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계약해지 통보, 해남군보건소 상대로 행정소송 제기
1, 2심서 입증된 사실조회도 오인해 판결 "억울해 죽겠다"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은 한 업체가 사실관계를 오인한 법원의 판단에 행정소송을 제기 했다. /광주지방법원 |
[더팩트 l 광주=김남호 기자] 정당한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며 해남군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선 한 업체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16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021년 4월 나라장터 물품구매 입찰에서 '해남군 보건소 디지털 방사선 촬영장비'를 낙찰받은 A 업체는 계약을 체결한 후 물품을 납품하려고 했으나 갑자기 '최종 영상 획득 속도 3초'가 기재된 의료기기 제조인증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A 업체가 해남군 보건소와 체결한 물품 계약서에는 '최종 영상 획득 속도 3초 이내'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을 납품하는 것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3초라고 기재된 제조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조건은 명시돼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A 업체는 계약해지의 부당함을 제기하며 해남군을 상대로 '부정당 업자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처분 취소' 소송에 나섰다. 하지만 A업체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뒤 지난 9월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A 업체는 상고 이유서를 통해 "1, 2심에서 사실을 오인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확인된 사실 관계에 관한 판단도 보류하는 등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 완전히 무너졌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해남군 보건소가 특정 업체를 염두에 두고 입찰공고를 한 뒤 다른 업체가 낙찰되자 여러 방법을 통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하도록 방해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초 계약체결에 앞서 A업체는 '최종영상 획득속도 3초 이내'라는 조건은 특수한 성능인 D제품이므로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집행기준'에 따라 해당회사와 물품공급 및 기술지원협약을 체결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해남군 보건소로부터 "성능이 동등한 사양은 수용하겠다"는 확답을 받고 계약을 체결했다.
D제품을 독점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S사는 A업체에게 "3초 이내 조건을 충족하는 제품은 우리뿐이고 오랫동안 영업을 해왔다. 낙찰금액의 8%를 줄 테니 계약을 포기"하라며 물품공급을 거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A 업체는 공고 규격서에 기재된 사양 중 워크스테이션 9개 외국어→10개로, 7인치 LCD→10인치 등으로 입찰공고보다 높은 사양의 제품을 납품하려 했지만 해남군 보건소는 오히려 이를 거부하고 기존사양으로 맞출 것을 요구했다.
더군다나 해남군 보건소는 A 업체가 납품하려고 했던 장비의 최종영상 획득속도 '5초' 갑자기 문제 삼으며 장비 설치를 위해 예정돼 있던 인테리어 실측을 오지 말라고 통보했다.
A 업체는 이에 그동안 해남군 보건소가 일삼았던 계약이행 방해행위와 특정업체와의 유착 의혹 등에 대해 민원을 제기하고 감사청원서를 제출했다.
이 과정을 해남군 보건소는 악성 민원으로 취급하며 '3초'는 특정규격이 아니며 D 제품 말고 다른 제품도 있다고 주장했으며 A 업체가 특정 다른 제품 공개를 요구했으나 해남군 보건소는 응하지 않았다.
A 업체가 결국 소송을 제기하자 해남군 보건소는 그제야 '3초' 규격의 J와 R 제품의 규격서를 증거 자료로 제출했지만, 이 사건 입찰공고 시점에서 2개월이 지난 후인 2021년 6월 28일과 29일 뒤늦게 작성된 문서로 확인됐다.
해남군 보건소가 제출한 J와 R 제품의 규격서에는 최종영상 획득속도가 '3초'로 기재되어 있지만 1, 2심 재판에서 법원의 사실조회 회신을 통해 제출받은 J와 R 제품의 규격서에는 다르게 확인되면서 위조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사실조회 회신을 통해 확인한 결과 J 제품은 이 사건 입찰 당시인 2021년 4월경 최종영상 획득속도가 5.5초 또는 7초였고, R 제품도 2021년 11월에서야 '3초'로 갱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데도 1, 2심 재판부는 '3초'가 특수한 성능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의 근거로 D 제품 외에도 J와 R 제품이 있다고 판시했다.
특히 성주군 보건소는 2021년 7월경 해남군 보건소 입찰공고 규격과 같이 '최종영상 획득속도 3초 이내'를 충족하는 조건이었지만 J 제품을 납품받았고 당시 J 제품은 5.5초 또는 7초였다.
이는 디지털 방사선 촬영장치의 최종영상 획득속도가 물품의 본질적·성능적 측면에서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양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근거로 경기도 하남시와 대두 수성구 등 다수의 보건소에서 '3초'가 아닌 '8초 이하' 또는 '6초 이', '제한 없음' 등을 공고 규격으로 명시했다.
A업체는 "부당함을 제기하는 일련의 과정을 악성민원 간주하고, 감사청원도 탁상행정에 불과한 제 식구 감싸기였다"라면서 "당시 해남군 보건소장으로부터 어디 일개 업체가 민원을 제기하느냐는 소리까지 듣는 등 행정 갑질이 가관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 언론사에 제보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해남군 보건소는 저희가 언론을 동원해 악의적이고 반복적인 민원을 일삼아 왔다고 음해하는 등 갑질을 넘어선 행정폭력이나 다를 바 없었다"고 억울해했다.
또 "이런 억울함에 결국 법원의 문을 두드렸지만 사실조회 회신을 통해 확인된 사실마저도 오인, 판결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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