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주민만 ‘호구’...혈세 ‘폭리’에도 해당 구의원은 ‘출석정지 30일’
입력: 2023.08.16 10:53 / 수정: 2023.08.16 10:53

'고인 물은 반드시 부패한다'
보수진영 수십년 독점체제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이 지난10일 오전 대구경찰청에 배태숙 중구의원과 김오성 의장, 중구청 및 중구의회 계약담당 공무원 10명을 고발했다. 좌측부터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구참여연대
대구참여연대와 대구경실련이 지난10일 오전 대구경찰청에 배태숙 중구의원과 김오성 의장, 중구청 및 중구의회 계약담당 공무원 10명을 고발했다. 좌측부터 강금수 대구참여연대 사무처장,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 대구참여연대

[더팩트ㅣ대구=박성원 기자] 유령업체를 세워 중구청과 중구의회를 상대로 폭리를 취해 온 배태숙 대구 중구의원(국민의힘)이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았다. 지난 7월 19일 감사원이 발표한 배태숙 의원의 ‘공무원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에 대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솜방방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무색하지 않다.

감사원은 "수의계약 제한을 회피할 목적으로 채움의 명의만 빌렸을 뿐 공간파트너스가 실질적인 수의계약 대상자임이 입증된다"고 명시했다. 감사원은 약 6개월간 총 8건 1600여만원이 유령업체 수의계약건이라고 설명했다.

중구청이 주민들의 혈세를 제대로 사용하는지 감시⦁감독해야 할 중구의회 의원이 그것도 부의장의 막중한 책무를 맡은 이가 유령업체를 앞세워 폭리를 취해 왔다는 사실은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부족함이 없다.

감사 결과 드러난 8건 중 특히 2건이 3~5배의 폭리를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의원이 되면서 세운 유령업체가 6개월간 수의 계약 건에서 2건의 계약이 폭리였다면 기존의 수년간에 걸쳐 이뤄진 200여건의 수의계약에서도 이같은 형태의 수의계약들이 충분히 있을수 있다.

또 배 의원은 지난해 중구의회에 공간파트너스 대표로 5000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겸직 신고를 하고서도 감사원에는 최근 3년 정도 공간파트너스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 업체의 계약 건에 대해 모른다고 발뺌해 구의원으로서 자질까지 의심받을 지경이다.

대구 시민단체들은 "중구의회 의원과 집행부 간의 유착비리, 지방자치단체와 기득권 카르텔의 유착에 따른 계약비리 사례"라며 지난 10일 배태숙 중구의원과 김오성 의장(국민의힘), 중구청 및 중구의회 계약담당 공무원 10명에 대한 고발장을 대구경찰청에 접수했다.

시민단체가 고발장을 통해 적시한 혐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사기, 직권남용 등이다.

어떻게 지방의원이 유령업체를 앞세워 거래를 하고 생긴지 한달도 안된 신생업체가 중구청과 6개월만에 1600만원에 달하는 수의계약을 할 수 있었을까?

고인 물은 반드시 부패한다는 자연의 진리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대구는 지난 수십 년간 보수진영이 집권해왔다. 국민의힘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받아놓은 밥상이다.

그러다보니 유권자인 주민들의 눈치를 보기보다는 국민의힘 당내 줄서기만 잘하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비리를 제보한 시민단체들은 배 의원의 ‘제명’과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수의계약을 진행한 중구청과 중구의회의 사과를 촉구했지만 사과는커녕 배 의원의 ‘제명’도 이뤄지지 않았다.

중구의회 윤리특별위원회에서는 4명 중 3명이 찬성해 ‘제명’ 의결했지만 본회의에서는 의장과 징계 대상인 배 의원이 포함된 6명이 참여해 4명이상 찬성하지 않아 ‘제명’안은 부결됐다.

징계대상자가 표결에 참여하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지만 의장이 이를 바로 잡지 않고 표결한 것은 제명시키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도가 있었음이 증명된다.

또한 김 의장이 배 의원의 유령업체 수의계약에 개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도 있어 예견된 결과였다는 목소리가 파다하다.

이번 감사원 감사도 배 의원의 비리 정황을 파악한 시민단체의 감사요청으로 이뤄졌다. 즉, 시민단체의 감사요청이 없었다면 앞으로도 수년 동안 유령업체와의 수의계약은 이어졌을 것이다.

집행부를 감시하는 지방의원이 이렇다 보니 중구청과 중구의회도 자정능력을 잃었다고 볼수 밖에 없다. 감사원이 중구청과 중구의회에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했지만 '소귀에 경읽기'다. 구체적인 재발방지책은 고사하고 계약 담당 공무원에 대한 처벌도 없다고 한다.

잠잠해지면 다시 집행부와 지방의원과 유착비리가 이어질 것이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불법계약을 한 공무원에 대한 처벌이 없고 구체적인 비리 정황이 드러난 지방의원도 ‘출석정지 30일’ 징계를 받으면 끝이라는 식의 악순환이 그려진다.

국민의힘도 소속 지방의원이 충격적인 사건을 저질렀는데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윤리위 구성도 언제될지 몰라 징계를 할지 안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시민단체들이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했지만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지 못한다면...주민들의 억장이 무너진다.

(관련기사 - ‘유령업체 폭리’ 배태숙 대구중구의원 ‘출석정지 30일’ 확정…시민단체 "경찰고발" )

(관련기사 - 김오성 대구 중구의장 ‘유령업체 폭리’ 개입했나...김 의장 “명함 받은게 전부” )

tktf@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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