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동료라서" 불법체류자 돕다 감옥 간 40대 사연
입력: 2024.03.20 14:47 / 수정: 2024.03.20 14:47

현재까지 탄원서 7400여장 모여

지난해 12월 불법체류자 단속을 나온 대구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모씨(40대)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며 김씨의 선처를 탄원하는 탄원서 7471장이 모였다./픽사베이
지난해 12월 불법체류자 단속을 나온 대구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모씨(40대)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며 김씨의 선처를 탄원하는 탄원서 7471장이 모였다./픽사베이

[더팩트ㅣ대구=김채은 기자] 지난해 12월 불법체류자 단속을 나온 대구출입국관리소 직원에게 상해를 입힌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모씨(40대)의 사연이 세상에 알려지며 김씨의 선처를 탄원하는 탄원서 7471장이 모였다.

김씨는 18살의 나이에 어머니와 여동생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공장에 취업했다. 1980년대 열악한 근로 환경 속에서 외국인 근로자들과 주야를 교대하며 함께 일했다. 짧은 단어와 몸짓으로 소통을 하며 외국인 근로자가 불법체류자가 되는 이유도 알 수 있었다.

국내에서 일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것과 빚을 갚기 위해 수년은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들도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산다는 사실이 공감됐다. 지난 2016년에는 함께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체포돼 본국으로 추방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구속 전 일하던 대구 달성군의 소재 자동차 부품 회사에서 김씨는 통근버스를 이용해 소속 직원들을 출퇴근시키는 일을 했다.

지난해 8월 25일 여느 때와 같이 외국인 근로자 36명을 태운 채 통근버스를 운행하던 중 불법체류자 단속을 나온 대구출입국사무소 소유의 차량 3대가 통근버스를 둘러싸고 통행을 가로막았다.

차량 안의 외국인 근로자들은 모국어로 ‘살려달라’, ‘도와주세요’라고 외쳤고 김씨는 단속 차량을 들이받고 도주한 뒤 버스 안의 외국인 근로자들을 도망가도록 도왔다.

이 과정에서 대구출입국사무소 소속 직원 B(49)씨 등 11명이 부상을 입고, 차량 3대가 파손돼 수리비 1500여만원이 들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차량을 들이받은 것은 근로자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이 앞섰다. 결국 불법체류임이 발각된 외국인 근로자 34명은 본국으로 추방됐고, 김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단속에 놀라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점, 과격한 방식으로 다수의 단속공무원들의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상해를 입히는 등 범행 수법과 결과에 비추어 죄책이 무겁다"며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사건이 알려지며 내국인을 다치게 한 김씨를 비난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외국인 근로자에게 연민을 품을 수 밖에 없었던 점에 공감을 하는 여론도 컸다.

항소심 첫 재판이 열리던 지난 6일 김씨를 보기 위해 이주민 단체 직원과 가족, 지인 등 많은 사람들이 대구고법을 찾았다.

김씨의 지인 강모씨(50대)는 "외국인 직원들과 기쁜 일이나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 감정을 공유하며 술을 마시고 아플 때는 약을 챙겨주는 등 따뜻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며 "매주 면회를 가는데 수감돼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는 김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갈 수 있길 고대하며 탄원서와 모금을 실시했다. 3월 19일 기준 7471명이 김씨의 선처를 탄원하며 서명했다.

김 씨는 "나에게 동료였기 때문에 그들의 애탄 목소리를 무시하고 차량을 세울 수 없었다"며 "항상 누군가의 보호자였는데 나를 도와주려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다음 항소심 재판은 다음 달 3일 오후 3시에 열린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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