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 출석 '앱 살인' 정유정, '계획 범죄' 인정
입력: 2023.09.18 14:41 / 수정: 2023.09.18 14:41
부산지법 전경./부산=조탁만 기자.
부산지법 전경./부산=조탁만 기자.

[더팩트ㅣ부산=조탁만·김신은 기자] 과외 앱으로 알게 된 또래 여성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하고 유기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정유정(23)이 첫 공판에서 우발적 범행이 아니라 계획적 범행이라고 시인했다.

지난달 28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정유정은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공소사실에 대한 부분은 인정하나, 범행 동기나 계기에 대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했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18일 오전 살인과 사체손괴, 절도 등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의 첫 공판 기일을 열었다.

녹색 수의를 입고 검정 안경과 흰 마스크를 착용한 채 법정에 들어선 정유정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모두 인정한다"면서 "지난 공판준비기일에서 '계획적인 범행이 아니다'라는 말은 철회한다"고 밝혔다.

정유정은 검찰 수사 때 진술이 오락가락했다. 제3의 인물이 피해자를 살해했다거나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에 우발적인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또 진술 중 하나인 피해자와 몸싸움을 하는 과정에서 얼굴을 할퀴었다는 정유정의 진술은 허위 진술이라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의 증거 목록 중 'DNA 감정 내용'을 보더라도 범행 당시 피해자와 몸다툼을 벌이면 통상 피해자의 손톱에서 가해자의 DNA가 검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감정결과 정유정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이밖에 정유정은 영어 콤플렉스로 영어 강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당시 정유정은 영어뿐 아니라 국어, 수학 등 여러 과목의 강사를 범행 타깃으로 삼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신림동 성폭행 살인 사건이 '서면 돌려차기 사건'의 모방 범죄라는 보도가 나온 이후 마음이 굉장히 무겁다"면서 "재판을 공개로 진행하는 것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이런 일이 없어야 되겠다는 경각심을 일깨워 주기 위한 것인데, 재판을 공개로 진행하는 게 사회적인 악영향을 끼친다고 판단되면 다음 공판의 공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공판은 다음달 16일 열린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0분쯤 부산 금정구에 있는 피해자 집에서 흉기로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범행을 실종처럼 꾸미려 시신을 여행용 가방에 담은 뒤 택시를 타고 이동해 낙동강 인근 숲속에 유기했다. 이 모습을 수상히 여긴 택시 기사의 신고로 정유정의 범행은 덜미가 잡혔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꾸려 정유정의 범행을 밝혀내고 구속기소 했다. 정유정은 과외 앱에서 모두 54명의 강사에게 대화를 시도했다. 혼자 거주하는 집에서 과외 수업을 할 수 있는 여성인 피해자를 살인 사건의 범행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또 DNA 감정과 함께 부검 결과를 토대로 법의학자 등 전문가의 자문을 받은 결과 정유정은 여러 차례 피해자의 온몸을 흉기로 찔러 잔혹하게 살해하고 사체를 훼손·유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 단계에서 진행된 사이코패스 진단 검사에서 정유정은 27점을 받은 강호순보다 높은 28점대로 나타났다.

강호순은 2006∼2008년 경기 서남부지역 등에서 여성 8명을 납치·살해하고 장모와 전처를 방화로 살해해 사형 선고를 받았다.

hcmedia@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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