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에 멍드는 지방공기업②] "막대 사탕 물리고 키스 유사 행위"…성희롱 가해자 복귀에 떠는 피해자들
입력: 2023.12.13 15:12 / 수정: 2023.12.13 15:47

새로운 사장 오더니 가해자 복귀
"세월이 흘렀는데 그 정도쯤이야"
"고액연봉자인데 일은 시켜야지"


지방선거가 치러진지 1년 6개월, 지방권력 물갈이로 인한 후유증이 심각하다. 점령군처럼 입성한 인사들의 온갖 전횡으로 멍드는 공공기관도 있다. <더팩트>는 경기지역 지자체 공공기관에 임용된 절대 권력자의 행태와 이를 하소연할 곳이 없어 한숨만 짓고 있는 '을'들의 눈물을 잇달아 보도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경기=김태호 기자] 안산도시개발에 근무하는 여직원 A 씨는 수년이 흘렀지만 그날의 악몽을 잊지 못한다. 지난 2017년 말쯤 회식 자리에서 상사 B 씨가 음식을 먹여 달라며 강요했던 것이다. 그는 그녀가 먹던 잔에 술을 마시고 싶다는 요구도 했다.

거절하면 자신이 먹던 잔에 술을 따라 내밀었다. 술을 먹지 않으면 인사에 불이익을 주겠다는 겁박도 서슴지 않았다.

A 씨의 동료는 "A 씨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까지 받았었다"고 전했다.

13일 <더팩트>가 안산도시개발 등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B 씨로부터 성희롱 등의 피해를 본 것은 A 씨 말고도 3명이나 더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B 씨는 직원들과 친목 행사에서 갑자기 부하 여직원 C 씨의 입에 막대사탕을 강제로 물려주고 키스와 유사한 행동을 했다고 한다. '몸이 굳어 얼어버릴 만큼의 성적 수치심과 공포를 느꼈다'는 게 당시 C 씨의 토로였다.

안산도시개발은 피해자들의 호소가 이어지자 B 씨를 감봉 3개월 처분만하고 근무지를 분리했다. 표창을 받았다는 게 이유였다. 피해자들은 징계위원으로부터 "성적 수치심이 정말 든 것이 맞느냐"는 등의 말까지 들었지만 B 씨와 보지 않게 된다는 것에 안도하고 처분에 수긍했다.

하지만 잊힐 듯했던 고통은 새로운 사장이 취임하면서 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화수 사장이 올 1월 B 씨를 다시 본사로 불러들인 것이었다. '같은 업무공간에서 근무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피해자들의 호소도 소용없었다.

'고액연봉자를 (외부 사업소 성격의 근무지에) 두는 것은 경영상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게 이 사장의 논리였다. 지난해 12월 피해자들과의 면담에서 이 사장은 "연봉 1억 원이 넘는 사람이잖아. 5년 정도 지났으면 너그러운 마음을 가질 필요도 있다"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도 "연봉이 1억 원이 넘는 기술자를 놀리면서 봉급을 주는 것은 아깝지 않느냐"며 "피해자들이 세월이 지났어도 마음 속으로 용서를 안 하고 있으나, 언짢아도 불러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자들과 분리 조치를 확실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직 국회의원인 이 사장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현 시장의 선거를 도왔다.

반면 피해자들은 B 씨의 복귀 뒤 낸 탄원서에서 "B 씨가 구내식당 등을 이용할 때 시간차를 두도록 할 것이라고 (사측이) 약속했지만, B 씨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고 개선될 여지도 보이지 않는다"며 "B 씨와 같은 공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한 상태"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피해자 C 씨는 "여전히 마주칠까 두렵다"며 "피해자가 참고 견디어 내면 괜찮아졌다고 판단하는 상황들이 더 큰 고통"이라고 했다.

안산도시개발의 한 직원은 "피해자들의 심정을 헤아린다면 이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안산시의회 등의 강력한 조사를 촉구했다.

안산도시개발은 안산시와 시흥시 등에 지역 난방을 공급하는 안산시 출자기관이다. 안산시(49.9%)와 삼천리(49.9%), 안산상공회의소(0.2%)가 지분을 갖고 있다.

vv83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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