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시의회 갈등 속 내년 본예산 225억 삭감
입력: 2023.12.26 16:12 / 수정: 2023.12.26 16:12

시의회 "시정 공백 시 예산 책임성과 공공성 담보 못 해"
공무원들 "사법리스크 크지만 일은 할 수 있게 해줘야"


박경귀 아산시장이 11일 도시개발 사무 특례와 관련해 충남도를 비롯한 해당 중앙부처의 전향적 자세를 요청했다. / 아산=김경동 기자
박경귀 아산시장이 11일 도시개발 사무 특례와 관련해 충남도를 비롯한 해당 중앙부처의 전향적 자세를 요청했다. / 아산=김경동 기자

[더팩트 | 천안=김경동 기자] 충남 아산시의회가 2024년도 본예산 중 역대 최대치인 225억 원가량을 삭감함에 따라 내년 아산시 주요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산시의회는 지난 19일 제246회 제2차 정례회 제3차 본회의를 열고 1조 6115억 원 규모의 2024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전년도 예산액 1조 5011억 원보다 1104억 원 늘어난 규모다.

아산시가 제출한 예산안과 규모는 같지만 당초 시가 추진하려던 사업 예산 225억여 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은 예비비로 증액됐다.

상임위별 삭감 내용은 의회운영위원회 5000만 원, 기획행정위원회 81억 원, 문화환경위원회 134억 원, 건설도시 9억 원 등 아산시 역사상 최대 예산 삭감액이다.

특히 박경귀 시장의 주요 공약인 문화 부분 예산이 대거 칼질당하면서 사실상 해당 부서가 개점휴업 상태에 놓이게 됐다.

아산시의회의 시장 공약 예산 삭감은 박경귀 시장이 취임한 민선8기 이후 해마다 반복됐다. 박 시장이 취임 후 첫 본예산을 편성한 2023년도 예산안에서는 82건에 107억 5000만 원을 삭감했다. 이어 지난 6월 진행된 1회 추경안 당시에도 박 시장의 주요 공약인 공공 승마장 조성 사업 부지 매입비 20억 원, 트라이-포트 아산항 개발 추진을 위한 항만기본계획 반영 타당성 조사 예산 1억 5000만 원, 곡교천 연계 체험형 이순신 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용역비 3억 5000만 원 등 134억 원이 무더기 삭감됐다.

박 시장의 취임 이후 본예산과 추경 가릴 것 없이 수백억 원 규모의 예산이 줄줄이 삭감된 것이다.

이 같은 예산 삭감 바탕에는 박 시장과 시의회의 끝없는 갈등이 자리하고 있다.

지난 5월 아산송남중학교의 방과후청소년아카데미 사업 중단을 비롯해 박 시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아오는 것을 이유로 시의회는 대부분 공약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고 있다.

충남 아산시의회 김희영 의장이 지난 10월 박경귀 아산시장을 향해 2024년 본예산 편성권을 포기하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 아산=김경동 기자
충남 아산시의회 김희영 의장이 지난 10월 박경귀 아산시장을 향해 2024년 본예산 편성권을 포기하라며 대립각을 세웠다. / 아산=김경동 기자

이는 지난 10월 김희영 아산시의회 의장이 기자회견을 통해서도 여실 없이 드러났다.

김 의장은 "박경귀 아산시장의 예산편성 권한 포기 선언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대법원 최종 판결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박 시장이 예산편성권을 행사하고 시정 공백이 현실화 된다면, 그 예산의 책임성과 공익성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겠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당선무효형이 확정될 시 아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도 밝혔다.

공직사회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아산시의 한 공무원은 "(대법원 판결을 앞둔) 박 시장의 사법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최소한 공무원들이 일을 할 수는 있게 해줘야 한다"며 "박 시장이 직을 잃는다 하더라도 당장 사업을 철회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유사한 사업은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만큼 사업에 대한 계획을 만들어 둔다면 언제든지 활용할 수 있는 일"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thefactcc@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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