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째 전통 사기의 맥 이어가는 서찬기 도예가
입력: 2024.03.14 16:30 / 수정: 2024.03.14 16:30

강원도 공수 소나무 장작 고수...전통 가마로 군 '방곡도염' 청와대 납품
"자연에서 나온 원재료가 불과 만나 명품 작품 탄생"


서찬기 도예가는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전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단양=김경동 기자
서찬기 도예가는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전통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 단양=김경동 기자

[더팩트 | 단양=김경동 기자] 단양IC를 나와 굽이굽이 30리 산길을 따라간 길 끝에 방곡도예촌이 나타났다.

마을이 위치한 황정산과 도락산에는 도자기의 재료가 되는 질 좋은 마사토가 넉넉하다. 이러한 천혜의 환경은 조선시대인 17세기부터 민수용 도자기를 제작해온 역사가 됐다. 1994년 단양군은 이 명맥을 잇기 위해 현대적인 도예촌을 조성했다. 도예촌이 조성되자 전국 각지에서 10명이 넘는 장인들이 이주해 다시금 활성화하는듯 싶었지만 현재는 5곳만이 가마를 지키고 있다.

이곳에서 3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서찬기(52) 전승교육사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전통 가마를 고수하며 전통 사기의 맥을 이어가고 있다. 서 도예가의 주된 작품은 정호다완, 천목다완 그리고 녹자다. 이중 녹자는 서 도예가의 부친이자 대한민국 공예 명장인 서동규 선생의 역작이다. 느릅나무 재를 이용한 천연 유약과 전통 가마에서 소나무 장작으로 불을 때야만 비로소 그 특유의 푸르스름한 빛을 발한다.

서찬기 도예가가 작품을 만드는 모습. / 단양=김경동 기자
서찬기 도예가가 작품을 만드는 모습. / 단양=김경동 기자

서 도예가가 다완을 비롯해 생활자기를 주로 제작하는 이유는 눈으로 보는 예술이 아닌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적용되는 예술의 중요성 때문이다.

그런 그가 지금껏 고집하는 것 중 하나가 전통 가마다. 도자기는 약 1000℃ 이상에서 14시간 이상의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데 대부분의 도예가는 가스 가마를 이용하고 있다. 가스 가마는 사방에서 일정한 온도가 유지돼 모든 작품이 일관성 있게 탄생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는 여전히 강원도에서 소나무 장작을 공수해 가마에 불을 땐다.

그가 고집스럽게 전통 가마를 고집하는 이유는 같은 가마에서 나온 도자기라고 해도 특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장작불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변화야말로 자연과 하나 되는 우리 고유의 도자기와 닮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여전히 불을 땔 때면 가마 앞에서 망부석이 되곤 한다.

서찬기 도예가가 초벌 전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 / 단양=김경동 기자
서찬기 도예가가 초벌 전 작품을 준비하는 모습. / 단양=김경동 기자

아버지인 서동규 명장이 계실 때만 해도 한 달에 한 번 가마에 불을 올렸지만 지금은 손이 모자라 일 년에 7~8번만 가마에 불을 땐다. 전통 기법의 도자기를 배울 후학이 끊길 위기에 그는 연신 아쉬움을 삼키고 있다.

서찬기 도예가는 "아버지 옆에서 흙을 가지고 놀았던 유년 시절을 지나서 1994년 스무 살 남짓 처음 도예를 시작했다"며 "아버지이자 스승은 작품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타협도 없이 고집스럽게 본인만의 세계를 완성시켰고 그 과정은 저에게도 혹독한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그런 고집이야말로 전통을 지키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완성시킨 원동력"이라며 "시대의 변화로 인해 이런 전통이 끊길 수 있지만 제가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전통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가마에서는 명품 도자기만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충남 태안에서 공수한 천일염을 전통가마에서 구워낸 ‘방곡도염’도 명품 소금으로 정평이 나 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부터 청와대에 납품된 방곡도염은 도자기를 굽는 가마에서 1200℃로 8시간 이상 열을 가해야 비로소 탄생한다. 소금이 구워지는 과정에서 중금속과 독성물질이 중화되고 칼슘, 철, 구리, 아연 등 무기 금속이온이 증가해 생채 내 이온 간의 화학적 평행을 유지해 준다.

도자기와 마찬가지로 그는 소금을 구울 때도 소나무 장작만을 고집한다. 다른 장작에 비해 맛이 월등히 뛰어나기 때문이다.

서찬기 도예가는 "도자기나 도염이나 원재료가 흙이냐 소금이냐의 차이일 뿐"이라며 "자연에서 나온 원재료가 불과 만나 그 특성을 극대화할 때만이 명품 작품이 탄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완성된 작품을 살펴보는 서찬기 도예가. / 단양=김경동 기자
완성된 작품을 살펴보는 서찬기 도예가. / 단양=김경동 기자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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