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계몽운동가로 조국 위해 평생 바쳐
독립운동가 필동 임면수 선생./수원시 |
[더팩트ㅣ수원=유명식 기자] 경기 수원시청 맞은편 올림픽공원에는 한 독립운동가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수원 출신 필동(必東) 임면수(林冕洙·1874~1930) 선생이다.
동상 옆, 선생의 삶을 소개하는 안내판에는 '근대 수원을 대표하는 교육자이자 독립운동가'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또 '대한제국기 삼일학교를 설립하고 국채보상운동 등 수원지역 애국계몽운동을 이끌었다. 신흥무관학교 분교인 양성중학교 교장으로 독립군을 양성하고 부민단 결사대로 독립항쟁의 최전선에서 싸웠다'는 등의 내용도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삶을 실천한 그는 1874년 6월 10일 수원군 수원면 북수리(현 북수동)에서 태어났다.
1일 수원시에 따르면 그의 가정은 북수동 팔부자 거리의 한 집이었을 정도로 부유했다고 한다.
1892년 전현석(1871~1932) 여사와 결혼했다. 임면수가 만주에서 독립운동할 때 전현석 여사는 다친 독립군을 치료해 주고, 그들의 식사를 하루에 몇 번씩 준비하는 등 헌신적인 내조로 남편을 지원했다.
1905년 4월 수원화성학교를 졸업하고, 상동청년학원에서 민족교육을 받았다.
1907년 대구에서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에 진 빚을 백성들이 나서서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이 시작되자 선생은 김제구, 이하영 등과 함께 수원의 국채보상운동을 이끌었다. 국채보상운동 취지서를 작성해 수원뿐 아니라 경기도 각 군에 배포해 의연금을 모았다.
일찍이 근대 사상을 깨치고 애국계몽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선생은 나중석, 이하영 등 수원지역 유지들과 힘을 합쳐 삼일남학교와 삼일여학교를 설립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1909년에는 삼일학교 교장을 역임하며 사립학교 설치 운동을 주도했고, 삼일여학교 건물을 지을 때는 토지를 희사했다. 삼일학교는 1909년 고등과 제1회 졸업생 20명을, 삼일여학교(현 매향중학교)는 1910년 제1회 졸업생 4명을 배출했다.
1910년 국권피탈로 대한제국이 일제에 강점되자 독립운동 기지를 건설하기 위해 1912년 만주 서간도 환인현 횡도천으로 망명해 독립운동에 나섰다. 임면수는 수원에서 만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한 유일한 인물이었다.
만주 지역 상황이 열악해지자 선생은 신흥무관학교 유지비와 군사 훈련비를 조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1912년 임면수를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은 한인자치기구인 부민단(扶民團)을 조직했고, 그 역시 부민단 결사대로 활동했다.
1910년대 중반에는 만주 통화현 합니하에 설립된 민족학교인 양성중학교 교장을 맡아 독립군 양성에 힘썼다. 양성중학교는 학생들에게 한글, 한국사, 한국지리 등을 가르치며 민족의식을 고취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일제가 간도 출병을 하자 해룡현으로 근거지를 옮겨 항일투쟁을 전개했던 선생은 일본군 토벌대에 체포돼 중국에서 추방됐다. 1921년 길림 시내에 잠입해 활동하던 중 밀정의 고발로 평양감옥으로 압송돼 모진 고문을 당했다. 반신불수가 돼 고향 수원으로 돌아왔지만 거처할 방조차 없었다.
몸은 망가졌으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여전했다. 건강이 다소 회복돼 거동할 수 있게 되자 1923년 건립된 아담스기념관 건축 공사감독을 맡았다. 현재 삼일중학교 교정 안에 있는 아담스기념관은 미국 아담스교회의 도움을 받아 지은 것이다.
선생은 하지만 그토록 꿈꿨던 광복을 보지는 못하고 1930년 11월 29일 순국했다. 그가 56세 되던 해였다.
이재준 수원시장이 삼일절을 앞두고 올림픽공원에 있는 임면수 선생 동상을 찾아 묵념하고 있다./수원시 |
세류동 공동묘지에 안장됐던 임면수의 유골은 1964년 삼일상고 동산으로 옮겨졌고, 그를 기리는 '필동 임면수 선생 묘비'도 세워졌다. 1990년에는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아 현충원으로 안장됐다.
묘비는 광복 70주년이었던 2015년 수원박물관 야외전시 공간으로 옮겨졌다.
수원시도 시민들이 모은 성금으로 그해 8월 15일 올림픽공원에 임면수 선생의 동상을 세웠다.
임면수 선생의 친손자 병무(69)씨는 "부유했지만 교육과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모든 걸 다 바치고, 독립운동에 헌신한 할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했다.
시인인 그는 최근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시를 담은 시집 '세상살이 한 마디'를 펴냈다.
제105주년 삼일절을 앞두고 임면수 선생 동상을 참배한 이재준 수원시장은 "후손들에게 독립운동가들의 철학과 정신을 알리기 위해 힘쓰겠다"며 "나라를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분들이 바라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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