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통곡소리 들어야 하나…23년간 납골당 건립에 맞선 ‘시골마을 이장의 사투’
입력: 2023.08.21 16:14 / 수정: 2023.08.21 16:14
전남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외문마을 앞 500m 전방에 들어서는 납골시설이 논란이다. 50여 가구 6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을 뒤흔든 납골시설에 맞서 23년간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반대해온 마을 이장은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는 법과 행정은 있을 수 없다며 생업을 포기하고 맞서 싸우고 있다./네이버지도 캡처
전남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외문마을 앞 500m 전방에 들어서는 납골시설이 논란이다. 50여 가구 6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한적한 시골마을을 뒤흔든 납골시설에 맞서 23년간 행정기관을 찾아다니며 반대해온 마을 이장은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것보다 우선시 되는 법과 행정은 있을 수 없다"며 생업을 포기하고 맞서 싸우고 있다./네이버지도 캡처

[더팩트 l 광주=문승용 기자] "70여 평생 살아온 내 고향마을에 납골당이 들어선다기에 필사적으로 반대하며 다퉈온 시간이 벌써 23년입니다. 삶의 터전을 보호하는 것보다 더 우선시 되는 법과 행정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전남 담양군 대덕면 문학리 외문마을에서 태어나 70여 평생 살아온 이용길 이장(담양군이장협의회 회장)은 <더팩트>와 인터뷰 내내 납골당 건축물을 원망스레 바라보며 그간의 사정을 이같이 털어놨다.

50여 가구 60여명이 옹기종기 모여 논밭을 일구며 생업을 이어가는 한적한 작은 시골 외문마을 주민들에게 찾아온 마을 앞 납골당 건립 소식은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맞서 싸워야 하는 불청객이 됐다.

2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외문마을 앞 납골당 건립은 지난 2001년 9월 24일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S교회에서 사설 납골시설 설치신고를 접수하며 시작됐다. 일주일 뒤인 10월 31일 주민들의 민원을 받아들여 담양군이 신고 수리를 거부하자 S교회는 담양군의 수리거부처분이 부당하다며 수리거부처분취소를 요구하는 행정심판을 곧바로 제기했다.

전남 행정심판위원회는 2002년 2월 16일 담양군이 기속재량행위(상위 계획에 부합하지 않거나 환경이나 경관 측면에서 문제가 있더라도 법규에 위반되지 않으면 행정 기관에서 허가해야 하는 행위)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고 S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S교회는 행정심판의 결정을 토대로 그해 5월 10일 납골시설 건축허가 신청을 냈으나 담양군은 8월 5일 건축 불허가처분을 통지했다. S교회는 담양군의 결정에 불복하는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해 2004년 2월 26일 최종 승소했다.

이에 따라 담양군은 2004년 4월 27일 건축을 허가했으나 이 사업부지는 2005년 9월부터 2017년 8월까지 건물 및 토지가 강제경매 또는 소유권 변경이 수차례 변경되면서 파행됐다.

장기간 건축이 멈춰서고 사업 진행이 불투명한 사실을 인지한 담양군은 "당초 신고수리요건인 건물과 토지의 소유권 및 사용권이 상실되어 수리처분을 그대로 존속시킬 필요가 없게 된 사정변경과 함께 운영능력 부재로 인한 공익침해가 우려된다."고 판단해 2019년 12월 3일 ‘사설납골시설 설치 신고수리 철회’를 처분했다.

사업을 신청한 S교회 이모 대표는 2020년 3월 3일 담양군의 처분을 취소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했으나 5월 1일 행정심판을 취하했다. 이에 앞선 4월 20일 고모 씨가 ‘재단법인 빛고을추모공원’ 설립인가를 신청했으나 전남도는 주민 반대와 교통혼잡 등을 이유로 불허했다.

건축물 강제경매와 토지 소유권자가 바뀌면서 지연된 이 사업은 지난해 5월 신도 수 10여명 안팎에 불과한 교회가 건축물을 매입하며 주민들의 반발이 또다시 시작됐다.

지난해 5월 9일 이 건물을 매입한 광주광역시 북구에 소재한 B교회는 담양군에 봉안당 설치신고를 5월 31일 접수했다.

군은 같은 해 8월 16일 청구인 교회가 종교단체의 실체를 갖추지 못하였고 재정적인 기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고 불수리 처분을 통보했다. 이 교회는 60여 일 뒤인 10월 13일 서류를 보완해 봉안당 설치신고를 재청구하였고 담양군은 11월 21일 민원 이유로 불수리 처분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교회 측이 제공한 재정확인에서 15억원의 거액이 통장에 입금됐다가 다시 빠져나가고 재차 재정확인을 요구하자 15억원이 다시 입금된 정황을 확인했다"며 "B교회를 직접 찾아가 담임목사를 만나고 교인 수와 재정적인 문제 등을 두루 살펴본 결과 불수리 처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교회는 봉안당 설치신고 불수리처분 취소 행정심판을 제기해 지난 4월 21일 담양군이 불수리처분한 사실이 위법하다는 재결을 받아냈다.

외문마을 이용길 이장을 비롯한 대덕면 이장단 일동은 "혐오시설인 납골당이 동네 전면에 들어서면 매일 같이 고인의 상주들이 울부짖는 통곡소리를 듣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고 주변 토지시세하락으로 재산권을 침해 받는다"며 "그동안 평온한 마을이 찬반으로 갈려 주민들 간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 가장 큰 반대 이유이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 담양군에 장사시설을 갖춘 곳은 월산면 천주교묘지 6703기, 갑향공원 7194기, 무정면 오룡공원 1007기, 관음사 86기 총 14990기 운영 중이다.
forthetrue@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