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시간 무더기 불법주차 신고에 청주 오송읍 민심 '술렁'
입력: 2023.08.22 13:33 / 수정: 2023.08.22 13:33

4월 들어 급증…봉산리 민원 1638건 흥덕구 전체 16.11%
"무슨 억하심정으로 괴롭히는지 몰라…주민들 서로 의심"


22일 오전 오송읍 봉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이 최근 받은 과태료를 보이고 있다. /청주=이주현 기자
22일 오전 오송읍 봉산리에서 만난 한 주민이 최근 받은 과태료를 보이고 있다. /청주=이주현 기자

[더팩트 | 청주=이주현 기자]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주택가 주민들이 쏟아지는 불법주차 과태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누군가 심야 시간대 주택가 이면도로에 주차한 차량에 대해 불법주차 명목으로 수백 건의 민원을 넣으면서다.

22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들어 오송역파라곤센트럴시티 1‧3차 아파트와 KTX오송역 대광로제비앙아파트 주변에 형성된 봉산리 빌라 이면도로 불법주차를 고발하는 내용의 민원이 수백 건 접수됐다.

흥덕구청으로부터 받은 올해 1월부터 8월 21일까지 봉산리 지역 불법주차 민원 건수는 모두 1638건으로 신고자는 소수의 인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봉산리 지역 불법주차 민원 건수는 올해 4월 들어 급증했다. 월별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 현황을 보면, 지난 1월 22건에 불과했던 민원은 4월 들어서 794건으로 급증했다. 이는 오송읍을 포함한 흥덕구 불법주정차 전체 민원의 16.11%에 달한다.

고발된 불법주차 신고 시간은 대부분이 심야 시간대로 알려졌다.

일단 고발이 이뤄진 이상 법대로 조치할 수밖에 없다는 게 흥덕구청의 입장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불법주차 고발 민원은 흥덕구청으로 넘어와 과태료를 부과한 상황이다.

소수의 인원이 특정 지역에서 다량의 민원을 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흥덕구청 측에서도 적잖이 당황했다는 전언이다. 더구나 이와 관련한 주민 민원이 빗발치면서 흥덕구청은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흥덕구청 관계자는 "최근 이 지역에 특정인의 민원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행정안전부도 인지해 현장에도 왔었다"면서 "주민신고제가 갖는 공적인 취지와 실제 주민들의 상황에 괴리가 있는 것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심 중이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무더기 불법주차 고발로 인해 주민들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민신고제의 공익성은 인정하지만 심야 시간대 주거지역에 세워진 차량만 골라 신고를 하는 것은 고의성이 짙다는 게 중론이다.

오송읍 주민 A씨는 "무슨 억하심정으로 주민들을 괴롭히는지 모르겠다"며 "외지인이 와서 이런 행동을 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실체가 확인되지 않아 주민들 사이에 의심의 꽃이 핀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지난 5일 불법주차 과태료 납부 용지를 받은 60대 오송읍 주민 B씨도 "젊은 사람 두 명이 새벽 시간대에 차량을 타고 봉산리 빌라를 돌며 주택가 이면도로에 세운 차량들을 불법주차로 신고하고 다닌다는 소문을 듣고 주의했지만 내가 걸릴 줄은 몰랐다"면서 "과태료 납부용지에 적힌 신고 시간대를 보면 새벽 1시 11분인데, 이 시간에 보행자에게 불편을 준 것도 아니고 고의성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봉산리의 한 이장도 "불법주정차 주민신고제의 취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도껏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 일 때문에 요즘 민심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thefactcc@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