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닥터 윤, 덕분에 장가 갑니다"
입력: 2024.03.08 10:00 / 수정: 2024.03.08 10:04

한국서 디스크 치료받은 캄보디아 청년 의사 꿈 이뤄 결혼
"한국에서 배운 인술과 정, 평생 어려운 이들에게 베풀 것"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주하는 위레악(27) 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쓴 현수막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캄보디아 프놈펜에 거주하는 위레악(27) 씨가 지난달 27일 자신의 결혼식장에서 한국에 대한 고마움을 쓴 현수막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더팩트ㅣ대구=김민규 기자] "고마워요 닥터 윤, 덕분에 장가 갑니다."

캄보디아 국립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캄보디아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위레악 씨는 지난달 27일 결혼식을 마친 뒤 "한국인들이 아니었다면 결혼은커녕 의대 졸업도 못 했을 것"이라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이런 퍼포먼스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과연 그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사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캄보디아 국립의대생이었던 위레악 씨는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디스크가 터져 수액이 신경을 누르는 추간판탈출증으로 잠시도 앉아있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수업에 참석하지 못하면 영구 제적당하는 교칙 때문에 학업을 중단할 위기였다.

그는 "어린 시절의 꿈이 물거품이 될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위레악 씨는 사실 의대 진학을 꿈꿀 형편도 못 됐다. 그는 한국인으로 구성된 선교단체에서 발굴한 인재였다. 10여 년 전 대구 범어교회에서 설립한 선교단체인 '웰캄센터'가 캄모디아 오지마을을 찾았다가 또래보다 유달리 체구가 작고 약한 그를 만났다. 어릴 때 종양 수술을 해서 성장도 늦은 데다 가정 형편도 좋지 않았다. 선교단체는 유난히 높은 학구열을 보이는 위레악 씨를 외면할 수 없어 정기적으로 후원했고, 그는 프놈펜대학 의대에 진학할 수 있었다.

위레악 씨는 추간판탈출증으로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지만 2019년 11월 대구의 한 의료기관에서 무료 수술을 받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대구=김민규 기자
위레악 씨는 추간판탈출증으로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지만 2019년 11월 대구의 한 의료기관에서 무료 수술을 받아 학업을 이어갈 수 있었다./ 대구=김민규 기자
윤태경(왼쪽) 바로본병원 이사장이 2019년 11월 병원을 나서는 위레악 씨를 배웅하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윤태경(왼쪽) 바로본병원 이사장이 2019년 11월 병원을 나서는 위레악 씨를 배웅하고 있다./대구=김민규 기자

◇두 번째 손을 내밀어준 대한민국

위레악 씨는 의사가 되어 한국인들처럼 가난한 사람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꿈과 십수 년간 인고의 시간이 다시 병마 앞에 좌절될 위기가 찾아왔다. 그때 다시 한국인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선교단체로부터 사연을 접한 대구의 한 대형 병원에서 무료 수술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윤태경(정형외과 전문의) 바로본병원 이사장은 "젊은 시절 가정 형편 때문에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의대를 다니던 시절이 떠올라 수술을 자처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위레악 씨는 한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고 디스크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는 병원이 위치한 대구 지역 관광을 하면서 한국의 이모저모를 배울 수 있었다. 그는 "의사가 돼서 꼭 한국에서 인턴 과정을 하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위레악 씨는 "결혼식을 앞두고 새삼 도와주었던 분들의 얼굴이 눈앞을 스쳤다"면서 "무료 수술을 해주신 윤태경 이사장께 너무 감사한다"는 말을 전했다. 또 "기회가 되면 윤 원장님 병원의 인턴으로 또한번 신세를 지고 싶다"는 바람까지 드러냈다.

그는 유창한 한국말로 "한국사람들 덕에 인술과 정을 갖춘 의사가 될 수 있었다"며 "슈바이처 박사와 같은 의사가 돼서 한국에서 받은 마음을 그대로 전하겠다"고 말했다.

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은 위레악 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프놈펜(캄보디아)=김민규 기자
추간판탈출증 수술을 받은 위레악 씨가 건강한 모습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프놈펜(캄보디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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