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고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무시한 계약
기밀 유지 조건으로 계약 금액 공개 못 하게 막아
총예산 46억 원이 투입된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의 사무국이 작가들에게 일괄 지급한 비용은 '사례비'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단순 사례비라고 언급한 것은 전문성이 결여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진은 2023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모습. / 더팩트DB |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총예산 46억 원이 투입된 '제3회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가 작가들에게 100만 원을 지급해 불공정 계약이란 지적이 나온 가운데 비엔날레 사무국이 작가에게 지급된 금액은 '사례비'라고 설명했다.
23일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 관계자는 "작가들에게 지급된 금액은 사례비 개념으로 보면 맞을 것"이라며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도 따로 작가비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금액이 많다 적다 말할 수 없지만 사무국은 기존 책정된 대로 지급했을 뿐"이라는 덧붙였다.
앞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에 참여한 하루.K 작가는 SNS에서 "4점의 작품을 출품했고 1점당 액자비만 계산해도 100만 원이 훨씬 넘어간다"며 "액자비 이외에 수묵의 확장성을 위해 보여주고 싶은 어떤 시도도 내 돈을 들이지 않고 예산 범위에서는 할 수 없는 실정이었다"고 언급하며 용역계약비로 100만 원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작가 계약서에는 용역계약금을 일괄적으로 100만 원 책정하고 제11조 기밀 유지 항목 2항에 '본 계약의 계약 금액에 대해서는 누설하지 아니한다'라는 조항을 기재해 뒀다.
반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관계자는 <더팩트> 취재진과의 통화에서 "서예비엔날레의 모든 작품은 모두 비엔날레 측이 지원하고 있다"며 "작품의 크기와 상관없이 종이를 비롯해 표구와 액자까지 들어가는 비용을 전액 지원하며 선정된 작가는 작품을 써서 출품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입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에 따르면 작가비는 참여비와 창작사례비로 나눠 적용하도록 해놨다. 사진은 2022년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일부. / 문체부 |
또한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이 용역계약비를 사례비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미술창작(전시) 대가 기준을 무시한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난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2022년 2월 고시한 '미술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안을 보면, 미술창작대가 지급 기준에서 미술창작대가란 '미술 전시 참여와 관련된 재화 및 서비스 제공 등이 수반된 창작행위에 대한 일련의 보수로, 사회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작가비(Artist’s Fee)'라고 규정한다.
또 전시 작가를 비롯한 큐레이터, 평론가들에게 지급해야 할 항목은 크게 참여비와 창작사례비로 나눠 적용하도록 돼 있다.
참여비는 국⋅공립미술관 전시에는 최소 50만 원, 정부 전시보조사업은 상호협의를 하게 되어 있는데 전시 기간 및 규모에 따라 협의해 결정한다.
창작사례비는 보수의 개념을 좀 더 상세하게 설명했는데 사례비 산정 기준은 '시간기준단위x창작시간x전시유형(개인전, 단체전)x조정계수'로 계산해야 한다.
하루.K 작가는 전남국제수묵비엔날레 사무국이 사례비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문제의 본질을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면서 "수묵비엔날레 측이 전시회를 위해서 작가의 작품을 대여한 것으로 본인들의 전시를 위해서 대여를 한 건데 단순 사례비라고 표현한 것은 전문성이 결여된 말이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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