힐 정도로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임 교육감의 이런 방침과 지자체 등의 과열된 유치 경쟁 등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학교 서열화와 일반고의 교육 위기를 조장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최근 성명을 내 "애초 목적과 달리 과학고는 입시 경쟁과 차별교육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라며 "공교육을 차별과 경쟁의 파행으로 몰고 갈 특권학교 설립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vv8300@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