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③ 부산 공영장례…"아무도 찾지 않는 장례식장"
입력: 2023.10.16 14:37 / 수정: 2023.10.16 14:37

부산시, 무연고 사망자의 존엄한 죽음 맞이 위한 공영장례 사업인 '안녕한 부산' 추진

부산 영락공원 공영장례식장./부산=강보금 기자
부산 영락공원 공영장례식장./부산=강보금 기자

[더팩트ㅣ부산=강보금, 조탁만, 김신은 기자] 13일 오전 9시 부산 금정구에 있는 영락공원장례식장. 5평 남짓한 공영장례식장 안 단상에는 영정사진이 없는 고인 세 명의 위패가 있다. 무연고 사망자를 위한 공영장례 사업의 마지막 단계인 장례식이 진행된다.

가장 왼쪽에는 고(故) 장남훈 씨 그 옆으로 고(故) 이영래, 고(故) 문용규씨의 장례 차림상이 절차에 맞춰 마련됐다.

차림상은 꾸밈없이 간결하지만 모자라지 않을만큼 상을 채웠다. 부산시에서 내려오는 60만 원의 장례비용 중 30만 원을 들여 차린 마지막 고인을 위한 밥상이다.

장남훈 씨는 부산 진구청 저소득 구민으로 심폐기능 및 다발성장기부전을 앓다가 지난 4일 쓸쓸히 숨졌다.

그 옆 자리에 앉힌 이영래 씨는 금정구청 관리 대상자로 행려자이다. 이영래 씨는 2019년 한 요양병원에 입소해 지냈는데 신원을 확인할 길이 없어 주민번호도, 심지어 장례식에 쓰인 이름 조차 불명확하다.

문용규씨는 북구청 관리 대상자로 이날 급히 장례절차를 밟게 됐다. 이들은 모두 '무연고 사망자'로 각자의 사정이 다르지만 함께 장례식을 치르게 됐다.

영락공원장례식장엔 11개의 일반 빈소가 있는데, 환절기인 요맘때 세상을 뜬 노인들이 많아 각 빈소에는 문상객들이 북적인다. 다만, 공영장례식장만 음소거가 된 듯 고요하다.

대신 장례 업체의 관계자가 장례 의식을 진행한다. 자신의 이름을 상주에 올리고 고인의 위패 앞에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국화를 차림상에 살포시 얹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앉아 조문객을 기다린다. 간혹 문 밖에서 들리는 발걸음에 귀기울이기도 하는데, 매정하게도 다른 빈소를 향하는 소리일 뿐이다.

끊이지 않게 향을 피워 흩어지는 연기로나마 고인들의 죽음을 알리고 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2시 30분까지 4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장례식이 끝났다. 끝내 찾아오는 이 하나 없었다. 이곳에 발을 들인 사람이라고는 구청 담당 공무원과 장례 업체 관계자들이 전부다.

13일 부산 영락공원 공영장례식장을 찾은 금정구청 사회복지과 이다영 주무관이 고인에 인사하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13일 부산 영락공원 공영장례식장을 찾은 금정구청 사회복지과 이다영 주무관이 고인에 인사하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이날 상주를 맡은 김정래 장의사는 "공영장례식에는 대부분 아무도 찾지 않은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간혹 드물게 지인이 찾아 올 때도 있지만 잠시 인사만 하고 갈 뿐이다"라며 "하지만 고인들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처럼 세 분이나 동시에 장례를 치르는 일이 없었는데 무연고 사망자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며 "핵가족화와 1인가구가 늘면서 공영장례를 이용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단상을 늘여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정구청 사회복지과 이다영 주무관은 "무연고 사망자분들은 생전에 가족과 연을 끊고 살거나 사회적으로도 단절된 삶을 살던 분들이라 장례식에 찾아 올 사람이 거의 없다"며 "그래서 담당 고인이 생기면 장례식에 항상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함께 한다"고 했다.

이어 "또한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연락해 고인의 장례 일정을 알려드리고 있다. 하지만 쓸쓸한 장례식을 보면 마음이 서글퍼지긴 한다"고 말을 흐렸다.

북구청 생활보전과 김혜영 주무관은 "공영장례를 치르는 분들의 70% 가량이 기초생활수급자이며 나머지 30% 정도는 행려객으로 갑작스러운 사고사 등으로 신원을 알 수 없는 분이나 산 같은 곳에서 백골화 된 상태로 발견된 분들이다"며 "이러한 분들의 마지막 존엄성을 지켜드리기 위해 공영장례가 더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부산의 현주소이다. 특히 노인층뿐 아니라 1인 가구 증가와 같은 사회적 현상 탓에 청년층, 중장년층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이렇듯 부산의 경우 연령대 상관 없이 무연고 사망자와 같은 고독사는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부산시는 무연고 사망자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공영장례 사업인 '안녕한 부산'을 추진한다. 올해부터는 무연고자와 장례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 사망자에 대해 3억2000만 원의 예산을 확보해 공영장례를 지원하고 있다.

무연고 사망자들의 대리 상주를 맡은 김정래 장의사가 장례 의식을 치르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무연고 사망자들의 대리 상주를 맡은 김정래 장의사가 장례 의식을 치르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hcmedia@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