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구의원들의 '의리'와 '배신자 응징', "조폭보다 무섭다"
입력: 2024.03.19 13:08 / 수정: 2024.03.19 13:08
대구 수성구의회 전경./ 대구=김민규 기자
대구 수성구의회 전경./ 대구=김민규 기자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지난해 대구 수성구의원 A씨가 의회에 비치된 기념품을 자신의 선거구로 가져가 유권자들에게 돌린 사건이 있었다. 해당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었다. 이후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최근 의회에서 이 일과 관련해 다시 한번 큰 소동이 일어났다.

A의원이 소속된 정당의 의원들이 해당 사건을 의회에서 언급한 B의원에 대해 징계 요구를 시도했다. 이들이 내세운 징계 근거는 '지방자치법'과 '의회 회의 규칙'이었다. 이들은 B의원이 '명예훼손'과 '의정활동 방해', '협박', '공갈'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징계요구서에 '죄명'을 적용한 이유를 자세하게 설명해놓았다. 우선 B의원이 해당 사건을 의회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A의원의 명예가 실추되었다고 썼다. 또한 A의원과 통화를 하면서 협박을 하고 공갈까지 했다는 '범죄행위' 묘사와 함께 적용법조까지 친절하게 설명했다. 윤리특별위원회는 11일 해당 사건에 대해 '징계대상이 아님'으로 결론을 내렸다. 의정활동을 방해하고 협박이나 공갈을 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이번 징계요구와 관련해 세간이 주목하는 팩트가 하나 있다. A의원과 그를 옹호하는 의원들과 B의원이 서로 다른 정당 소속이라는 점이다. 외부 사람들에게는 전형적인 정파 싸움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특정 정당 소속 의원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타 정당 소속 의원 한 명을 멍석말이하려 했다는 결론이다. 파벌이 극에 달하면 자기 편이면 어떤 짓도 허용하고 상대와 관련해서는 어떻게든 꼬투리를 잡아 몰아붙이게 된다. 바로 이런 행태가 수성구의회에서 일어났다고 보는 것이다.

징계요구서에는 상대 '파'에 대한 적대감이 농후하다. '명예훼손', '공갈', 협박'이라는 단어로 도배를 했다. 이 말들은 특정한 요건을 갖추었을 때 적용하는 법률적인 용어다. 함부로 갖다 붙이는 일상적인 표현이 아니다. 경찰들이 수사를 할 때 신중하게 판단해서 적용하는 용어다. 의원들은 마치 사법경찰관이나 되는 것처럼 남용한 것이다.

징계요구서의 내용을 접한 한 경찰관은 "우산을 빼돌린 동료를 감싸려고 인민재판 멍석말이를 계획한 소속 정당 의원들의 행태는 조직폭련단에서나 볼 수 있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기초의원은 민주주의의 뿌리다. 가장 낮은 곳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형성하는 것이 그들의 역할이다. 어찌 보면 기념품을 빼돌린 것은 해프닝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후에 드러난 행태는 시민들의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의원들이 어떤 기준으로 의회에서 활동을 하고 힘을 모으는지 드러났기 때문이다. 파벌이 장악하면 건전한 여론이라 시민의 온당한 의견은 설 자리는 없다. 어떤 모임이든 싸움판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선거가 코앞이다. 수성구의회에서 일어난 이 '작은' 사건이 나비효과를 일으켜 해당 각 정당의 선거전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것이 자명해 보인다. 선거 때가 되면 어느 당 할 것 없이 "인물을 보고 뽑아달라"고 호소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인물을 보고 뽑을까. 유권자들이 당의 파벌 싸움에 휩쓸릴 조짐이 농후하다. 기초의회 의원들의 '활약'으로 대구 정치, 그리고 선거가 후퇴하고 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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