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주 오송 임대아파트 불법 전대 기승…"내 집 마련 기회 박탈"
입력: 2024.02.06 10:07 / 수정: 2024.02.06 10:07

아파트 인근 부동산 통해 은밀히 거래
주변 다가구주택보다 임대 가격 저렴
실수요자와 주변 주택 임대인들 '울상'


청주 오송역 A 임대아파트. / 청주=최영규 기자
청주 오송역 A 임대아파트. / 청주=최영규 기자

[더팩트 | 청주=최영규 기자] 충북 오송에서 서민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지어진 임대아파트의 불법 전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실제 거주가 의무이지만 임대기간이 끝난 후 분양을 노린 임차인들의 사심으로 실수요자와 주변 주택 임대인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철저한 단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여름 입주가 시작된 전용면적 59㎡의 오송역 A 임대아파트는 신청 당시 1516가구 모집에 10만 5016건이 접수돼 69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처럼 인기가 높았던 것은 청약통장이나 주택 소유 여부에 관계없이 신청할 수 있는 장점에다 8년 뒤에는 오송역세권 노른자 땅의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임대아파트의 특성상 실제 거주를 해야함에도 임차인 일부가 아파트 주변 부동산 사무실을 통해 불법 전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전대는 임대주택을 제3자에게 재임대하는 행위로 임대 의무기간 중 전대는 불법 거래로 간주돼 임대차 계약이 해지되며 위약금까지 물어야 한다.

청주 오송역 A 민간임대 아파트 임차인 모집 안내문 중 일부.
청주 오송역 A 민간임대 아파트 임차인 모집 안내문 중 일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 전대가 이뤄지는 이유는 임차인과 재임차인의 이익이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거주하지 않는 임차인은 자신이 낼 임대료와 관리비를 재임차인로부터 충당할 수 있고, 재임차인은 주변 시세보다 싼 가격에 주거 환경이 우수한 아파트에서 거주할 수 있다.

다만, 주소지 이전이 안 되기 때문에 세금 공제 혜택과 보증금 보장 등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이런 전대 거래가 불법임에도 아파트 주변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공인중개사 사무실 한 관계자는 "주변 다가구주택도 보증금 1000만 원에 70~80만 원 줘야 하는데 여긴 아파트인데 1000만 원 60만 원인 대신 전입신고는 할 수 없다"며 "작년에는 40~50만 원이었는데 인기가 많아 가격이 올랐고 이마저도 나오는 대로 바로바로 물건이 빠진다"고 말했다.

임대아파트 불법 전대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은 주변 다가구주택 임대자들과 임대아파트 실수요자들이다. 오송역 인근에는 1100여 가구의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이 있다.

한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는 "공실이 하나도 없어야 하는데 현재 20% 정도 비어 있는 상태"라며 "금리가 올라서 은행 이자 내기도 빠듯한데 공실이 더 생겨 막막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임대사업자는 "임대아파트 입주가 올해 또 있는데 이런 식으로 불법 전대를 하게 되면 우리 같은 다가구주택 임대사업자는 사는 것이 아주 힘들게 된다"고 토로했다.

임대를 신청했다가 탈락했다는 김모 씨는 "오송으로 직장을 옮기게 돼 임대아파트 신청을 했는데 경쟁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며 "임대아파트 입주 후 실거주 확인을 꼭 해서 서민들의 내집 마련 기회가 박탈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오송역세권 카카오맵 화면 캡처.
오송역세권 카카오맵 화면 캡처.

상황이 이런데도 임대아파트 관리를 맡고 있는 사업자는 불법 전대 사실을 파악하는 데 소극적인 입장이다.

해당 건설사 관계자는 "전국에 임대아파트가 여러 곳이어서 주기적으로 실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불법 전대에 대해 처음 듣는다"며 "실제 입주자와 계약서상 임차인이 맞는지 확인해 보겠다"고 밝혔다.

andrei7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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