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하회마을 초보 농부' 김국희 "자신을 믿고 '바라'는 대로 나아가세요"
입력: 2024.02.20 11:00 / 수정: 2024.02.20 15:57
안동 하회마을 비밀기지 프로젝트.(하회마을 보존회, 숲으로숲으로 협력)/김국희 작가 제공
안동 하회마을 비밀기지 프로젝트.(하회마을 보존회, 숲으로숲으로 협력)/김국희 작가 제공

[더팩트 I 안동=김은경 기자] 어릴 적 시골에서 자라 자연이 살아있는 곳이 좋아 안동 하회마을에 정착했다는 그림책 '채식하는 호랑이 바라'의 저자이자 '초보 농사꾼' 김국희 작가를 만났다.

김국희 작가는 그림책 작가, 전시기획자, 시각예술가 등 다양한 수식어로 불리고 있다. 여러 방면에서 자신만의 예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전남 장흥이 고향인 문예창작 전공자다.

김 작가는 최근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시나리오나 소설 등 오랫동안 글 쓰는 작업을 하면서 내가 지향하는 것을 글이 아닌 다양한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며 자신의 예술 활동 방향을 소개했다.

그는 2년 전 가족들과 안동 하회마을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대마 농사를 시작해 이젠 '초보 농부'라는 수식어 하나가 더 늘었다.

"글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자체를 작품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농사를 짓는 것도 마찬가지죠. 농사가 단순한 1차 산업이 아니라 농촌과 자연을 즐기고 체험하면서 농촌을 찾는 사람들의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6차 산업의 하나이고 예술 활동이라고 봐요."

초보 농부일 뿐만 아니라 두 아이의 엄마인 그는 첫째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우리 아이가 '나답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가끔 들려준 이야기를 다듬어 동화 '채식하는 호랑이 바라'를 출판했다.

"내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은 것을 담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살아가면서 나답게 사는 것, 자기가 원하는 것을 찾고, 그대로 자기답게 사는 것을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도 했어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괜찮아' 바라는 더 바랄 게 없어요."('채식하는 호랑이 바라' 中)

그는 본인의 작품 '채식하는 호랑이 바라'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구절이라고 소개했다. 사냥을 싫어하는 호랑이 '바라'는 열매와 풀을 먹는다. 하지만 초식 동물 친구들에게도 호랑이 무리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배척당한다.

"'바라'는 특별한 호랑이예요. 다른 어떤 동물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상관이 없죠. 자신이 어떤 호랑이인지 들여다보고 진짜 나다운 자신의 본모습을 찾았으니까요."

"커다란 입, 뾰족한 송곳니, 날카로운 발톱. 모두들 바라를 보고 도망가고 말았어요."('채식하는 호랑이 바라' 中)

땅과 발 사이.(하회마을 돌담, 봉당 수리 워크숍)./김국희 작가 제공
'땅과 발 사이'.(하회마을 돌담, 봉당 수리 워크숍)./김국희 작가 제공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백수(百獸)를 위협하는 맹수의 왕 호랑이에게 '채식'은 어울리지 않는 단어다. 동물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충격' 혹은 일반적 사고의 균열을 유발한다.

"작품이든 예술이든 '아주 아름답거나'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채식하는 호랑이 자체도 그렇지만 '채식하는 호랑이 바라'의 결말 또한 기존 동화와는 다르거든요. 다른 동물들이 자신을 알아주고 같이 잘 지내는 결말이 아니라 '바라'는 자기 혼자서도 괜찮다고 말하죠.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바라'가 제 첫 번째 이야기였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두 사람이 하나가 돼서 살아가는 동화예요.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죠. 사람들은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안정감을 얻기도 하고 불편함을 느끼기도 하죠. 이 때문에 관계가 지켜지지 않고 힘들어지는데, 다음 작품에서는 이런 복잡미묘한 관계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두 번째 작품을 소개한 김 작가는 다양한 곳에서 자신의 꿈을 키우려 한다. 올해는 '아티스트 국제교류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작가들을 국내에 소개하고, 그 또한 일본과 인도네시아에서 그가 꿈꿔온 예술 활동을 선보일 계획이다.

하회마을 초가집을 베이스캠프로 삼은 김국희 작가. 그는 세계를 등정할 준비를 마쳤다. 앞으로 많은 이야기와 예술 작품들로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그날이 오기를 기대하며 작은 응원을 보낸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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