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가 선거 나선 후보들 '생사여탈권' 쥐어
캠프 전화응답 요청 SNS 쓰나미에 시민들 '짜증'
개개 후보들의 콘텐츠를 소상히 알 수 없는 전화 여론조사가 후보 선택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민주당 경선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SNS 캡처 |
[더팩트ㅣ광주=박호재 기자] 지난 14일 모 방송사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광주 광산갑 여론조사가 중간에 중단되는 뜻밖의 상황이 발생했다. 박균택 예비후보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법률특보 이력을 경쟁 후보가 문제 삼았기 때문이다.
당론에 따라 금지된 이재명 대표의 이름을 썼다는 게 항의의 명분이었다. 선관위에 신고하고 인정받은 이력이기에 법적으로 문제 될 게 없었지만 결국 여론조사는 무효가 됐다.
여론조사를 후보들이 얼마나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 알 수 있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당원과 시민 여론조사가 공천의 절대적 기준이 되는 민주당 경선 방식이 빚은 해프닝이라 넘기기에는 뒷맛이 씁쓸했다.
제17대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에게 큰 폭으로 뒤지며 지지율 격차를 줄이지 못한 정동영 후보가 당시 기자들에게 "현대 정치에서 여론조사는 곧 신이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경선 열기가 차츰 달궈지며 후보 캠프가 보낸 여론조사 응답 요청 SNS에 유권자들의 불만이 치솟고 있다. 밤늦은 시간까지 여러 명의 후보가 때를 가리지 않고 알림 톡을 보내니 열성 지지자가 아니면 짜증이 날 수밖에 없다.
후보들 캠프 입장에선 불가피한 선거운동이긴 하다. 각 선거구 단위로 통상 500여 명의 표본 수를 잡는 여론조사에서 모바일 전화기에 촉각을 곤두세운 지지자들 몇 사람만 응답을 하더라도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를 절대적 기준치로 삼는 경선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광주 모 선거구에서 첫 번째 도전에 나선 A 후보는 "선관위에서 인증한 고작 두 개의 이력으로 어떻게 후보의 면면을 다 파악하고 적합한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특히)정치 신인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경선 방식"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기존 정치인들보다 인지도가 취약하고 이력이 짧은 정치 신인들로선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지금과 같은 여론조사 경선은 후보의 콘텐츠보다 '이름 팔이'를 하는 부실 후보를 선택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광주의 정치문화에 기대어 '친명 팔이'에만 올인하는 후보들의 문제점이 시민들의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하다.
민주당의 지역 원로 당원인 B(북구 용봉동) 씨는 "친노니, 친문이니 하며 대세의 인기에만 기대 당선된 정치인들이 과연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정치를 했는지 되돌아볼 때"라며 "친노, 친문 빈자리에 친명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선택의 후과가 걱정된다"고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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