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침 체인지' 덕분에 체력·집중력·우정이 '쑥쑥'
입력: 2023.09.19 17:13 / 수정: 2023.09.19 17:13

"공부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 일부러 일찍 등교해"
지각생 줄고 선생님과 소통 늘고 교우관계 좋아져


부산 내성중학교 학생들이 아침체인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부산 내성중학교 학생들이 '아침체인지'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더팩트ㅣ부산=조탁만, 김신은, 강보금 기자] 19일 오전 7시 30분. 연무를 흩어내며 아침 해가 떠오르자, 부산시 동래구에 있는 내성중학교 운동장이 학생들의 슈팅 연습 소리로 깨어나고 있다.

아침 햇살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축구하는 학생들 주위로 삼삼오오 학생들이 섞여 들어갔고 운동장은 금세 300여명의 학생들로 북적였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하는 '아침 체인지(體仁智)' 활동 시간이다.

자발적으로 희망 학생만 참여하는 프로그램인데도 학생들은 교실에 들어가기도 전 단상에 가방을 훌쩍 벗어놓고 운동장으로 향했다.

운동장 왼편에선 축구공이 학생들의 키를 넘어 공중으로 붕붕 날아다닌다. 그 옆에 높다랗게 선 농구 골대로는 사방으로 농구공이 날아든다. 배구 네트 주위에서는 "서브 갑니다"라며 배구공 튀는 소리가 싱그럽다. 그 앞으로는 약식 야구를 즐기는 수비수들이 타자의 몸짓에 긴장하고 있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줄넘기를 열심히 뛰는 학생들의 발재간이 눈에 띈다. 또 단상 앞으로는 서너 명이 함께 캐치볼을 하며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축구 골대 앞에는 네 명의 학생들이 골대 문지기로 나섰고, 그 앞에 배수진을 치듯 학생들이 나란히 서서 축구공을 차올렸다. 그 사이로 내성중학교 1학년 4반 담임인 차정훈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부대끼고 있다.

차 교사는 "'아침 체인지' 활동에 매일 참가하고 있다"면서 "학생들이 '아침 체인지' 활동으로 선생님뿐만 아니라 교우 간에 소통이 원활해졌다. 또 체육 활동으로 아침을 여니 수업 중 학생들의 집중력도 향상되고 분위기도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아침 체인지 활동으로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부산=강보금 기자
'아침 체인지' 활동으로 농구를 하고 있는 학생들./부산=강보금 기자

축구공을 골대로 멋지게 꽂아 넣은 3학년 5반 차성일군은 "'아침 체인지'를 하지 않았을 때는 학교에 왔을 때 잠이 많이 왔는데 아침에 운동을 하니까 뇌가 깨어나는 느낌이 들었다"며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즐기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1학년 4반의 한채우군 "공부를 더 잘 하기 위해 학교에 일찍 와서 '아침 체인지' 활동에 참여한다"면서 "운동을 하면서 땀을 흘리면 체력도 길러져서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며 눈을 반짝였다.

어느새 20분이 훌쩍 지나자 '아침 체인지' 담당 교사인 배시원 교사가 단상에 올라 휘슬을 힘껏 불었다. 운동장에 흩어져 각자의 활동에 집중하던 학생들은 휘슬 소리에 곧장 가방을 메고 교실로 모여들었다.

배 교사는 "'아침 체인지' 활동의 장점 중 하나는 활동마다 분기별로 학생들의 진솔한 의견을 수렴해 함께 만들어 나가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며 "이전에는 아침조례 시간에 학생들을 깨우기 바빴는데 지금은 활동 내용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는 등 교실이 더 활기를 띄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내성중학교에서는 매일 오전 8시부터 20분간 학교 운동장과 실내 체육시설에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전교생 543명 중 300여명의 학생이 '아침 체인지'에 참여하고 있다.

옥명석 내성중 교감은 "'아침 체인지' 프로그램을 실시한 지 1년 가까이 됐다. 아침 운동 활동으로 단합과 소통, 스트레스 해소 등의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아침 운동을 하기 위해 일찍 학교에 오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지각생도 줄었다. 또 스트레스를 해소하니 학교폭력 예방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침 체인지' 프로그램은 지난 3월부터 부산시교육청에서 시행 중이며, 학생들이 아침에 20분 이상 배드민턴, 줄넘기 등 운동을 선택해 참여하는 ‘0교시 체육 활동’이다. 건강 증진과 협동심, 사회성 향상, 학교폭력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난달 기준 부산 지역 초·중·고교 632개교 중 410개교가 참여할 정도로 호응이 좋다.

부산시교육청 권봉수 장학사는 "내년에는 510곳(80%)의 학교가 '아침 체인지'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며 "또한 나아가 학부모가 참여하는 '가족 공감 체인지' 활동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내성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아침 운동으로 배구를 하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내성중학교 학생들과 선생님이 아침 운동으로 배구를 하고 있다./부산=강보금 기자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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