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보고 알았어요"…경계지역 재난대응의 '민낯'
입력: 2024.01.21 14:18 / 수정: 2024.01.21 14:18

1000억대 피해...화학물질 소방 오염수
화성시 초동 방제 발화 2시간 뒤 시작
환경부에는 13시간 지나 보고 드러나


경기 화성시 화학물질 보관창고 화재와 관련, 화성시가 공개한 상황 보고서./화성시
경기 화성시 화학물질 보관창고 화재와 관련, 화성시가 공개한 상황 보고서./화성시

[더팩트ㅣ화성·평택=유명식 기자] "다음날 뉴스보고 알았어요."

경계지역 재난사고에 대응하는 지방자치단체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경기 화성시 한 화학물질 보관창고에서 난 불이 1000억 원대 수질오염 피해를 불러오면서다.

발화 시설을 관할하는 화성시는 화재 2시간이 지나서야 오염수 차단에 나섰고, 그나마 이 사실도 정부에 13시간여 만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물길이 연결되는 평택시에는 알리지도 않았다. 평택시는 언론보도를 보고서야 사태를 인지했다.

21일 <더팩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9일 오후 9시 55분쯤 화성시 양감면 요당리 한 화학물질 보관창고 1개 동에서 불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연면적 1491㎡ 규모의 창고에는 에틸렌다이아민 등 140여 종에 달하는 제4류 위험물(인화성 액체) 113만 1000ℓ가 저장돼 있는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신고 2분여 뒤 화성시와 화학물질안전원에 통보하고 9분쯤 뒤 현장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화성시 등이 오염수 유출을 막기 시작한 것은 불이 난지 무려 2시간 5분이 지나서였다. 화성시 관계자는 <더팩트>와 전화통화에서 "야간이라 식별이 어려웠다"며 "그날 밤 12시 5분부터 부직포 등을 이용해 유출된 화학물질 등을 제거하기 시작했다"고 실토했다.

물길을 막는 방제둑 2곳은 다음 날 오전 9시 이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창고에 있던 화학물질 상당액이 소방수에 섞여 도로와 우수로를 타고 100여 m 거리의 소하천을 지나 800여 m 떨어진 평택시 청북읍 관리천 등으로 흘러든 뒤였다.

소방청의 화학사고 현장 대응 가이드북은 화학물질 화재 진압 시 배수나 하수 유입을 차단하도록 하고 있으나 초동 조치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 화성시 화학물질 보관 창고 화재진압 과정에서 소방수에 섞여 유출된 화학물질. 도로 위에 기름띠와 비취색 물질이 흘러내린 정황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화성시
경기 화성시 화학물질 보관 창고 화재진압 과정에서 소방수에 섞여 유출된 화학물질. 도로 위에 기름띠와 비취색 물질이 흘러내린 정황이 확연히 드러나 있다./화성시

화성시는 상황 전파에도 늑장을 부렸다.

시는 불이 나고 무려 13시간쯤 후인 다음 날 오전 11시 30분쯤 이 사실을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환경청 수생태관리과에 보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택시에는 알리지 조차 않았다. 평택시 관계자는 "다음 날 오전 뉴스를 보고 인지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등에 보고된 시점 등도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환경부 등의 수질오염사고 대응 매뉴얼은 사고가 발생했거나 징후를 발견하면 지체 없이 유관기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최대한 빨리는 즉시라는 개념으로 보면 된다"고 했다. 화성시가 대응 매뉴얼대로 움직이지 않았을 소지가 다분한 셈이다.

이렇게 경계지역 재난대응 등에 구멍이 뚫린 사이 화성~평택을 지나는 하천 8.5km는 비취색으로 오염됐다. 에틸렌다이아민의 ‘다이아민’ 성분이 구리(CU)와 반응하면서다. 100kg이 넘는 물고기도 떼죽음을 당했다.

평택시는 이번 화재로 오염수만 5만여 t 이상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예상되는 복구비만 최대 1000억 원이다.

정명근 화성시장은 사고 발생 8일 만인 지난 17일 미국 출장에서 복귀해 현장을 처음 점검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진화작업을 벌이기 전 오염수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예방조치를 했어야 했다"며 "반면교사로 삼겠다"고 말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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