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문화원, 수채화 부문 대상 시상 취소 후 시연·재심사 조치 취하지 않아
지역미술계 “위상 재정립 위해 타 기관이 주관해야"
왼쪽은 대작 의혹을 받고 있는 그림, 오른쪽은 보문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모 작가의 그림 / 독자 제공 |
[더팩트 | 대전=최영규 기자] 25년 전통의 대전지역 미술전에서 대상에 대한 대작(代作) 논란이 일고 있지만 주관 기관의 소극적인 대응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심사위원이 대작에 관여했다는 의혹마저 일고 있어 지역미술계는 공정성을 위해 주관 기관을 바꿔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전 중구문화원은 지난 8일 제25회 보문미술대전 수채화 부문 대상 시상을 취소한다고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18일 대전중구문화원에 따르면 보문미술대전운영위원회 및 자문변호사의 자문에 따라 대상 수상 예정자에게 대작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내용의 각서 제출을 요구했으나 거부 의사를 밝혀 시상 취소를 결정한 것이다.
문제는 대작 의혹에 대해 적극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중구문화원측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다 계속된 문제 제기와 언론 보도가 있은 후에야 취소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지난달 6일 대상작으로 선정된 작품이 이 대회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작가의 작품과 유사하다는 대작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술전을 주관한 중구문화원의 대응은 부실했다.
문화원은 대상 예정자에게 대작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고 ‘대작이 아니다, 증빙할 수 있다’는 답변을 의혹 제기자에게 전달했다.
이후 중구문화원은 문제의 대상자들을 불러 시연, 재심사 등 대작 판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의혹 제기자가 재차 문제 제기를 하자 모작(模作) 위원회가 만들어졌지만 이마저도 판정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대상 시상자를 결정한 심사위원, 나머지는 학연, 지연 등으로 얽힌 지역미술인으로 구성돼 결국 공정성 시비가 일며 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지역의 한 미대 교수는 "심사한 사람이 판정위원회에 들어가는 일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공정성 확보를 위해 제3의 기관이나 타지 전문가나 교수들을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미술전을 주최한 중구문화원이 대작이냐 모작이냐의 판정을 내린 것이 아니라 대상 예정자가 각서를 쓰지 않겠다는 이유로 대상 시상이 취소되면서 주관 기관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사태 처리 미숙함으로 25년 전통의 대전 보문미술대전의 위상에 심각한 훼손을 입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의 한 미술가는 "상이 정해졌다는 소문까지 도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보문미술대전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미술전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의혹 제기자는 대작과 관련해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다며 이날 오후 대전지검 민원실에 업무방해 혐의로 대상 예정자를 고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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