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성공적 마무리?…부실 운영 파문 확산
입력: 2023.12.11 10:59 / 수정: 2023.12.11 10:59

용역 계약 KBS아트비전, 소규모 회사에 하도급
문화행사 하청 운영 두고 '상식 밖' 지적 나와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부실 운영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참여 작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회사가 총괄대행업체가 아닌 A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A사가 주소지로 사용하고 있는 공유오피스. / 광주 = 나윤상 기자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부실 운영에 대한 후폭풍이 일고 있는 가운데 참여 작가와 직접 계약을 체결한 회사가 총괄대행업체가 아닌 A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A사가 주소지로 사용하고 있는 공유오피스. / 광주 = 나윤상 기자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올해 열린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사업의 총괄 대행을 맡았던 KBS아트비전 측이 행사의 주요 용역 계약을 하도급 업체에 맡겨 진행한 사실이 알려져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11일 지역 문화·전시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에 끝난 '2023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는 주최 측이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자평했지만, 참여 작가들에게 100만 원의 창작비를 주면서 계약서상 계약금 비밀엄수 조항을 포함한 사실이 전해지고, 전시 역시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비엔날레 사무국은 전체 예산 46억 원 중 23억 5000만 원을 들여 KBS아트비전과 협상에 의한 계약(단독 입찰)을 체결하고 사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전체 사업을 맡은 KBS아트비전은 참여 작가들과 직접 용역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참여 작가들과 계약(프리랜서 계약)을 맺은 업체는 A사다.

한마디로 KBS아트비전이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사업권을 따서 하도급을 준 셈이다.

통상 건설업계에서 행해지는 하도급 행태가 문화 전시 쪽에서 행해진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상식 밖의 사업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일례로 광주비엔날레 측은 초기 턴키방식으로 한 업체에 사업을 맡겼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이후에는 한 번도 한 업체에 사업권을 맡기지 않았다.

2년 전 열렸던 제2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총괄 대행을 맡았던 B사는 "사업을 통째로 맡긴 했지만 전시기획과 작가 팀을 따로 두어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더팩트> 취재진은 계약 관계를 확인차 A사 사무실이 있다고 알려진 대전 대덕구의 한 빌딩을 찾아갔다. 하지만 A사가 입주해 있다는 사무실은 공유 오피스로 둘러보니 A사 이름은 한눈에 보이지 않았다.

공유 오피스 내에는 5~6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사무실이 있었고 A4지로 인쇄해 오린 회사명이 방문 위에 붙어 있었다.

공유 오피스 관리인으로 보이는 직원은 취재진이 A사에 관해 묻자 "여기에 회사 사무실이 있는 것은 맞지만, 대표는 현재 부재중이다"고 말하면서 사무실 내부를 보여달라는 요청은 거절했다.

2023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총괄 대행 용역 과업지시서에는 전시관 구성, 작가 선정&작품 확보, 큐레이터&도슨트, 전시물 설치, 도록, 백서까지 전시의 처음부터 마무리까지 책임지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KBS아트비전은 비엔날레 전시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작가 선정 및 작품 확보를 A사에 하도급을 준 것으로 보인다.

과업지시서에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하도급을 시행할 수 있다'고 나와 있으나 전시회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작가와의 계약을 불가피한 경우로 볼 수 있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주요 내용으로는 '국내외 작가 선정, 계약, 운영에 관한 사항, 작품 선정, 운송, 통관, 보험, 설치, 운영에 관한 사항' 등이 적시돼 있다.

계약서의 통상적 기밀유지 조항 외에 계약금에 대한 누설금지 조항이 들어 있다. /광주 = 나윤상 기자
계약서의 통상적 기밀유지 조항 외에 계약금에 대한 누설금지 조항이 들어 있다. /광주 = 나윤상 기자

<더팩트> 취재진이 A사 대표에게 계약서상 계약금 비밀엄수 조항이 왜 들어갔는지 질문하자 "계약서를 보여 준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라"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작가와의 계약이 A사와 체결된 것에 대해 KBS아트비전 관계자는 "작가와 계약이 KBS아트비전이 아닌 A사와 체결한 것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며 "자세한 사항은 실무진과 통화하라"고 말했다.

이후 취재진은 실무자에게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답변은 들을 수가 없었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은 "아직 재단화가 되기 전까지 조직이 작아 분야별로 용역을 줄 상황이 안 된다"며 "작가와의 계약 체결에 대해서도 KBS아트비전과 협의해서 하도급을 주는 것을 용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KBS아트비전이 작가에게 정산을 빠르게 하기 위해 하도급을 줘야 한다고 해서 승인했다"면서 "계약사항에 계약금에 대해 비밀엄수 조항이 왜 들어 있는지 이해가 가지는 않지만 확인하지 못해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kncfe0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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