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성지' 서문시장서 '혹 떼려다 혹 붙인' 김기현 대표
입력: 2023.09.22 19:01 / 수정: 2023.09.23 07:48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 만나 간담회 갖고 애로사항 청취
"정부 59조 펑크…지방사업은 지방 정부가 알아서 해야"


22일 서문시장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상가연합회 건의사항에 답변하고 있다. / 대구 = 박성원 기자
22일 서문시장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상가연합회 건의사항에 답변하고 있다. / 대구 = 박성원 기자

22일 간담회 이후 상가연합회와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구 = 박성원 기자
22일 간담회 이후 상가연합회와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대구 = 박성원 기자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민족의 명절 추석을 앞두고 22일 '보수 텃밭' 대구를 방문해 민생현안을 청취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혹을 떼려다 혹 붙인 상황이 돼버렸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에는 대구상공회의소에서 대구 경제인들과 만나 간담회를 가지고 오후에는 서문시장을 방문해 시장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대구·경북 지역 국회의원들이 다수 참석했다.

김 대표가 지난 13일 대구 달성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데 이어 9일 만에 다시 대구를 찾은 것은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대구에서 추석을 앞두고 보수의 성지인 서문시장에서 국민의힘 지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런 의도가 무색하게 간담회 자리에서는 황선탁 대구 서문시장 상가연합회장으로부터 "지난 2월에도 방문하셨을 때 (서문시장의 당면한 문제 해결을) 부탁했는데 하나도 실천되는 것이 없었다"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대구를 오면 지역 민생을 살피기 위해 서문시장을 방문해 상가연합회와 간담회를 가지고 애로사항을 듣는 것이 관례처럼 되어왔다. 그만큼 서문시장이 지역의 상징적인 장소이고 지역 민생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가늠자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상가연합회 측은 이날도 서문시장의 당면과제 4가지를 해결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김기현 대표는 대부분 들어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상인들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책을 제시하진 못하더라도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등의 대답을 기대했던 상인회 관계자들은 김 대표의 답변에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간담회를 마친 뒤 소감을 묻는 말에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부탁해도 못 들어줄 걸 알면서도 부탁했다. 그만큼 간절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건의한 내용은 시장 안전과 관련한 2가지와 시장을 찾는 시민들을 위한 편의시설과 시장 활성화를 위한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노후 전선 정비사업에 대한 정부 지원 △노후화된 아케이드 보수 및 신규 설치를 위한 지원 △서문시장 내 시장별 키오스크 설치 △서문시장 활성화를 위한 ‘서문시장 글로벌 대축제’ 예산 지원 등 4가지였다.

특히 상인들은 "아케이드의 경우 화재 시 불길의 이동통로가 되기 때문에 상인들과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또 글로벌 축제는 시장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고 상인들이 일정 부분 부담할 생각도 있다며 지역 경제를 위해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상인들의 건의사항을 들은 김기현 대표는 "중앙 정부는 지방사업일 때는 지방 정부에 돈을 넘겨주고 알아서 적절하게 우선순위를 정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말씀하신 것 중 상당 부분, 아케이드 같은 경우는 2020년부터 다 지방사업으로 넘겨주고 알아서 하도록 해놨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키오스크는 예전에 다른 지역에서 몇 군데 했었는데 운용하다가 그냥 막 다 버렸다는 거다. 그래서 이 사업 못하겠다고 하고 생산 품종이 단종이 된 상황"이라며 "이 사업은 다시 들여다봐야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노후 전선은 옛날부터 자부담이 30%부터 20%, 10%, 5%까지 내려간 상태로, 상인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내려갔는데 0%는 재정 당국이 아주 싫어한다. (자부담이 없으면)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무작정 달라고 한다"며 "자기 부담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필요한 걸 달라한다. 그런 어려움들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전에 관한 문제여서 다른 거하고 좀 다른 성격이 있다는 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재정 당국이 0% 하는 건 좋다. 그 대신 지방비에서 보태 써라. 이렇게 방침을 정해놨나 보다"며 "그런데 대구시가 안 내면 난감해지는 거다"면서 중구청장에게 내용을 한번 살펴보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끝으로 축제에 대해서는 "시장 대축제는 이거는 진짜 지방비 사업이다. 시장마다 하는 축제를 중앙 정부가 돈을 대주기 시작하면 전국에 있는 시장 전부 다 달라 하면 어떡하냐"며 참석한 이만규 대구시의회 의장에게 "의장님 이거 좀 힘 좀 쓰시면 안 됩니까"라며 공을 넘겼다.

이에 이만규 의장은 "국가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지방교부세가 대구시에 2300억원이 마이너스가 됐다. 세수 마이너스랑 합치니까 내년 예산에서 무려 6200억원을 줄여야 한다"며 "우리 대구·경북 국회의원님들 다 계시는데 지방교부세 2300억원 빼버리면 대구는 살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자 김 대표는 "중앙 정부는 지금 59조원이 펑크 났습니다.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 어려운 살림입니다. 있으면 드리지만 없으니까 못 드리는 거란 말이다"며 "결국 살림은 쪼개서 할 수밖에 없다. 그걸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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