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전 악몽' 재현인가…이번엔 고발사주로 억울한 강종만 영광군수
입력: 2023.09.19 17:48 / 수정: 2023.09.19 18:23

항소심 증인 "김준성 전 군수 측, 변호사 비용 1500만원 제공하며 고발 사주" 폭로

2007년 협잡꾼 J씨와 저의 치졸한 야합으로 강종만 전 영광군수를 뇌물교사로, 함정에 빠뜨렸다. 강종만 군수는 영광군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실형을 선고받고, 팔다리가 잘린 수형자의 몸이 됐다./ 강종만 군수 페이스북
"2007년 협잡꾼 J씨와 저의 치졸한 야합으로 강종만 전 영광군수를 뇌물교사로, 함정에 빠뜨렸다. 강종만 군수는 영광군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실형을 선고받고, 팔다리가 잘린 수형자의 몸이 됐다."/ 강종만 군수 페이스북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2007년 협잡꾼 J씨와 저의 치졸한 야합으로 강종만 전 영광군수를 뇌물교사로 함정에 빠뜨렸다. 강종만 군수는 영광군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실형을 선고받고, 팔다리가 잘린 수형자의 몸이 됐다."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인 2006년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던 강종만 영광군수가 함정에 빠져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아 복역한 사건을 기획했던 정모(정기호 전 영광군수의 형이며 영광기독병원 설립자)씨가 지난해 5월 양심선언한 내용 중 일부다.

강종만 영광군수는 지난해 1월 설 명절을 앞두고 집안 외손주 관계에 있는 고발인 조모씨로부터 '사과 선물 세트를 구입해 달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조 씨에게 100만원을 기부한 혐의(공직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직위 상실형인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 기부 행위 처벌 또한 김준성 전 영광군수의 측근인 김모(김준성 전 군수가 운영하는 S 건설사 전무)씨가 고발인 조씨에게 변호사 비용 1500만원을 제공하며 강 군수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주장이 항소심 재판부에서 새롭게 제기돼 17년 전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박혜선)는 18일 강종만 영광군수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서 강 군수 측 증인으로 출석한 박모씨는 김 전 군수 측의 고발사주를 폭로했다.

박씨는 지난 6·1지방선거 당시 김 전 군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하며 "고발인 조씨가 김준성 전 군수 측에 강 군수를 고발하는 조건으로 5억원을 요구했고 김 전 군수 측에서 이를 수용해 고발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박씨는 이어 "과거 윤장현 전 광주시장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다고 하는 김모씨도 자신의 집(커피숍)을 7억원에 처분해 달라는 조건을 붙여 이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김씨(김준성 전 군수 측근)가 고발인 조씨에게 고발장 작성을 위한 변호사 비용 1500만원을 제공했는데도 고발이 늦어지자 '내가 조씨에게 김씨로부터 받은 변호사비를 가져오라'고 했고 조씨가 영광군 소재 S 건설사 사무실로 가져온 1100만원 중 1000만원을 내가 직접 광주 소재 모 변호사 사무실에 가져다 줬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와 함께 박씨는 "피고인의 당선이 무효가 되면 재선거에서 영광군수로 당선이 유력한 사람이 민주당 소속인 김준성 전 영광군수가 아니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박씨는 "그렇다"고 답변했다.

박씨는 "고발인 조씨와 함께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김준성 전 군수 선거캠프에서 활동했고 특히 조씨는 자신의 차량에 김준성 전 군수의 선거 포스터를 부착하고 선거운동을 했다"고도 증언했다.

이 밖에도 박씨는 "과거에 나도 고발인 조씨에게 사과 선물 세트를 100만원어치 구매한 적이 있었고, 군의회 의장(강필구)도 조씨에게 사과 선물 세트 140박스 700만원어치를 사줬다고 조씨가 나한테 말해 줘서 알고 있다"며 기초의원 9선으로 전국 최다 당선자인 강필구 현 영광군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의혹을 제기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씨는 "고발 사주 당시 김씨(S 건설사 전무로 김준성의 측근)에게 '5억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고 내가 물었고 김씨는 '김준성 전 군수의 측근들에게 모금을 해서 만들면 된다'고 말했다"고 고발인 조씨의 요구했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자금 마련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박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고발에 앞서 조씨는 민주당 영광연락사무소에 포상금 10억원을 요구했는데 민주당 측이 이를 거절하자 김준성 전 군수 측에 고발 조건으로 5억원을 요구했고, 김준성 측이 이를 수용했던 것이다.

김 전 군수 측이 조씨의 고발 조건을 수용하기까지 여러 사항을 종합해 보면 김준성 전 군수 측은 대마면 석산 사건(<더팩트> 지난해 4월 2일 "검찰, 김준성 영광군수 뇌물수수 혐의 수사…관련 업체 등 압수수색" 보도 참조)과 관련해 뇌물로 수사를 받고 있던 김 전 군수가 강종만 군수의 당선이 무효화 되면 보궐선거를 통해 군수에 당선되고, 뇌물사건의 관계자들이 영광군에서 발주하는 공사 등을 수주하기 위해 위 김 전 군수에게 유리한 진술을 할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뇌물사건을 무마시킬 의도로 고발인의 요구조건을 수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강종만 군수가 후보자가 되려고 하는 자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조씨는 과거 윤장현 시장의 선거캠프에서 선거기획자로 활동했던 김씨를 끌어들인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017년경 영광으로 귀촌한 인물이며 영광읍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도 고발사주에 가담하는 조건으로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카페를 7억원에 인수해달라고 요구했고 김 전 군수 측이 이를 수락했으며, 김씨는 장모의 소개로 2018년 강종만 군수를 만나 대화를 한 적이 있고 이를 기초로 해 '다시서기-1000일 프로젝트’를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조씨는 김씨의 노트북에서 발견한 프로젝트를 검찰에 제출해 1심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박씨, 조씨, 김씨, 또 다른 김씨 모두 지난 6·1 지방선거 당시 김준성 전 군수의 선거캠프 운동원들이다.

1심에서 강 군수는 "당시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였고 선거에 출마할 의사도 없었으며 특히 설 명절을 앞둔 상황에서 경제 사정이 어려운 집안 외손주 관계에 있는 조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설을 쇠라’는 명목으로 돈을 준 것이고 선거와 관계된 어떤 부탁도 한 적이 없다"고 자신의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강 군수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고 보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강 군수에 대한 다음 공판은 오는 10월 17일 열릴 예정이다.

강 군수는 지난 2007년 함정에 의한 뇌물사건으로 2012년 2월 15일부터 2022년 2월 13일까지 10년간 피선거권이 제한된 상태였다. 2022년 1월 16일 고발인 조씨에게 생활비 명목으로 100만원을 건넨 시기는 설 명절 15일 전이다.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강종만 군수는 당선 2개월 만인 8월 4일 조씨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해 기소됐다.

강종만 군수는 제1~2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기초의원에 당선되고 제3회 지방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 광역의원에 당선됐다. 제4회 선거에서는 무소속으로 군수에 출마해 당선될 만큼 청렴성과 도덕성을 기반으로 한 지지세력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forthetrue@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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