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조건에서 오랜 세월 극단 꾸려온 각고의 노력 소중히 여겨야"
푸른연극마을 창단 30주년 기념작 '더 파더'에서 앙드레 역을 맡은 배우 오성완과 이당금./푸른연극마을 |
[더팩트 ㅣ 광주=박호재 기자] 광주에서 꾸준히 소극장 공연을 펼쳐온 극단 ‘푸른연극마을’이 창단 30주년을 맞았다.
창단 30년 기념 공연으로 플로리앙 젤레르(Florian Zeller) 원작 '더 파더(The Father)'를 새해 첫 무대에 올린다.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서른 살을 맞아 의미 있는 무대를 만들어보자는 단원들의 의기가 투합된 결정이다.
'더 파더'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른 프랑스 희곡으로 알려져 있다. 안소니 홉킨스가 주연을 맡은 영화로도 만들어져 호평을 받았다.
대형 무대의 주요 래퍼토리로 각광을 받아온 '더 파더'가 소극장에서 어떻게 차별화된 연출로 선을 보일지 연극 애호가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당금 대표는 "더 파더의 소극장 공연은 처음이다. 관객에게 어떻게 매력을 안겨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날것의 감동을 안겨주고 싶다. 이를 위해 음악도 피아노만 사용한다"고 말했다.
또한 서정 가득한 그림으로 정평이 난 중견화가 한희원이 무대미술을 맡아 주인공 앙드레의 고립과 상실감을 더욱 배가시켜 극적 효과를 고조시킨다.
주인공 앙드레 역을 맡은 배우 오성완은 "신년 초에 연극 연습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43년 배우 생활 중에서 가장 힘든 작품이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존엄성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연기의 중심에 두고 고민을 많이 했다"고 고백했다.
'더 파더'는 부부 연극인 오성완(사진 맨 왼쪽)과 이당금, 그리고 두 부부의 딸 배우 오새희(가운데)가 함께 무대에 올라 세대를 잇은 예술가 가족이라는 각별한 의미를 안겨주고 있다./푸른 연극마을 |
지방 도시에서 30년 이상 극단 운영을 유지해 온 이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공연장인 '씨어터 연바람' 소극장을 이곳저곳 몇 차례나 옮겨 다니며 고난의 시간을 견뎌야 했음은 물론이다.
공연은 늘 적자를 면치 못했지만 특별한 지원금도 없이 단원들의 피땀으로 무대를 꾸려왔다. 마을 공동체와 같은 두레의 형태로 극단을 운영해 왔으며, 단원들은 앞으로도 푸른 꿈을 잃지 않는 소나무처럼 무대에 서 있겠다고 다짐한다.
기쁨도 있다. 극단 운영의 주역인 이당금 대표와 배우 오성완은 부부 연극인이다. 무대 앞에서 부모의 연기를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지켜보던 딸 새희도 어엿한 배우로 성장했다.
30년 기념작 '더 파더'는 가족 모두가 처음으로 함께 무대에 올라 세대를 잇는 예술 가족이라는 각별한 의미로 다가선다.
푸른연극마을 정기 후원회원인 A(남구 주월동) 씨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30년 이상 무대를 꾸려온 푸른연극마을의 노력은 시민사회가 소중히 여겨야 할 활동이다. 이들이 꾸준히 작품활동을 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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