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0시 축제', 집객은 성공적, 정체성 확립은 과제
입력: 2023.08.21 06:00 / 수정: 2023.08.21 06:00

축제 정체성과 이미지 확립 절실…명칭, 형식, 프로그램 등
기획·구성 단계부터 지역 사회와 함께 준비해야


대전0시 축제기간 중앙로 차없는 거리의 시민들 / 대전=최영규 기자
대전0시 축제기간 중앙로 차없는 거리의 시민들 / 대전=최영규 기자

[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미국의 신학자 하비 콕스는 "축제는 억압되고 간과되었던 감정 표현이 사회적으로 허용된 기회" 라고 정의했다.

대전 0시 축제가 일상과 다른 것을 선사해 준 점은 바로 대전역부터 옛 충남도청사까지의 1㎞ 도로를 차가 아닌 사람에게 돌려줬다는 것이다. 여름밤 차 없는 거리에서 공연을 보고 다양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기는 방문객들의 표정에는 즐거움을 떠나 도심 속 일탈을 느낄 수 있었다.

이장우 시장은 대전 0시 축제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대전형 에딘버러 축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비공식적이지만 축제 기간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즐겼다는 것은 분명 원도심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한 것은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축제 첫 해 100만 명의 숫자가 내년에 있을 제2회 대전 0시축제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많이 왔다는 것이 아니라 관람객들이 무엇을 느끼고 갔냐는 것이다.

0시축제 퍼레이드 / 대전=최영규 기자
0시축제 퍼레이드 / 대전=최영규 기자

대전시는 0시 축제의 명칭을 대중가요 '대전 부르스'의 가사 '대전발 0시 50분 열차'를 모티브로 했다. '0시'가 핵심 키워드로 하루의 끝인 동시에 새로운 시작인 '0시'에 대전의 끊임없는 성장, 잠들지 않는 희망의 도시라는 의미를 담은 것이다.

처음 열리는 행사에 호기심에 온 방문객과 이 기간 특별한 행사가 없어서 찾아온 관람객들에게 그 의미가 제대로 전달됐는지가 중요하다.

유명한 축제는 이름에서부터 그곳에 가면 어떤 것을 경험할지 예측할 수 있다. 스페인 토마토 축제를 가면 토마토 던지기와 토마토 음식을 먹기, 삿포로 눈축제장에서는 눈얼음 조각상 감상과 겨울놀이, 보령 머드축제장에서는 머드체험, 진주 남강유등축제에서는 가을밤 유등 감상, 김제 지평선축제에서는 농경문화체험 등이다.

그런 점에서 0시 축제 프로그램이 대전만의 고유하고 차별적인 매력을 관람객들에게 어필했는지는 되짚어 봐야 한다.

시간여행이라는 콘셉트 또한 욕심이 앞선 나머지 관람객들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는 평가다.

대전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보여주기 위해 중앙로에 대형 구조물로 타임존을 만들었지만 인위적이어서 흥미를 끌지 못했다. 또한 관람객들이 어떻게 표현했을지 가장 궁금해하는 과학도시 대전의 미래존은 규모나 내용면에서 부실했다.

외부 기획사에 의해 치러지는 이벤트성 행사를 지양하고 기획, 구성 단계부터 지역사회와 함께 논의하고 준비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지역 문화에술 단체나 공동체들을 축제 운영의 동반자로 끌어 들여서 동기를 부여하고 성장 기회를 제공해줘야 한다.

가장 대전다운 것을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 0시 축제가 대전의 대표 축제로 자리잡을 과제라 할 수 있다.

0스트리트에서 시민들이 함꼐 춤을 추는 모습 / 대전=최영규 기자
0스트리트에서 시민들이 함꼐 춤을 추는 모습 / 대전=최영규 기자

andrei73@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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