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내용 몰래 녹음한 파일 위법성 쟁점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학교 교사에게 검찰이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주호민 인스타그램 |
[더팩트ㅣ윤용민 기자] 웹툰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학교 교사에게 검찰이 징역 10월을 구형했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 재판의 사실상 유일한 증거인 녹음파일의 위법성 여부에 대해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15일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 심리로 열린 이 사건 6차 공판에서 검찰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특수학교 교사 A 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이날 재판의 쟁점은 A 씨의 수업 중 발언을 몰래 녹음한 파일의 위법성 여부였다.
앞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1일 A 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서울 모 초등학교 교사 B 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아동 학대를 의심한 학부모가 자녀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교사가 한 말을 몰래 녹음했다면 그 녹음은 재판에서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통신비밀보호법에 따라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해당 판례와 이 사건은 차이가 있다"며 "중증 자폐성 장애아동의 경우 녹음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다"고 증거능력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 씨 측 변호인인 김기윤 변호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는 증거는 오직 녹음파일 뿐"이라며 "여기서 파생된 녹취록과 용인시 공무원의 의견도 증거능력이 부정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의 또 다른 변호인인 전현민 변호사 역시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녹음 파일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사회 통념상 잘못된 행동을 하는 아이에게 감정적인 표현을 했다고 해 아동학대 수사와 재판을 받아야 하는지도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A 씨는 최후진술을 통해 "주 군이 좋은 인연을 만나 잘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며 "다만 이번 판결로 저와 유사한 일로 지금도 어려움에 처한 교사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도록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말했다.
주 씨 측 변호인은 "어떤 부모가 외투에 녹음기를 넣어 보내고 싶겠느냐"며 "피해 아동에게 사과 없이 끝까지 무죄만 주장한 것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12월 A 씨를 기소하면서 녹음기에 담긴 "진짜 밉상이네" "고약하다" "야, 너" "너 싫어" 등의 말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A 씨의 해당 발언 내용은 주호민 씨 부부가 아들 외투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확보한 것이다.
A 씨에 대한 교사들의 선처 탄원이 이어지자, 경기도교육청은 직위해제 됐던 A 씨를 지난해 8월 복직시켰다.
선고공판은 다을 달 1일 오전 10시 40분에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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