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서 불편한 몸 이끌고 홍범도 공원 찾아
직접 쓴 푯말 홍 장군 목에 걸어주고 흐뭇
충북 제천에 사는 김숙희 할머니가 홍범도 장군 흉상에 본인이 직접 썼다는 푯말을 걸어주고 있다. 광주에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이른 아침 집을 나선 김 할머니의 홍 장군과의 만남은 불과 20여분 남짓이었다. / 광주 = 나윤상 |
[더팩트 l 광주=나윤상 기자] 육군사관학교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가 불거진 이후 전국에서 광주 월곡동 홍범도 공원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8일 <더팩트> 취재진이 찾아간 공원 내 홍범도 장군 흉상에는 시민들이 놓고 간 꽃바구니로 장식이 되어 있었다.
공원을 둘러보던 중 70대 할머니가 한 여성의 도움을 받아 홍범도 장군 흉상을 어루만지며 기리는 모습이 포착됐다.
충북 제천에 산다는 김숙희(73) 할머니는 한 눈에 봐도 몸이 불편해 보였다.
옆에서 고려인 아주머니 한 분이 김 할머니를 부축했다.
김 할머니는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문제가 불거진 후 "너무나 속이 상해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홍범도 장군 흉상을 보기 위해 김 할머니는 제천에 있는 집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오후 2시쯤 공원에 도착했다.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다는 소식은 3일 전 뉴스를 보고 알았다고 했다.
김 할머니는 이야기를 하는 내내 "현 정부가 홍범도 장군을 공산주의자로 몰아가고 있다"며 분통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했다.
그러면서 "일제에 맞서 싸운 독립군을 정부가 어떻게 푸대접을 할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흉상 앞에서 흥분을 감추지 못했던 김 할머니는 손수 제작한 푯말을 홍범도 장군 목에 걸어주고 나서야 마음을 가라 앉혔다.
장군 목에 걸린 푯말에는 ‘홍범도 장군이 조국 수호의 맹장이고 참 군인의 귀감인 영웅으로 조국을 보우하여 주십시오’라고 쓰여 있었다.
김 할머니는 현 국방부 장관에게도 "국군은 북한군만 막으라고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일본이 쳐들어와도 미국이 침탈해도 막아야 한다"면서 "저 멀리 있는 뉴질랜드가 한국을 침략한다면 북한군이 아니라며 안 막을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국군은 이념과 상관없이 우리나라를 침탈하러 온 세력이 있으면 다 막아야 하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김 할머니의 이번 홍범도 장군 흉상과의 만남은 불과 20여 분 남짓이었다.
몸은 매우 불편했지만 홍범도 장군을 만나겠다는 뜻을 이룬 김 할머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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